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논쟁에 소비자 ‘우왕좌왕’
보일러 점유율, 공식 집계 필요

지난해 말 보일러 업계의 두 거함인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의 설전으로 업계는 떠들썩했다.

이는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가을 새롭게 런칭한 광고 문구 ‘국내 1등, 수출 1위’에 대해 귀뚜라미 측에서 “경동나비엔이 잘못된 자료를 갖고 1위라고 홍보한다”며 발끈한 것.

경동나비엔은 지난해 9월 15일부터 2012년 신규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수출 1위, 국내 1위’를 내세웠다. ‘닭과 알’편 광고에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을 빗대 ‘국내 1등 기업과 수출 1등 기업이 다르지 않으며 모두 경동나비엔’임을 강조했다.

이에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주장이 보일러 부문에서만 나온 매출이 아니라 온수기도 포함된 수치임을 강조하고 온수기는 보일러가 아니기 때문에 경동나비엔이 보일러 1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귀뚜라미홈시스로 일반 대리점 판매, 귀뚜라미를 통해 특판 판매를 진행 중인 귀뚜라미의 입장에서는 특판 매출을 포함하면 경동나비엔을 앞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지난해 8월과 11월 공정위가 나서는 등 양사의 설전으로 업계가 시끌시끌했다.

-매출 ‘경동’, 수익 ‘귀뚜라미’?-

이같은 논쟁은 1위라는 타이틀이 큰 광고효과를 보장해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큰 광고효과는 그만큼의 매출을 가져 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부분들은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로 새로운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가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현재는 신규 물량보다 보일러에 대한 교체수요가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특히 이 교체물량 시장은 각 제조사의 이미지가 매출과 크게 연관 된다는 설명이다. 신규물량의 경우 보일러 선택권이 건설사에 있지만 교체물량은 직접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있기 때문에 교체를 앞둔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팔리는 보일러’라는 이미지는 ‘좋은 보일러’라는 이미지도 함께 심어 주기 때문이다.

또한 보일러는 한번 구입하면 보통 1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판매량이 가장 많은 보일러를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을 비롯해 해외 수출 물량, 기름보일러 등을 합한 총매출은 경동나비엔이 우위에 있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귀뚜라미가 우위에 있다는 얘기도 농담조로 들리고 있다.

그만큼 보일러 시장에는 정확한 매출 수치를 집계하는 기관이 없어 매년 이러한 설전이 오고 간다는 현실을 방증하는 셈.

업계 관계자들은 소위 보일러 빅3가 과점을 형성한 ‘삼국전쟁’에서 ‘1위 타이틀’은 타사와 차별화된 광고 효과를 안겨다 주기 때문에 공식 통계자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1위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조사과정도 의문-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말 1차적으로 가스보일러 시장조사에 나선 이후 11월 2차 조사에 나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조사가 공정위에서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것이 아니라 동종업계의 신고로 진행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보일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일의 전말은 귀뚜라미로부터 표시, 광고법 위반 신고가 들어와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8월말 공정위는 귀뚜라미로부터 보일러 광고와 관련한 ‘표시 광고 위반’ 신고를 접수, 조사에 나서 8월, 11월 두 차례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건도 작년 말까지 설전이 오갔던 ‘국가 대표 보일러, 국내 1등, 수출 1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 상황에서 보일러 업계의 반응은 ‘당황’이었다. 왜냐하면 조사의 방향이 가격담합이나 부당거래, 불공정거래 부문이 아닌 표시·광고법 위반이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서 더욱 경쟁이 치열한 것을 알고 있을 공정위가 부당거래 혹은 가격 담합이 아닌 광고부분으로 조사를 벌이는 데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편에서는 귀뚜라미의 입김이 공정위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쏟아져 나왔다.

이미 방송심의나 광고심의위원회에서 무역협회 통계 등 자료를 통해 심의했기 때문에 억측이라는 이야기.

또한 국내 1위, 수출 1위를 자부하는 경동나비엔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기 위한 귀뚜라미 측의 노이즈마케팅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1위 논쟁, 심판이 필요하다-

그야말로 보일러 전쟁이다. 점유율이 매출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살기 위한 전쟁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시장이 움추려 들고, 건설경기 불황의 장기화로 내수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제조사는 매년 보일러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

이런 상황속에서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 ‘보일러 1등 논쟁’에서 정작 소비자가 제외됐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설전이 지속될 경우 그 피해자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두 거함의 설전이 계속되면 정작 보일러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진짜 자신에게 필요한 보일러, 좋은 보일러를 고를 수 없게 된다는 것.

또한 소비자의 신뢰성 하락은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정위는 공식적인 통계가 전혀 없는 이런 상황에서 각사에 스스로 최근 3년간 연간 매출액과 연간 시장 점유율을 작성하라고 명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가스보일러 업계에서 시장점유율 때문에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게 공식적으로 집계되는 생산량이나 판매량이 없기 때문인데 각 업체에게 데이터를 스스로 제시하라는 것이 신빙성을 가질 수 있겠냐하는 의문도 넘쳐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서로 1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을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기관이 없기 때문”이라며 “각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까지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투명하고 정직한 자료가 필요할 때이다”라고 밝혔다.

보일러사의 싸움은 결국 공식적인 집계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런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공식기관의 공식적인 분석자료가 필요하다는 것.

또 다른 관계자도 “1위 다툼을 벌이는 것은 결국 홍보효과를 노리는 것”이라며 “제조사의 주장이 상충될 경우 공식적인 집계가 없을 때 소비자들은 더욱 큰 혼란을 겪게 되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한 공식 통계팀을 구성하고 신뢰성 있는 분석자료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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