전국 천연가스 보급률 75%, 국민에너지 자리매김
한국가스공사, 30년 쌓은 경험•기술 세계수출 절실

“거리의 양변에는 철로 만든 기둥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데 위에는 유리로 만든 등이 있어 저녁에 불을 붙이고 새벽이 되도록 끄지 않는다. 이것은 대개 기름도 아니고 초도 아닌데 부르기를 연기가 나는 가스등이라 한다” 고종 18년(1881년) 신문화 수용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신사유람단의 눈에 비친 가스등의 모습이다.

그로부터 30여년 후인 1909년 일한와사주식회사가 석탄가스 제조공장을 가동, 가스등용으로 첫 점화식을 가지며 우리나라 최초의 가스 사용이 시작됐다.

이후 석탄가스등은 LPG로 연료를 바꾸게 되었고, 1971년 용산구 이촌동에 LPG/AIR 방식의 가스공급이 시범적으로 이뤄진 뒤 이듬해 서울시 직영으로 강서구 염창동에 납사분해방식의 가스설비가 건설되면서 본격적인 도시가스 공급이 시작됐다.

LPG에서 LNG로 연료를 바꾸기까지는 꼬박 12년이 걸렸다.

1, 2차 석유파동 이후 장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매장량이 풍부한 천연가스가 단연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게 된다. 특히 장기공급계약에 의한 안정적인 공급이 보장되는 천연가스는 수급안정 측면에서 매우 적합한 에너지원으로 부상했다.

1981년부터 1983년까지 2년 동안 총 17차에 걸친 협상 끝에 1983년 8월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간의 역사적인 첫 LNG 매매계약 체결이 이뤄졌다.

30년의 시간이 흐른 2013년 현재, 한국 천연가스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한국가스공사의 역사 또한 30년을 맞았다.
 

▲ 천연가스 공급 30년, 한국가스공사의 새로운 역할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사진은 인천LNG기지)

**LNG 저장능력 세계 1위, 주배관망 3562km


경제적이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천연가스 보급 30년.

그 결과 우리나라는 현재 886만㎘에 이르는 세계 1위의 LNG 저장능력과 3562㎞의 주배관을 바탕으로 천연가스 전국 보급률 75%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일일 최대 판매량은 18만8690톤에 육박하며, 지난해 판매한 LNG 규모는 총 3655만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보급 포화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는 정부는 향후 천연가스 수요의 지속적인 감소세를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부가 발표한 11차 장기 천연가스수요전망에 따르면 국내 전체 천연가스 수요는 2012년 3828만7000톤에서 오는 2027년 3769만9000톤으로 연평균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용 수요는 2012년 1817만9000톤에서 2027년 775만6000톤으로 연평균 5.5%의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원전, 석탄 등의 기저발전 증가로 첨두부하인 발전용 LNG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도시가스 수요는 증가세가 이어져 2012년 2010만8000톤에서 2027년 2994만3000톤으로 연평균 2.7% 증가세가 예상된다. 산업용 또한 LPG 등의 경쟁연료가 천연가스로 연료전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예측이다.

저장설비 확충은 지속된다.

정부는 국내 천연가스 저장비율(저장용량÷연간수요)을 2012년 11%에서 2027년 21%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저장설비 확충을 통해 동절기 스팟물량 도입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의 도입원가 절감과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포석이다.

내년 준공 예정인 삼척LNG기지와 인천기지 제4지구 증설(2018년) 등이 완료되면 오는 2018년까지 총 321만㎘(약 146만톤)의 LNG 저장용량 추가 확보가 가능해 진다.

이 경우 LNG저장용량(저장탱크)은 2012년 886만kl(약 404만톤)에서 2018년 1207만kl(약 550만톤)로 증가하게 된다.

기화송출설비는 피크수요 증가에 따른 적정수준의 예비율 유지를 위해 2027년까지 시간당 1만4099톤의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부두설비는 삼척기지 내 설치를 통해 2027년 총 7개 선좌가 운영될 전망이다.

신규 LNG발전소 건설과 도시가스 수요증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17년까지 천연가스 주배관 1370km 추가 건설된다.

아울러 경제성 미흡으로 소외되었던 지방에도 도시가스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2016년까지 26개 지자체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2017년까지 제주도 2개 지역에 대해서도 추가 도시가스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도시가스 미공급지역 보급을 위해 2013~2017년간 약 745Km의 주배관이 추가 건설되는 한편, 공급관리소의 신증설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 한국가스공사 전경.

**한국가스공사,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천연가스 공급 30년 역사의 주인공은 단연 한국가스공사다.

공기업으로서 한국가스공사의 역할 1순위는 국민편익 증진을 위한 저렴하고 안정적인 가스 공급에 있다. 여기에 덧붙인다면 공공기관으로서 투명성을 가지고 청렴과 윤리성을 가진 공기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공기업에 대한 기대 수준은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도 예외일 수 없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특히 국민은 공기업에 대해 민간과 동등한 시장경쟁력을 요구하고 있고, 사회적 가치는 민간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책임성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신정부 출범 이후 국정운영 패러다임은 국민중심의 보다 높은 공공서비스와 일자리 창출, 민간기업과 동반성장을 정책기조로 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가스공사는 어떻게 조직 고유의 특성을 살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고 정부의 정책기조에 발맞춰 나아가야 할지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가스공사의 상류 자원개발(E&P) 기술은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에 비하면 아직 초기 진입단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차피 배우고 알아야 할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E&P분야는 투자비가 많이 투입되고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가스공사 부채비율과 국민정서를 고려한 장기적인 안목의 접근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30년 가스공사의 생산 및 공급 설비에 대한 건설, 운영 경험은 세계적인 가스회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때문에 이러한 가스산업 전반에 걸친 경험과 기술을 세계에 펼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해외플랜트 건설, 운영 등 중·하류 분야는 파이낸싱이 가능해서 투자비가 적고, E&P 분야에 비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

특히 가스공사는 운영(O&M) 분야에서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설계, 자재, 건설(EPC) 분야에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해외 가스플랜트 분야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가스공사의 세계적 브랜드를 앞세우고 가스공사의 O&M 기술과 다른 국내 민간기업의 EPC 경험이 합쳐진다면 그 시너지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가스산업 중·하류 분야 진출은 적절한 금융 수익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금융부문을 활성화하고, 침체 일로에 있는 설계, 건설사에게는 활로를 찾아주는 한편, 각종 기자재 수출을 견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창조경제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스공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잠비크 수도 마푸토 도시가스 사업은 3800만달러(약 420억)의 투자로 자원부국 모잠비크와의 전략적 파트너쉽을 구축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가스공사는 20년간 매년 75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며, 관련 국내 중소기업을 동반 진출시킴으로 연간 약 2만명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제 가스공사는 창립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30년으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에게 편리한 가스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당면한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국가경제 기반 구축의 부응과 함께 세계 일류기업으로의 도약을 동시에 꿈꾸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국회와 함께 관련법규와 정관의 개정을 추진하고 과감한 조직개편을 통해 공기업의 테두리 안에서 머물기보다 민간기업보다 더한 도전정신을 발휘하는 발전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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