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에너지가격 결정 등 연구성과 발표
에너지 공급위기 반영한 가격정책 방향 제시

[에너지신문] "고비용 요소를 줄이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에도 비용 효과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31일 열린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2년도 연구성과 발표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내용이다. 이날 에경연은 에너지가격 결정 현안 및 건물에너지 효율개선 등 지난해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한편 에너지 공급위기를 반영한 에너지가격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발표회에서는 전기요금 결정 구조 및 세제개선 방안, 건물에너지 효율 등에 관한 2022년의 주요 연구성과와 함께 최근 에너지 분야에서 대두됐던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의 에너지 가격정책과 관련, 연구진의 발표와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 '2022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성과 발표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22년 에너지경제연구원 성과 발표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먼저 총괄세션에서 김종익 에경연 미래전략연구팀장은 '에너지수급 안보 진단 및 에너지요금 관련 정책과제' 발표를 진행했다.

김종익 팀장은 에너지 공급망 위기 시에도 에너지 가격 결정의 원가주의를 바탕으로 에너지소비 주체의 합리적 소비를 유도한다는 에너지 가격정책 기조가 설정·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대응, 우리나라는 에너지 가격 인상을 억제해 가계 부담 증가를 주요국 대비 낮게 유지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로 인한 에너지가격 결정방식의 원가주의 이행 지연과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미수금 누적 문제도 해결해야할 과제로 지적했다.

동시에 취약계층의 에너지비용 부담을 축소할 수 있는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국민 수용성 확보를 바탕으로 가격변화에 대한 실효성 있는 에너지 수요관리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토론에서는 김녹영 대한상공회의소 실장, 김희집 서울대 교수,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토론 참여자들은 에너지산업 내 에너지 고비용 요인 제거 및 에너지 효율·절약 정책 강화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려는 노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소비자의 에너지 절약 행동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요금변화에 대한 소비자 인식과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에너지소비 절약 유인을 강화하기 위해 원가주의 에너지가격으로 소비자 행동변화를 유발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며 "정부의 에너지 가격결정 기조의 일관성과 함께 원가주의 추진에 대한 정당성 확보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출권거래, 유상할당 비중 대폭 늘려야

'전기요금 선택권 및 세금 제도'를 주제로 한 제1세션에서는 조성진 선임연구위원과 박광수 명예선임연구위원이 각각 '탄소가격을 반영한 에너지세제 개편 방향: 전력 부문을 중심으로', '주택용 전기요금 소비자 선택권 확대 방안'을 주제로 연구과제 결과를 발표했다.

조성진 위원은 탄소가격 부과 체계가 전력부문 온실가스 저감에 비용효과적인 수단임을 명확히 하고 발전부문 개별소비세를 현행 발열량 기준에서 탄소세 등 탄소함량 기준으로 개편하는 등 세제 개편 방향성을 제시했다.

또한 "배출권거래제가 지속 활용된다면 할당방식 및 유상할당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재설계 돼야 한다"며 "탄소비용이 도매가격과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 경직적인 요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수 위원은 현재 제주지역에 시범사업 중인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를 분석해 한전의 판매수입 감소, 요금 형평성 논란 등 계시별 요금제 전국 확대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사전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계시별 요금제 확대를 위한 대표적 선결과제로 주택의 60%를 차지하는 아파트의 스마트계량기(AMI) 보급 확대, 전기요금 계약방식에 개별가구 요금제 선택 개발·도입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강승진 한국공학대 교수, 김승래 한림대 교수, 허경선 조세재정연구원 박사가 참여했다.

토론에서는 탄소가격체계를 기반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원칙이 중요함에도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에너지 정책방향은 시장 기능 기반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탄소세 도입이나 배출권거래제 확대와 관련해서는 수송 등 다른 부문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 탄소중립 강화 및 정책 수용성 확보를 위한 보완 정책이 병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을 위해서는 AMI 보급 확대가 우선돼야 하며, 소비자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요금제 마련이 필요하므로 요금 격차에 따른 소비자 수요 반응을 분석하는 후속연구도 제안됐다.

미활용 열원, 신재생에너지 인정 필요

마지막 제2세션의 주제는 '건물에너지 효율 개선 및 탄소배출 저감'이었다.

김지효 연구위원이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공동주택 난방의 전력화 방안 연구', 김수일 선임연구위원이 '탄소세 도입의 상업·공공용 건물에너지 소비 영향 분석 연구'를 주제로 주요 연구결과를 발표, 논의했다.

김지효 위원은 주택 난방의 탈탄소화 대안으로 전기 히트펌프(EHP) 시스템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기술 개발과 미활용 열원을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열 등 신재생열 보급 지원 규모 확대 및 재생열 전용 인센티브제도 도입을 제안했으며 기건설된 공동주택으로의 확대를 위해 그린리모델링 사업과도 연계돼야 함을 밝혔다.

김수일 위원은 에경연의 장기전망 모형(KEEI-EGMS)을 이용, 탄소세 도입에 따른 상업·공공건물의 에너지소비 및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분석하고, 에너지 상대가격 및 대체효과를 함께 고려한 탄소세 도입 효과를 제시했다.

김 위원은 "KEEI-EGMS 모형은 가격효과 및 대체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므로 다양한 정책 효과를 살펴볼 수 있고, 현실에 더 부합하는 모형"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탄소세 도입 시 에너지원, 부문 간 대체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세제가 구성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전문가 토론에서는 전기히트펌프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력 생산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전기 난방으로 겨울철 부하가 크게 높아지는 부분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됐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전력화를 위해서는 기존 건물에 대한 전력화가 중요하므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하고, 간접배출량과 타 부문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세션 토론에는 유기형 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 최성우 에너지공단 실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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