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 급감·석화사 부진 등으로 LPG 수요 시장 ‘마이너스’ 불안  
E1·SK가스, 재생에너지·암모니아 사업 다각화로 ‘탄소중립’ 기여

[에너지신문] 올해 1분기 감소세로 돌아선 LPG 소비량은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무엇보다 휴대용 부탄이 포함된 산업용만이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할 뿐 모든 분야에서 마이너스를 기록, 반등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한국석유공사가 발표한 2023년도 상반기 LPG 소비현황에 따르면, 상반기동안 509만 6000톤을 소비, 전년동기 573만 6000톤보다 무려 1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종별로 살펴보면 프로판은 352만 3000톤으로 전년동기 393만 6000톤으로 10.5% 감소했고, 부탄은 157만 3000톤으로 전년동기 180만대비 22만 7000톤이나 줄어 12.6% 감소율을 보여, 모든 분야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프로판의 경우 가정‧상업용은 100만 2000톤을 소비, 102만 6000톤을 소비한 지난해보다 2.3% 소폭 감고, 산업용도 54만 3000톤으로 전년대비 3.4% 감소에 그쳤다. 반면 석화용은 지난해 234만 8000톤을 소비했는데, 올해는 197만 8000톤으로 37만톤, 15.8% 크게 감소했다.

▲ SK가스 울산항만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6번 부두 전경.
▲ SK가스 울산항만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6번 부두 전경.

부탄의 경우는 산업용을 제외하면 모두 감소했다. 특히 석화용은 28만 4000톤을 사용, 전년 46만 9000톤보다 18만 5000톤이나 감소, 39.4% 급락한 것이 눈에 띈다.

이번 발표에서 휴대용 부탄캔으로 집계하는 산업용 부탄만이 유일하게 웃을 수 있었다. 산업용 부탄은 6만 8000톤을 소비, 전년동기 5만 4000톤 대비 25.9% 증가했다.

또한 계속해서 침체에 빠진 수송용 부탄은 반등의 기미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송용은 상반기 117만 8000톤을 소비하며, 전년동기 123만 2000톤과 비교하면 4.4% 감소,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다.

게다가 올해 초 LPG수입가격 폭등과 경기침체 여파까지 이어지며 가정·상업용 프로판 소비량도 100만 2000톤으로 102만 6000톤대비 2.3% 소폭 감소했고, 산업용 수요도 54만 3000톤으로, 56만 2000톤 소비했던 지난해보다 주춤하고 있다.

때문에 LPG 소비량의 비중이 적은 산업용 LPG만을 제외하고, 이렇다할 반전 카드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LPG 소비량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 감소의 두 원인…LPG차‧석유화학 
최근 LPG수요가 크게 줄었다. 원인이야 많겠지만, LPG 수송 분야 급감과 함께 주요 공급처인 석유화학 시장의 부진이 큰 몫을 했다. 문제는 이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분위기 전환 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수송 분야의 부진이 심각하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LPG 사용제한 규제 완화 이후에도 별다른 힘을 받지 못한 분위기다.

이는 기후변화를 위한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면서 전기와 수소차 보급 확대한 여파를 LPG차가 고스란히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 245만대가 운행됐던 LPG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188만 1157대로 약 57만여대가 줄었다. 이는 LPG택시의 감소가 결정적이다. 현 시점에서 LPG차는 택시업계에서 전기차로 수요가 옮겨가면서 LPG 시장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신차 부재 탓에 경제적 메리트가 감소하며, 소비자들은 ‘전기차’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최근 10년간 차량등록대수가 줄어든 유종은 LPG가 유일하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LPG 차량 등록대수 감소율은 17.9%에 이른다. 최근 몇 년간 LPG 소비를 촉진했던 수송 분야의 동력이 크게 상실된 분위기다. 

여기에 석유화학사의 부진으로 납사 대체 LPG수요 증가도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한 형국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시황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실적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급등했던 천연가스 가격을 낮추기 위한 LPG대체 수요도 예년처럼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 E1 LPG 복합 수소충전소 모습.
▲ E1 LPG 복합 수소충전소 모습.

SK가스·E1, 탄소중립 시대 ‘저탄소’로 돌파 
계속되는 LPG 수요의 부진 속에서 SK가스, E1 등 LPG 수입사들은 ​친환경·저탄소 사업을 통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업계는 LPG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실현에 기업의 생존을 걸고 있는 가운데, LPG업계도 ‘탄소중립’에 기업 생존의 명분을 담았다. 

E1은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의 실현가능한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LPG충전소를 기반으로 수소·전기충전소를 확대하고 있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에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저탄소 비즈니스 전환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미래 신사업의 기반을 견고히 한다는 목표다.  

우선 E1은 캐나다 블루 암모니아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 캐나다 앨버타주산(産)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 지하 매립 처리(CCS)를 거쳐 생산한 청정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 국내 도입하는 것으로, E1은 이번 투자로 연간 100만톤 규모의 블루 암모니아 공급 물량을 확보하고 2028년 국내 도입을 목표로 한다.

또한 E1은 수소사업 확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LPG를 통한 노하우를 유사성이 높은 ‘수소’에 투입에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1년초 수소팀을 신설,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시작했다. 

서울 오곡, 원당, 과천 등 수도권 3개소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등 ‘LPG 복합 수소충전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고, 코하이젠 지분 투자로 상용수소충전소 구축에도 관심이 많다.

향후 혼소 발전용 수소 공급을 위한 청정수소(암모니아) 공급기지 구축, 수소출하센터 및 연료전지 발전사업 등 다양한 수소 관련 사업 추진도 고민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의 충전인프라 점유율 확보를 위해 E1은 전기차 충전 사업에도 손을 뻗었다. 오랜 기간 쌓아 온 LPG충전소 구축과 운영 노하우와 LS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

전국 400여개 LPG충전소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고, 다양한 파트너십을 통해 All-in-One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SK가스는 최근 울산GPS 건설현장에서 ‘LNG/LPG 듀얼 가스터빈’을 소개하며, 새로운 기업의 이미지를 제시했다. 이른바 LPG 공급 회사의 이미지를 탈피, LNG부터 수소까지 아우르는 ‘넷제로 솔루션 프로바이더(Net Zero Solution Provider)의 모습을 선언한 것이다. 

세계 최초로 짓고 있는 LNG·LPG 듀얼발전소 ‘울산GPS’는 SK가스의 비전을 실현할 핵심 인프라다. 내년 10월 시운전에 돌입하는 이 발전소는 약 1조 4000억원이 투입, 연간 전력 생산량은 860만MWh로 280만여 가구가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한다. 

무엇보다 LNG나 LPG 중 시황에 따라 저렴한 가스를 선택해 투입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SK가스는 이번 울산GPS 사업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 LNG 중심의 사업 변화를 예고했다. 

또한 SK가스는 국내 LNG벙커링사업에도 뛰어든다. 최근 SK가스는 에이치라인해운, 울산항만공사(UPA)와 손잡고, 민간기업과 공기관 합작 LNG벙커링사업을 추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SK가스는 LNG 터미널 운영 경험을 기반으로 LNG벙커링 전용부두를 활용한 최적 운영 Solution 개발 및 선박용 LNG 확보를 통해 경쟁력 있는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할 계획이다. 

SK가스는 수소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040년까지 수소사업 매출 5조원 달성, 시장 점유율 20%로 ‘국내 3대 수소 사업자’를 목표로 삼았다.

현재 울산 북항 일대에 2조 2000억원을 투자해 14만㎡ 규모의 수소복합단지를 조성 중이다.

KET 인근에 CEC를 건설해 수소사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전국에 펼쳐져 있는 LPG충전소를 활용한 수소충전소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천의 LPG·수소 복합충전소 등 2개소를 시작으로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

무엇보다 SK가스는 수소밸류체인 구축을 위해 다른 기업들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롯데케미칼, 에어리퀴드코리아가 참여한 ‘롯데SK에너루트’를 설립, 50MW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설치한 뒤 점차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LS일렉트릭과도 2025년 상업 발전을 목표로 대전 평촌 산업단지에 40MW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설립을 추진 중이며, 한화임팩트, 고려아연, ARK에너지 등과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국·호주 수소 컨소시엄’도 출범시켰다.

SK가스는 “LPG에 안주하지 않고 LNG와 수소로 비즈니스 시프트 달성을 위해 해온 치열한 준비가 이제 곧 빛을 발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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