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석유산업의 하류부문인 정유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산업이자 주요 수출품목으로서 국가 경제 및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러한 정유산업은 비록 수송 등 지리적 여건 등의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나 높은 정제설비 가동률 등에 힘입어 세계 5위의 수출경쟁력을 지녔다. 이는 1997년 완전 자유화 이후 그동안 국내 정유업계가 진행해온 자체적인 기술 및 설비투자의 결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유산업 자체에 대한 경쟁력 강화 및 발전을 넘어 국내 석유산업 전반에 대한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석유산업이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하기 위해 그동안 소홀히 해온 국내 석유산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류’ 부문의 강화가 필요하다.

만일 석유의 저장 및 수송, 이와 연계된 거래기능에 해당하는 중류 부문이 육성된다면 에너지와 물류, 금융의 창조적 융합을 통한 연관산업 고용을 창출하고 신성장 동력산업 발굴로도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석유제품 공급루트의 다변화로 국내 석유가격 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국내 석유시장 안정화 및 동북아 석유물류 거점으로 도약과 유조선 등을 이용한 빈번한 입·출항 및 수속으로 저장·수송·물류·금융 등 연관산업의 동반 성장과 발전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현물·선물거래뿐만 아니라 선물거래 청산과 관련된 금융시스템 구축 및 파생 금융상품 개발·운용 등 금융선진화 촉진을 통해 한국의 금융허브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 2008년 이후 국내 여수나 울산 등지를 석유·가스 물류거래 중심지로 육성, 국내 석유산업의 중류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범정부차원의 노력들이 ‘동북아 오일·가스허브사업’라는 이름으로 지속되고 있다.

동북아 오일·가스허브사업은 2008년 국정과제로 선정,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반영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3년 4월 개시된 여수지역 시범사업을 거쳐, 2013년 11일 울산 북항사업 부지조성 작업에 착수함으로서, 본격적인 항진(航進) 괘도에 진입하게 됐다.

2013년 11일 착공된 울산 북항사업 부지조성 작업은 2017년 6월 준공됨에 따라 2020년 연내 상부시설 공사 착공을 앞두고 있으며, 2024년부터 상업 운영 개시가 예정돼 있다. 이제 재도약을 앞둔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자 한다.

현재 중국 상해 인근 지역이 사실상의 동북아 오일·가스 물류허브로서 부상하고 있는 바, 이러한 현실에 대한 인정과 함께 적절한 대응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특히 2018년 3월 중국 상해국제에너지거래소에 원유선물을 상장, 위안화 결제 체계를 도입, ‘상하이유’가 새로운 마커원유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추진 중인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 저장시설을 중심으로 중국 원유 선물시장의 인수도 지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가령 런던 ICE 상장 브렌트 선물인 BOFE(Brent Blend, Forties Blend, Oseberg and Ekofisk)가 복수의 다국적 인수도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한국 다국적 인수도 지점 설정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상해국제에너지거래소 측과 협의가 필요하며, 울산시가 중심이 되어 인수도 지점 지정 추진을 시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석유공사의 ‘국제공동비축사업’은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의 ‘원형(原型)’으로서, 현재는 사실상 같은 상업용 저장시설 임대사업인 관계로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과 국제공동비축 사업의 통합 운영 체계 구축을 통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양 사업의 운영·관리체계를 일정 정도 통합이 필요하다.

또한,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북항사업과 울산 공동비축 사업을 연계, 중국 원유 선물시장의 인수도 지점으로 지정받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행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은 단순한 저장시설 임대업에 한정됨으로 말미암은 불안정한 수익성 문제를 개선하고, 보다 안정적인 수익확보를 위해 수익모형의 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동북아 오일·가스허브 사업 업태를 기존 저장시설 임대업에 전문 국제석유 거래업(석유 트레이딩업)을 추가, 사업을 다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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