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사 직전→정책 정상화 후 온기 확산”
원전산업 ‘질적 고도화’ 위한 추가 시책 추진
​​​​​​​창원·경남 ‘글로벌 SMR 클러스터’ 도약 지원

[에너지신문] 정부가 원전 생태계 완전 복원을 넘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원전정책 정상화로 산업계에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SMR 등 차세대 원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22일 경남도청에서 ‘다시 뛰는 원전산업, 활력 넘치는 창원·경남’을 주제로 14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원전 중소·중견 기업 청년 직원, 원자력 전공 대학·대학원생, 지역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원전정책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공유하고, ‘글로벌 SMR(소형모듈원전) 클러스터’로 도약하는 창원의 미래를 논의했다.

▲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 부지(2023년 2월).
▲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 부지(2023년 2월).

원자력산업에서 창원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지난 1982년 한국중공업(現 두산에너빌리티)이 창원종합기계단지로 입주한 이후 국내 최초의 원전 주기기국산화가 창원에서 이뤄졌다.

창원국가산단은 한빛 3,4호기 주기기 제작을 통해 1992년 생산액 10조원을 돌파했으며, 현재까지도 국내 모든 원전의 주기기가 창원에서 제작되고 있다. 원자력산업은 창원의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 돼 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는 원전정책 정상화 노력과 성과를 보고했으며, 참석자들은 원전 산업현장에서 느끼는 변화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아울러 원전산업 정상화를 넘어 질적 고도화를 통해 원전 최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됐다.

원전정책 정상화 추진으로 ‘온기 회복’ 기대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적극 활용할 것을 선언했다.

먼저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했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한 뒤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관련 인허가 절차를 18개월 단축, 지난해 6월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승인했다. 운영허가 만료를 앞둔 가동원전 10기의 계속운전도 안전 확보를 전제로 관련 절차에 착수·추진 중이다.

고사 위기의 원전 산업계에 일감을 긴급 공급했으며 금융프로그램 신설 등의 지원도 이뤄졌다. 일감 공급은 지난해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계약 조기 체결(3월)과 보조기기 발주(5월) 등을 통해 2022년 2조 4000억원에서 2023년 3조원으로 지속 확대됐다.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으는 SMR 시장에 대응한 독자노형 개발 착수, 민관합동 SMR 얼라이언스 출범과 함께 원전의 수출산업화를 위한 노력도 성과를 거둬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 단일 설비 최대규모인 2600억원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사업 등 4조원 이상의 계약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최근 원전산업계의 매출, 투자, 고용 및 대학·대학원 전공 진입생 등 생태계 주요 지표가 뚜렷한 개선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원전 설비수출은 지난 정부 5년간의 합산 총액보다 6배 이상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는 원전일감 3조 3000억원, 특별금융 1조원을 공급하고 원전기술 투자세액공제 확대, 유망기술 R&D에 5년간 4조원을 투입한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생태계 온기 회복을 넘어 원전산업 질적 고도화를 통해 명실상부한 원전 최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원전 생태계 주요 지표 추이. [출처: 원자력산업실태조사(원자력산업협회)/원전수출실태조사(원전수출산업협회)]
▲ 원전 생태계 주요 지표 추이. [출처: 원자력산업실태조사(원자력산업협회)/원전수출실태조사(원전수출산업협회)]

산업생태계 복원 완수, 다각적인 집중 지원

정부는 우선 일감·금융 지원이 투자·R&D 등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 원전 생태계의 복원 완수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2022년 2조 4000억원, 지난해 3조원 규모로 공급됐던 원전일감을 올해 3조 3000억원으로 확대 공급하는 한편 일감 계약을 수주하더라도 당장 대금을 받지 못하던 원전기업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

탈원전 기간 자금난을 겪던 기업들은 즉각적인 계약 대금의 집행을 희망하고 있으나 기존의 선금 제도는 계약 후 2~3년이 지난 설비 납품 시점에야 대금을 받을 수 있어 계약을 성사시키더라도 당장 제작에 착수할 자금이 부족하다고 호소해 왔다.

이에 정부는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신한울 3,4호기 보조기기를 공급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계약 즉시 계약금 30% 이내의 선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선금 특례를 지난해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선금 신청에 필요한 보증보험의 수수료도 최대 75%까지 지원,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이번 특례 시행으로 인해 신한울 3,4호기의 일감은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1조원 이상 차질 없이 집행될 전망이다.

원전기업들에 대한 특별금융 프로그램도 지난해 5000억원에서 올해 1조원 규모로 2배 확대 공급한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부터 약 3000억원의 저금리 융자 및 2000억원의 보증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3월 산업은행·한수원·두산이 힘을 모아 3~5%대 금리의 ‘원전기업 특별금융’을 시행, 1차 출시분(500억원)이 3개월 만에 전액 소진되는 등 기업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기업들은 탈원전 기간의 매출실적 감소와 부채 증가 등 신용도 저하로 산업은행 융자 활용에 제약이 있거나, 담보 부족으로 인해 대출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보다 촘촘한 자금 지원을 위해 금년부터 시중은행을 통한 2~3%대 저금리 융자를 지원하는 1000억원 규모의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사업’을 정부 예산사업으로 신설했으며 원전기업 특례보증 규모의 상향도 추진한다.

또한 원전 설비 독자 수출에 성공했으나 매출 감소와 수출실적 없음을 사유로 수출보증보험을 발급받지 못해 계약이 파기될 우려를 제기하는 수출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원전수출보증 지원사업’도 올해 예산에 반영, 신설한다.

정부는 탈원전 기간 침체됐던 원전산업계의 신규 투자에 마중물을 붓기 위해 조세특례제한법령 상 원전 분야 세액공제도 대폭 확대한다. 현행 조특법령상 세액공제 대상인 신성장·원천기술에 포함된 대형원전 및 SMR 분야 설계기술과 SMR 제조기술의 일부에 더해 대형원전 제조기술을 신규 반영하고, SMR 제조기술 범위 확대를 통해 원전 기자재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부분의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이 대형원전 제작·가공 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특법령 개정은 그동안 세제 감면을 받을 수 없었던 많은 기업들도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의미 있는 제도 혁신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올해에만 원전산업계에서 1조원 이상의 설비 및 R&D 투자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원자력 R&D 전체 예산은 증가 추세였으나, 탈원전 기간 해체와 방폐물 관리 등 후행주기 중심으로 확대돼 왔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는 국내 원자력 R&D를 SMR과 4세대 원전 등 차세대 유망기술을 중심으로 혁신하고 이를 위해 5년간 4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개요.
▲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개요.

SMR 선도국 도약 위해 승부수 던지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미래 원전 패권을 좌우할 것으로 주목받는 SMR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대형원전 대비 개선될 안전성, 유연성 및 다목적성으로 잠재력이 큰 SMR은 현재 전 세계 80여개의 노형이 개발 중이며, 해외 선도기업들은 2030년대 초 상용화 달성을 목표로 규제 기관 심사 등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개시된 국책사업인 ‘혁신형 SMR(i-SMR)’ 기술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독자노형 개발이 추진 중이며, 다양한 민간기업들 또한 해외 설계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SMR 활용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안덕근 장관은 SMR 선도국 도약을 위한 △독자기술개발 △선제적인 사업화 추진 △국내 파운드리(제작) 역량 강화 등 3개 전략을 제시하며 강한 추진 의지를 표명했다.

정부는 향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한국형 소형모듈원전 i-SMR의 개발을 가속화 하기 위해 전년 대비 9배의 예산을 증액했으며, 2028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국내 원자력계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계획이다.

i-SMR을 포함한 여러 노형의 국내외 사업화는 다양한 민간기업들이 참여,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업체계와 전략을 올해 중 마련해 본격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지난해 출범한 민·관합동 SMR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 차원의 SMR 활용 사업모델 구상과 이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 제언도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모듈형 제작·설치가 가능한 SMR의 확산에 따라 ‘공장에서 원전을 만들어 수출하는 시대’가 열릴 것에 대비, 우수한 국내 원전 제작역량을 활용해 SMR 위탁 생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개시된 SMR 혁신 제작기술 및 공정 R&D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한편 지역기업들의 SMR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정부는 SMR 설계·제작·사업개발 분야 기업들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정책 펀드 신설·운영도 추진, 국내 SMR 산업 활성화를 촉진할 계획이다.

안덕근 장관은 창원과 경남이 지역 내 우수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역량을 살려 반도체의 삼성전자·하이닉스와 같은 파운드리가 집적한 글로벌 ‘SMR 클러스터’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다.

아울러 창원·경남지역 원전기업들이 해외 SMR 설계기업 원자로 생산에 참여하는 등 관련 공급망에 기 진출해 있는 만큼 이를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련 R&D와 투자혜택, 글로벌 기업과의 파트너링 등을 지원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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