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美 2020년까지 40GW 용량 CHP 추가 설치-
-CHP기술 많이 약화…국내기업 진출 가능성-

▲강재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셰일가스 개발에 의한 미국내 천연가스가격 하락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퇴역 임박 등으로 미국내의 CHP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CHP 지원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20년까지 40GW 용량의 CHP를 추가로 설치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주정부의 정책지원 및 이해관계자간의 교류를 촉구하는 내용이다.

행정명령의 핵심은 에너지효율적 기술인 CHP 설치지원을 통한 에너지 및 경제 전반적인 시너지효과 창출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10여년간 CHP의 검증된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전력도매시장의 규제완화와 천연가스가격 변동성 확대가 맞물려 CHP의 성장이 둔화되어 왔었다.

미국 행정부는 최근 CHP에 유리한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고, 에너지효율성 제고 및 기후변화 대응 차원에서도 CHP와 같은 정책수단 개발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CHP 지원정책이 결여되어 있는 주정부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내려고 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EU의 20/20/20 목표달성을 위한 주요한 정책수단으로서 CHP를 활용하고 있다.

EU는 이미 2004년에 CHP에 관한 지침을 통해 에너지절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CHP 활용을 촉진토록 한 바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효율에 관한 지침을 통해 신규 발전소 및 산업체 발전설비에 CHP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EU회원국들은 이러한 EU의 지침에 따라 CHP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집단에너지사업용 CHP 용량이 많이 증가했으나 CHP 프로젝트의 사업성은 현저히 낮아져 있는 상태이다.

CHP의 주연료인 천연가스의 가격은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전력 및 열 요금은 규제로 인해 비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이로 인해 중소규모 열병합발전사업자의 경영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 인식도 충분하지 못하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대응 주요 정책에서 열병합발전의 역할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제도인 에너지이용합리화자금 융자의 규모는 2007년 약 1300억원에서 2010년 약 59억원으로 현저히 줄었다.

열병합발전의 다양한 편익과 함께 미래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에너지기술 측면에서도 CHP는 우선적 선택사항이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CHP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CHP 보급확대를 위한 확고하고 지속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에너지공급안정,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설비투자 효율성 등 다방면에서 우월한 CHP의 외부적 가치를 반영하여 CHP 설치에 대한 독립적인 재정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에너지 및 기후변화대응 정책에서 열병합발전을 주요한 정책수단의 하나로 다루어야 하고 지원정책의 대상으로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으로 미국의 CHP 시장환경 변화는 국내기업의 기술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에너지부(DOE)와 환경보호청(EPA) 자료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표대로 2020년까지 CHP 40GW를 신규로 설치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400~800억 달러가 투자되어야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CHP 관련 기술기반은 지난 10년간의 CHP 시장 침체로 많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리의 높은 CHP 기술이 진출할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내 CHP 보급현황 및 잠재력-

미국의 2011년 말 기준 CHP 보급 상황을 보면, 전국적으로 산업용과 상업용 등 시설에 총 3842개의 CHP가 설치되어 있으며 총 용량은 82GW이다.

CHP는 미국 총 발전설비용량의 8%, 연간 발전량의 1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설비의 65% 정도가 100MW급 이상이며 평균 규모는 21.3MW이다.

CHP 용량의 87%가 산업용 시설, 나머지 13%는 상업 및 기관시설용에서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에서는 화학(29%), 정제(18%), 제지(14%), 식품가공(8%), 금속제조(5%)와 같은 에너지집중적 제조업에서 전력과 증기를 공급하고 있다.

상업 및 기관시설용은 병원, 학교, 대학, 호텔, 양로원, 사무용건물 및 아파트단지에 전력과 냉난방을 공급하는데 도시와 대학에 있는 지역에너지용 CHP 용량은 대략 5GW에 불과하다.

CHP의 사용연료로는 천연가스가 가장 흔한데 그 비중이 71%에 달하고 있다. 그외 바이오매스, 공정폐열, 석탄 등 다양한 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CHP 투자는 2000년대 천연가스가격의 높은 변동성, 주정부 정책에서의 장애 요소 및 경제전망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2001~2006년간 가파르게 하락했으며, 이 때 위축된 투자추세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용 및 상업/기관시설용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CHP의 기술적 잠재력은 130GW로 평가되고 있으며, 산업시설에서 CHP의 자체수요 초과전력의 판매를 감안한 시설규모로 한다면 잠재력은 총 195GW 이상일 것으로 평가된다.

-CHP 시장확대 장애 요인 -

CHP는 초기에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요한 반면 회수기간은 긴 특성을 가진 프로젝트로 단기간의 경제적 편익을 중시하는 일반적인 투자 선택에서 후순위화되는 경향이 있다.

CHP의 본질적인 특성외에 제도적 및 시장적인 측면에서 CHP 경제성에 불리한 영향을 주는 요인들도 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CHP시설에서 발생되는 초과전력을 소매시장이 아닌 도매시장에만 판매하도록 하는 주정부 규제는 경제성 평가 시 전력 판매수입을 저평가되게 한다.

또한 전력회사가 CHP운영회사에 부과하는 대기요금(standby rates)은 전력회사 관할권내의 모든 CHP가 동시 중단될 경우를 대비한 설비투자 비용을 반영하므로 단일 CHP에서 필요로 하는 수준 이상의 비용이 반영된다.

CHP 시스템은 지역 전력회사의 배전 혹은 송전망에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계통연계(interconnection)'에 상당한 비용부담이 발생한다.

시장적인 측면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의 변동성 확대와 연료가격과 판매전력가격간의 차이(spark spread)가 CHP 경제성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CHP의 경제성을 결정하는 주요소는 연료비인데 2000년대의 천연가스가격 변동성 확대로 최근의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천연가스 가격은 규제가 철폐된 자유경쟁시장에서 정해지는 반면, 전력망의 전력구입가격은 규제기관에 의해 정해짐에 따라 천연가스가격 상승은 Spark spread를 확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CHP 건설규모 감소로 인한 산업기반의 약화, 투자자들의 CHP 이해부족, 이산화탄소 규제정책의 불확실성 및 CHP 건설 행정비용의 과다 등이 있다.

-셰일가스 의한 천연가스 가격 하락-

그러나 최근에는 CHP에 긍정적으로 시장상황이 바뀌고 있다. 우선은 셰일가스 개발에 의한 미국내 천연가스 가격의 하락이다,

미국은 지금 천연가스의 단·장기공급전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셰일가스 변혁의 과정에 있다.

미국시장에 공급된 셰일가스량은 2005년 이후 14배로 증가하였으며, 2008년 이후 가스 가격은 평균 $4/MMBtu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 이전 5년간의 평균가격은 약 $7.5/MMBtu 수준이었다.

EIA는 2030년까지 Henry Hub 천연가스 가격이 $4~7/MMBtu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안정된 가스 가격의 지속은 CHP 시장 개발에 강력한 유인이 될 전망이다.

천연가스를 CHP의 주요 연료로 사용하고 있으며, 천연가스 자체가 청정연소가 가능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연료이기 때문이다.

-석탄화력 노후화로 대체수요 가능성-

CHP에 긍정적인 환경은 석탄화력발전의 퇴역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최근 몇년간 늘어난 노후 석탄발전소 퇴역계획으로 인한 대체발전소 건설 필요성은 CHP 건설의 기회가 되고 있다.

퇴역계획 증가는 천연가스 가격 하락과 지속 전망, 석탄가격의 상승 추세, 전력수요 증가세의 둔화 전망, 석탄화력발전소의 노후화 및 EPA의 배출감축기술 투자 요구 등의 시장환경 변화 때문이다.

발전소 퇴역결정이 증가한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예비율 목표치를 유지하기 위해 또는 지역의 계통 신뢰도 유지를 위해 새로운 발전용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미국의 에너지효율경제위원회(ACEEE)는 석탄발전 의존도가 높은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경우 총발전용량의 11%가 퇴역할 예정인데 그중 3분의 1을 CHP로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알라바마 및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경우에는 퇴역 석탄화력발전의 절반을 CHP로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주정부들도 CHP 확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CHP가 다른 발전설비보다 청정성이나 에너지효율성에서 보다 나은 투자선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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