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소통하는 RPS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해는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산업의 명운이 달린 한해다. 바로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제도가 마침내 본격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RPS 제도가 체계적으로 다듬어져 하나의 정책으로 완성되기까지는 에너지관리공단 RPS 사업단(現 RPS사업실)과 이를 진두지휘한 박병춘 前 단장(現 에너지관리공단 강원지역본부장)의 노력이 컸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맞이해 본지는 그에게서 RPS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편집자 주

●마침내 RPS가 첫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제도 수립의 선봉장으로서 그동안 RPS 사업단이 추진해 온 주요 업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 2010년 12월 지식경제부는 에너지관리공단을 RPS제도 운영을 총괄하는 공급인증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공단은 기존 신재생에너지센터 RPS TF팀을 ‘RPS 사업단’으로 확대·개편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RPS제도에 발 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사업단 출범 후 가장 먼저 실시한 것은 RPS 협의회의 구성이었습니다. 협의회는 지경부, 공급인증기관, 공급의무자(발전사), 협회 등 관련기관들을 총망라해 구성됐으며 RPS 추진에 있어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도출해 제도의 조기정착 및 활성화를 이룩하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RPS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공급의무자와 시장의 대표성을 가지는 협회 등을 통해 공급인증기관은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업계에게는 그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등 매우 의미 있는 모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한 운영규칙 제정(안), 설명회, 전문가 기술자문위원회 등 다양한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수많은 회의와 검토, 시장 의견수렴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18일 ‘공급인증서 발급 및 거래시장 운영에 관한 규칙’을 제정·공고하기도 했습니다. 사업단은 이를 통해 RPS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관리를 위해 RPS 통합운영시스템을 구축, 5회 이상의 모의운영과 그 결과에 따른 보완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에너지관리공단 내에 ‘RPS 통합운영센터’도 구축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해 10월 7일에는 제도운영위원회 및 8개 분과 기술위원회가 총 111명으로 구성돼 각계의 전문가들이 조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2일에는 정부와 에관공, 한전, 전력거래소 및 공급의무자인 13개 발전사 대표들이 모여 신재생에너지 보급 촉진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RPS 제도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협약을 가진 바 있습니다.

●현재 공급의무자들의 RPS 대비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들이 시행 첫해 의무량을 잘 소화해낼 것으로 보시는지요.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린에너지 발전전략’ 보고를 실시하면서 처음 RPS 도입을 천명했고, 같은해 12월 제3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했습니다.

정부는 RPS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2008년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 개정을 국회에 건의했으며 2010년 4월 동 법이 개정되면서 2012년 RPS 시행이 확정됐습니다.

발전사들은 이미 2006년부터 정부와 RPA 협약을 맺고 RPS 의무이행에 대비해 왔습니다. 각 사의 특성에 따라 태양광, 풍력, 소수력 등 신재생에너지 원별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매체에서 많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착공 또는 준공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는 것 또한 발전사들의 RPS 준비 상황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부에서는 발전사들이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분석한 바에 따르면 자체건설 또는 외부구매를 통해 의무량의 90% 이상을 이행할 수 있는 준비가 갖춰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RPS는 선진국에서 실패한 정책이며 발전차액 지원제도(FIT)와 병행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많은 선진국가들이 RPS 제도를 도입, 운영 중입니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들까지도 자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RPS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 RPS가 실패한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도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RPS 시행에 들어간 시점에서 공급인증기관이 타국의 정책에 대해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에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해야할 일은 제도의 성패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RPS를 시행하면서 발생한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는지 파악하고 미리 이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또 각국의 특징은 무엇이며 우리가 배워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검토하는 것이 훨씬 건설적이라고 봅니다.

정책은 종합적인 것이며 국가와 문화, 사회와 국민성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점은 배워서 우리에게 맞도록 접목시키고, 문제점은 철저히 파악해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운영규칙 제정에 대해 공청회 등에서 다양한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의견들이 충실히 반영됐는지, 또 제도 시행 중 다른 의견들이 나온다면 이를 반영할 여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시장과 소통하는 RPS’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다만 시장의 목소리는 매우 다양해서 어느 한쪽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곧바로 그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애썼지만 언제나 부족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운영규칙을 만들면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청취한 횟수만 32회에 달합니다. 비공식적인 숫자가 훨씬 많음을 감안할 때 의견수렴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만든 제도는 완벽한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RPS제도는 우리가 아직까지 한번도 시행한 적이 없는 제도입니다. 최선의 노력을 했지만 결코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욱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될 것입니다. 공단은 이들 의견을 잘 수렴해 언제든지 제도 보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RPS는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앞으로 시행착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추후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RPS를 준비하면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참고할 만한 선행제도가 부족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RPS는 아직 걸음마 단계도 아닌, 갓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린 상황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앞으로 수많은 시행착오가 발생할 것입니다.

실제로 RPS 운영시스템은 ‘모의운영-보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과 돈을 들인 시스템도 초기 운영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태양열발전이나 조류발전, 지열발전 등 가중치가 정해지지 않은 에너지원도 있습니다. 이들은 아직 상업운전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들로 향후 가중치를 정할 기초 데이터가 마련되면 이들에 대한 가중치도 정해야 하겠지요.

●RPS 사업단을 이끌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한정된 인원과 짧은 준비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직원들은 야근과 휴일근무가 일상화돼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만 하더라도 출근하지 않은 휴일이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니까요.

운영규칙 제정 막바지에는 인근 교육원을 빌려 합숙을 했었는데,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꼬박 밤을 새며 업무에 관한 토론을 한 뒤 귀가하지 않고 바로 회사로 돌아와서 다시 밤새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켠에서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RPS 제도의 공급 인증기관으로서 정부, 시장, 공급의무자 등 이해 당사자 간의 니즈를 수렴, 분석하는 한편 명확한 기준 및 공정, 그리고 투명한 제도 운영으로 조기 안정화에 노력하는 등 RPS 제도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방침입니다.

공급인증기관으로서 업무의 모토를 ‘치밀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로 정의, 설계하고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 강화에도 많은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RPS에 대한 지식을 가진 분들은 많이 계시지만 이를 실제로 경험하신 분은 없습니다. RPS 제도가 우리나라에 잘 뿌리내려 후일 훌륭한 정책의 모범으로 평가받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관련 종사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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