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과 다른 가압경수로 채택
21세기 들어 고장정지 줄고 이용률 늘어

원전은 한 순간의 사고로 커다란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시설인 만큼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늘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2013년 3월 원자력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 거주지 주변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41.6%, 반대하는 응답자는 54.3%로 반대 입장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여전히 절반 이상이 불안감을 나타냈다. ‘원전이 안전하다’는 응답은 43.6%로 지난 조사 대비 9.7%p 하락했고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51.7%로 조사됐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 중 81.6%는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답해 ‘안전만 보장된다면’ 원자력발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3일 한수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원전안전시민평가단(단장 최진호) 1분기 평가회의에서 평가단은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으나 직접 눈으로 보고 안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 고리원전 전경.

▲우리 원전은 후쿠시마 원전과 다르다
원전의 노형은 대표적으로 가압경수로와 비등경수로가 있다.

가압경수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보편화된 원자로로써 우리나라 표준형 원전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비등경수로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비등경수로는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은 냉각수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 핵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 용기 내에서 물이 끓으면서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리기 때문이다.

반면 가압경수로는 완전히 분리된 3개의 독립적인 냉각계통으로 구성돼 있어 각 냉각계통을 순환하는 물은 서로 섞일 수 없다. 이에 따라 1차계통(원자로냉각재계통)의 물에 존재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이 2차계통의 터빈이나 복수기로 이동되지 않는다.

또한 1차계통을 격납건물 내에 위치시켜, 1차계통의 냉각재가 누출되더라도 건물 밖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적다.

실례로 1979년 미국의 쓰리마일 아일랜드(TMI) 원전에서 원자로심이 녹아내리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방사성 물질이 대부분 격납용기에 갇혀 외부환경에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가압경수로형은 단전 시에도 증기발생기를 이용, 원자로심의 냉각이 가능하다. 만약 원자로심이 녹아 수소가 발생하더라도 전기없이 동작가능한 ‘수소 재결합기’가 있어 수소폭발을 방지한다.

▲지진에도 견디는 한국형 원전
2007년 4월 착공해 오는 9월과 내년 9월에 각각 준공 예정인 신고리 3·4호기는 안전성 확보에 가장 무게를 뒀다.

비상전력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해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교훈삼아 신고리 3·4호기에는 비상전원 공급대책을 더욱 강화했다.

특히 지진이나 해일에 대비하기 위해 내진안전성을 강화한 10m 높이의 콘크리트 방벽을 쌓았다. 내진설계 기준 역시 규모 7.0 이상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격납건물은 원전연료와 연료봉을 싸고 있는 1·2차 방벽, 25cm 두께의 원자로 용기, 6mm 두께의 철판으로 이뤄진 원자로 건물내벽, 120cm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원자로 건물 외벽 등 총 5단계 방벽으로 둘러져 있다. 비행기가 충돌해도 견딜 정도의 안전성을 갖춘 것이다.

또한 원전은 기본적으로 원자로 격납건물 등 주요 구조물과 기기, 부지주변에 지진감시설비를 설치해 상시 지진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다.

▲늘어나는 이용률, 줄어드는 고장정지
발전소의 이용률은 설비의 건전성 및 운영인력의 우수성 등 발전소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최초로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래 1990년까지 국내원전의 평균이용률은 70% 수준에 머물렀다.

이후 지속적인 운영기술 향상으로 1991년부터 꾸준히 80~90%대의 이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부터 2011년까지 12년간은 한 번도 빠짐없이 90% 이상의 이용률을 기록했다.

2010년까지 세계원전 평균이용률이 단 한 번도 80%를 넘은 적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우수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의 초기단계인 1980년대 중반까지는 연간 호기당 5건 이상의 고장 정지율을 보였으나,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운영경험과 관련 기술의 축적으로 호기당 1건 내외로 안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고장정지는 1년 동안 정상 운전 중 기기고장 또는 인적 요인에 의해 발전소가 불시 정지한 건수를 의미한다. 이는 안전성과 전기품질 확보 측면에서 원전의 운영관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2000년 이후에는 연간 호기당 약 0.5회 내외의 우수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동원전 23기에서 9건의 고장정지가 발생, 연간 호기당 고장정지율은 0.4건을 기록했다.

 

[인터뷰] 최남우 한국수력원자력 발전운영팀장

“우리나라 원전 설비운영·안전성 세계 최고 수준”

지난 4월 한 달간 세 번의 원전 정지가 발생했다.

4일 계획예방정비를 마치고 출력 상승 중이던 고리 4호기는 통합스위치야드 차단기가 개방돼 터빈-발전기 및 원자로가 자동정지됐다. 점검 후 9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14일 증기발생기 2차 측에서 발생한 금속충격감시계통 경보신호의 원인점검을 위해 원자로를 수동정지했다. 같은 달 23일에는 정상운전 중이던 신월성 1호기에서 제어봉구동장치제어계통(CEDMCS) 제어카드 고장에 의한 원자로보호신호가 발생해 원자로가 자동정지됐다.

모두 방사능물질 누출 등 안전관련 사고는 없었지만 국민들이 원전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전 원전의 발전운영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남우 한수원 발전운영팀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최근 원전 고장이 잦아진 것인가?
최근 고장정지가 많은 것은 아니며, (발생횟수로 따지면)예년 평균수준이다.

2011년도에는 21기 운전 중 7건(계획예방정비 및 시운전 중 정지 제외)의 고장정지가 발생해 호기당 평균 정지건수는 0.33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호기당 약 0.4건을 나타냈다.

이는 세계평균과 비교해 매우 적은 것으로, 미국과 비교해볼 때도 1/3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고장이 가장 잦은 부분과 고장이 나는 이유는?
최근에 전자부품에서 고장이 일어났었다. 전자기판에는 수없이 많은 전자부품들이 설치돼 있는데, 모든 부품들의 건전성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수원은 전자기판 자체의 성능시험을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지만, 어느 한 부품이 갑자기 성능이 떨어져 일어나는 고장을 사전에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사소한 고장이라도 원자로를 안전하게 운전하기 위해 자동으로 정지하는 것이다.

▲안전에는 이상이 없나?
정지가 된 것 자체만으로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것이다. 고장이 생겼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운전을 계속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자동차가 고장이 나면 세워서 정비하는 것과 같다. 원전은 매우 작은 부분의 이상도 감지해 자동으로 정지시킴으로써 안전을 유지하게 된다.

▲고장을 줄이기 위해 한수원에서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
고장의 근본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정비를 더욱 철저히 한 후 운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설비 및 품질관리 분야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추가로 국제전문기관 점검도 추진 중에 있다.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 각오는?
우리 원전은 세계적으로 설비운영 측면에서나 안전성면에서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말할 수 있다.

다만 종사자의 안전문화부분이 미흡해 미국 선진운영 발전소인 엑셀론사의 안전자문을 받는 등 국민들로부터 원전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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