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 분야 원로가 업계 위해 일해요”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 ‘전화기 보급 공신’
각종 원로 위원회 구성해 정책 제안할 것 

“전기ㆍ전자 업계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퇴직한 원로들이 업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 보자는 취지에서 협회를 구성했습니다. 정부나 기업이 과거의 자료를 찾고 싶어도 찾지 못하는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우리들이 도움을 줍니다.”

전자정보인협회 김건중 회장은 한눈에 봐도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다. 1936년생이니 칠순이 넘은 나이다. 그럼에도 회장직을 수행하며 업계 또는 후배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한국전자통신(삼성전자 구미공장의 전신)에 77년에 입사해 국내에 도입하려는 ‘전자 교환기’를 개발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사람 손으로 접속을 이어주는 수동 전화 시스템을 기계식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따지자면 지금의 휴대전화 기술의 원류를 개발하는 셈이다.

“내가 당시 공장장이었고 연구팀 100명을 데리고 벨기에로 가 기술연수를 받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때의 100명 기술자가 우리나라의 통신의 기본 틀을 만들었다고 봐야 하겠죠. 지금이야 모든 사람이 전화를 자유롭게 활용하지만 그 당시는 수동 교환을 해야 했기에 전화를 집에 들여놓기 쉽지 않았습니다. 기계식으로 하지 않으면 대중적 보급이 어려웠던 거죠. 제가 그것을 했습니다.”

그 이후 김 회장은 1997년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며 부사장까지 올랐다.

전자정보인협회는 김 회장이 삼성전자를 퇴직한 그해에 출범한 곳이다. 출범 때는 전자정보인클럽으로 소규모 친목 단체적 성격이 강했지만 경험과 지식이 많은 원로들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의도에서 2009년에 ‘협회’로 인가냈다.

김 회장은 전기전자 분야의 퇴직한 원로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원로만이 할 수 있는 각종 세미나, 출판, 정책 비판 등입니다. 퇴직 원로들은 과거의 사건과 사고 등을 직접 체험한 세대기에 그 흐름을 잘 압니다. 이것들을 후배들에게 들려줘 새로운 기술이나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합니다.”

일부 후배와 공무원들이 이러한 원로들을 단순히 노인으로만 취급할 때가 가장 아쉽다고 말하고 있다.

“잘못한 것이 있어서 후배에게 조언하면 귀찮아합니다. 과거의 최고는 당신들일지 몰라도 현재의 최고는 우리들이라 이거죠. 그들은 그 최고의 자리를 누리기까지 토대와 지금의 원로들이 그 토대를 위해 했던 일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거죠.”

김 회장은 협회가 더 커지기 바라고 있다.

세미나와 출판 도우미 역할 뿐만 아니라 각종 위원회 등을 구성해 국가나 기업의 정책 등에 일정한 공헌을 하고 싶은 것이 꿈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