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감사결과 공개...기관운영 전반 다수 비위 적발
6명 징계·5.9천만원 환수 요구...윤의준 총장 해임 건의
고개숙인 에너지공대 “총장 해임은 받아들이기 어려워”

[에너지신문] 문재인 前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 양성을 위해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에서 각종 비위가 자행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한전이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립을 강행한 만큼 방만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8일 에너지공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4월 국회에서 한전이 지난해 9월 에너지공대에 대해 실시한 업무 컨설팅에서 드러난 문제점 및 은폐의혹 등에 대해 정부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업무 전반에 대해 진행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전의 에너지공대 컨설팅 결과가 대학운영의 중요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해 이사회와 산업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후속조치도 신분상·재정상 조치 없이 단순 개선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예산‧회계, 인사‧총무, 공사‧계약, 연구분야 등 기관 운영 전반에 걸쳐 규정 위반, 관리부실 등 도덕적해이 및 부적정 사항이 다수 발견됐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 한국에너지공대.
▲ 한국에너지공대.

예산‧회계 분야에서는 △법인카드 사용 및 관리 부적정 총 264건(1억 2600만원) △업무추진비 집행 및 정산 부적정 총 28건(800만원) △사업비로 사용해야 할 출연금 208억원을 기관운영비·시설비로 집행하는 등 출연금 용도별 관리 소홀과 같은 다수의 비위 사항이 적발됐다.

일례로 A교수는 음식점에서 음식값 127만원을 법인카드와 연구비카드 3개로 1분 간격으로 결제하는 등 총 14회에 걸쳐 880만원을 분할결제 했다. 또 B직원은 법인카드로 카페 포인트(유가증권)를 선결제하고, 본인의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를 입력해야 사용 가능하도록 설정한 후 포인트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했다.

인사‧총무 분야에서는 47명이 허위근무 등으로 206건, 약 1700만원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C팀장은 퇴근 후 시간외 근무 종료시간에 맞춰 외부에서 시스템에 접속, 퇴근 시간을 입력하는 방법 등으로 총 25회에 걸쳐 320만원 시간외수당을 부당 수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이사회 및 산업부에 보고 없이 내부결재만으로 13.8%의 급여인상을 결정한 사실도 확인됐다. 급여가 직원 1인당 약 300만원~3500만원 인상되는 과정에서 임금인상률 확정을 산업부 협의나 이사회 의결없이 자체 진행한 것.

공사 및 계약 분야에서는 민법과 공대 자체 규정을 위반해 계약업무를 처리, 공대에 손해를 발생시키는 등 업무 해태 및 관리부실 사례가 발견됐다.

주요 사례를 보면, 임차건물은 민법상 임대인이 보수해야 하나, 공대 임차 학생 기숙사 방수 공사를 공대 부담으로 해 약 1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 임직원들에게 임차사택을 제공하면서 지원 한도를 벗어나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320만원을 과다하게 지급했다. D교수의 경우 지원한도가 3억원으로, 4억 5000만원 사택 임차시 1억 5000만원에 대한 중개수수료(55만원)는 자부담해야 하나 학교 측이 중개수수료 전체를 지급했다.

연구분야에서는 연구과제 수행과 관련이 적은 무선 헤드폰 등 범용성 비품을 구입(총 31건, 2000만원)해 연구비를 목적 외로 사용하고, 연구비 집행 관련 규정을 자의적으로 운용하는 등 연구비 관리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E교수는 연구비로 연구과제 수행과 직접 관련이 적은 무선 헤드폰, 신발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을 구입하는 등 4회에 걸쳐 530만원을 연구비 목적외 사용한 것이 적발됐다. 교수 연구비 지원 및 회의비 집행에 있어 ‘연구비 관리 지침’과 연구업무 관리규정, 학칙 등 상위 규정이 상충됨에도 개선없이 상위 규정만 적용, 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산업부는 막대한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과 자회사, 정부, 지자체의 출연금으로 조성돼 고통 분담과 함께 투명하고 합리적인 예산집행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공대 기관운영 전반에 관리부실, 규정 위반과 기강 해이 행위가 대거 발생했다는 점에서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에너지공대 운영상 중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는 한전 컨설팅 결과 관련 이사회·산업부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前 감사에 대해서는 비위 사실 자료를 공직 인사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아울러 대학을 대표하면서 업무를 총괄하고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윤의준 총장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 미흡, 총장 개인 업무추진비 집행·관리 부적정, 중요사항 이사회·산업부 보고 소홀 등의 책임을 물어 에너지공대 이사회에 해임을 건의했다.

이와 함께 에너지공대 기관 차원의 분야별 관리 소홀 등에 대해 경고 및 주의 조치했으며, 비위 관련자에 대해 징계 6명, 주의·경고 83건 등 엄중한 처분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부당하게 수령한 시간외 근무수당과 법인카드 부정사용금액, 연구목적에 맞지않게 사용된 연구비 등 5900만원을 환수 조치하도록 하는 한편 규정 개정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 개선 조치토록 통보했다.

한편 에너지공대 측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산업부의 감사결과 처분요구와 관련,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고개를 숙였다.

에너지공대는 “개교 초기 업무시스템 불안정, 제도 미비 등으로 관리 및 운영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이로 인해 학교 운영상 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빠른 시일내에 개선, 시정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만 산업부가 건의한 윤의준 총장 해임건에 대해서는 “감사결과에서 지적된 문제점이 총장의 해임을 요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에 해당하는 것인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산업부 감사규정에 따라 재심의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입장을 밝혀 향후 재심의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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