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에너지 공급, 비중 높은 석유·가스 필수적
수소와 전통에너지원의 효율적 믹스 운영해야

[에너지신문] 지난 8월,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나고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또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할시 최악의 상황을 회피할 여지는 남아있다”며 유엔 회원국들이 지구촌 기후 위기 대응을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전세계가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기 위해 주목하는 탄소중립이란 과연 무엇일까?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를 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배출된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를 제어하는 것이다. 

지구의 평균온도 1℃가 상승하면 해수면은 약 2.5~3.6 mm 상승하며, 약 10%의 동식물 종이 멸종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환경 변화와 기후 변화는 더 큰 이상기후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을 향해 나아가며 인간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다면 석유·가스 에너지 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엔 무엇이 있을까? 크게 네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첫번째 역할은 안정적인 전통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탄소중립 시대에도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은 에너지 공급뿐만 아니라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로서 산업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인간의 삶 및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탄소중립 실현에 방해를 줄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에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67%가 석유, 석탄 및 천연가스에서 비롯됐으며 이 비율은 2040년까지 약 54%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석유·가스 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두번째 역할은 환경 친화적인 기술을 도입해 생산과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 재생에너지 시스템, 그린 화학 공정 등을 활용한 친환경 기술을 도입할 수 있으며, 생산 및 정제과정 최적화 등의 공정개선을 수행할 수 있다. 

특히, 모범적인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과 관행을 채택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 탄소중립시대, 석유와 가스산업의 역할.

세번째 역할은 수소시대로의 에너지 전환을 대비한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이다.

탄소배출이 거의 없거나 낮은 수소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등이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부각되며, 수소에너지는 석유·가스 산업 분야에서 접근할 수 있는 미래 산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생산방식에 따라 그레이(gray), 블루(blue), 그린(green) 수소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와 같은 탄화수소를 개질해 추출된 수소로,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활용 잠재력이 높지만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생산방식이 동일하나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지 않고 포집하고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적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린수소는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는 수소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기 때문에 미래의 궁극적인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력으로는 당장 생산이 어렵고 그레이수소에 비해 생산단가가 수배에 달한다는 큰 문제가 있다. 따라서 석유·가스 산업은 수소에너지 기술 개발과 함께 전통 에너지자원의 공급을 원활히 해 효율적인 에너지믹스 시대를 운영해야 한다.

네번째 역할은 탄소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전통 및 비전통 자원개발 과정 중에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기 위해 CCS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연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석유·가스 산업은 이를 위한 핵심 기술과 실무 역량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생산된 원유 또는 가스의 정제 과정이나 및 발전소,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과정을 통해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 방출을 방지할 수 있다. 

이렇게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이 마무리된 고갈 유·가스전이나 대염수층에 영구적으로 저장돼 기존의 인프라를 보다 친환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석유나 가스의 생산성을 증진하고자 하는 CO2-EOR, ECBM(enhanced coalbed methane recovery) 공법 등의 연구가 활발한 추세다.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 전통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이란 과제는 단순히 모순을 넘어 미래를 위해 풍부한 방식으로 장기적인 투자와 함께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말해, 탄소중립은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는 동시에 기존 산업을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과학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만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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