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프랑스서 “어찌된 일 알아보라” 지시
7일 조석 차관 경영진 긴급소집, 후사 지시

한전 경영개선을 위해 지난 1년여간 열정적으로 매진했던 김중겸 사장이 15일 이임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을지연습 복구훈련 당시 모습이다.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사전 예고 없이 임기를 2년이나 남겨놓고 15일 결국 이임했다.

표면상으로는 사표 제출이지만 실제로는 경질이 확실하다.

취임한지 불과 1년2개월만에 자진 사표 형식으로 떠났지만 이번 김 사장 퇴진은 여러 가지 점에서 의혹과 뒷말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김 사장은 퇴임식도 갖지 않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15일 현재 시점에서 그렇다는 얘기다. 퇴임식 등 절차에 관해서는 재론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한전 관계자들은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놓고 김 사장이 정부와 심한 갈등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로 한전 사장에 오게 됐고 이를 잘 아는 정부로서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김 사장 체제를 현 정부에서 보장할 계획이었다.

지경부는 그러나 김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지경부를 제끼고 언론 등을 통해 독자행동을 하자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가 교체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8월말 한전이 정부의 전기요금 과다규제로 만성적자에 처하게 됐다며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4조4000억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사실이다.

여기에다 김사장이 현재 민간발전사에 유리한 SMP(계통한계가격)를 발전자회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지경부의 방침과 엇박자를 내자 조기 수습 차원에서 김 사장을 경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경질 타이밍으로 지난 7일에서 9일 사이를 선택했다.

이 기간동안 이명박 대통령은 태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하고 김중겸 사장은 WEC총회 참석차 프랑스 모나코를 방문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WEC총회 참석차 프랑스로 5일 출국한 김 사장은 다음날인 6일 일부 언론을 통해 본인이 사의를 표명했음을 알게 됐고 7일 한국에 전화를 걸어 “자신은 그런 적 없다. 어찌된 상황인지 알아보라”는 구두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석 지경부 차관은 7일 밤 10시 한전 경영진을 긴급 소집, “김사장 사표낸 것 맞다. 다음단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단계는 차기사장 인선준비를 의미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대통령 그늘 하에 행정부와 줄다기를 했던 대표적 공기업 한전 사장은 한방에 KO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유야 어찌 됐든 공기업의 수장을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경질하는 것이 상식에 맞는가라는 지적도 있다.

전국전력노동조합은 김 사장 퇴진과 관련한 성명서를 지난 13일 발표하고 “물러나야 할 합리적 이유도 없고 시기도 적철치 않다”고 지적했다. 

전력노조는 “전기요금 인상 부분과 전력거래제도 개선 등에 있어서 정부와 불가피하게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으나 이는 전적으로 한전 경영을 정상화하고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요구였다”며 “임기 3년의 사장을 동계수급위기라는 중대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쫓아낼 때는 합법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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