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LNG 비축의무·제3자 판매 놓고 ‘갑론을박’
산업부, 가스위원회 설치 ‘가스시장 선진화’ 용역
가스공사 노조, 공정위 용역에 “산업부 조사하라”

[에너지신문] 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이어 연구용역을 발주해 국내 가스시장에 대한 쟁점별 이해관계자 입장과 가스위원회 설립 등을 검토하고, 천연가스 도매부문의 경쟁도입을 살피면서 또다시 LNG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회, 산업부, 공정위의 행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3월 27일 ‘가스시장 거버넌스 선진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 주요내용은 △국내 가스시장 현황 진단 및 현행 거버넌스 제도・절차 평가 △해외 에너지 규제기관 사례 조사 △국내 가스시장 주요 쟁점별 이해관계자 입장 △가스시장 거버넌스 운영방안에 대한 유형별 장단점 비교 분석 △가스위원회 설립시 주요 기능 및 법령 개정 필요사항 등이다. 이 용역은 그동안 산업부가 밝혀왔던 가스위원회 설치를 검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간LNG업계를 중심으로 유럽과 같은 천연가스배관망 분리를 위해 가스위원회 설치를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가스위원회의 역할 정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4월 13일 ‘가스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5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용역에 들어갔다.

연구 주요내용은 △가스산업 시장 구조 및 경쟁실태 및 규제 현황 △해외 주요국의 가스산업 분야 주요 진입규제 및 필수설비 관련 제도 현황 △최근 경쟁촉진 시책·효과 및 비교·시사점 △우리나라 규제개혁 및 성과 △도매 부문 진입규제 경쟁영향평가 △천연가스 수출입업 진입규제 경쟁영향평가 등이다.

용역 제안요청서에서 공정위는 가스산업은 대표적인 네트워크·장치 산업으로 진입비용이 크고, 법령상 각종 진입규제가 존재한다. 이에 공정위는 현행 가스산업의 시장구조 및 법령상 주요 진입규제에 대한 분석 및 경쟁영향평가를 통해 가스분야 경쟁정책 및 규제개선시책 수립의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가스수입(도입), 도소매 시장(경쟁) 구조 등 가스산업 전반의 시장구조와 경쟁실태를 살펴보고, 해외 주요국의 가스산업 분야 주요 진입규제 및 필수설비 관련 제도 현황, 최근의 경쟁촉진 시책·효과 및 비교·시사점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가스공사가 소유·운영하고 있는 필수설비(배관망)의 이용과 관련해 망중립성 관점에서 관련 제도 및 규제, 천연가스수출입업 진입규제 경쟁영향 등을 평가하겠다는 내용이다.

연구용역은 기존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를 통해 규제개선의 필요성 입증,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중점을 뒀다.

최근 국회에서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 3건이 발의돼 공청회가 열리는 등 LNG 비축의무 및 제3자 판매 조항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와 공정위가 연이어 연구용역에 착수하면서 또다시 가스산업구조개편 또는 민영화가 도마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발의된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안은 지난해 8월과 12월 각각 황운하 의원, 양금희 의원에 이어 올해 3월 김한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3건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자원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우리나라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며, 급변하는 공급망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원안보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데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러나 LNG직수입자의 비축을 의무화하는 대신 국내 제3자에 대한 한시적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긍정적인 효과와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판단과 현행 법 체계와의 정합성 위배, 대기업 특혜 가중을 비롯해 공공성 측면에서 민영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자원안보 특별법’에 이어 산업부와 공정위의 연구용역이 시작되면서 국내 LNG 도입 및 도매시장의 경쟁체제 전환 확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는 민간 LNG 직수입자와 발전공기업의 LNG 직수입 확대와 LNG터미널 건설이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LNG를 직수입하는 민간 발전사들의 직도입 비중은 2005년 1.5%에서 2021년 18.8%로 확대됐지만, 자가소비용에 국한돼 있다.

최근 1분기까지 민수용 미수금이 11조 6000억원이 누적된 한국가스공사의 재무위기 상황을 틈타 정부와 공정위의 이번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LNG를 직수입하는 민간과 발전공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고 있는 것은 공정위의 연구용역이다. 14년만에 국내 가스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가스산업 경쟁’ 부문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위는 2009년 12월 ‘가스산업 경쟁정책 보고서’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독점체제의 비효율성 방지를 위해 일부 경쟁체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해 LNG 직수입제도의 도입 근거가 마련됐다.

직수입제도는 가스공사가 국내 사용되는 천연가스 물량을 독점적으로 수입 및 도매까지 담당하는 가운데 발전용 및 산업용에 한해 자가 사용물량 수입을 허용한 것이다.

가스공사 제1노조 “공정위는 산업부 조사해야”

이같은 공정위의 이번 용역 추진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제1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가스공사지부)는 본지에 비교적 상세하게 공정위 용역에 대한 의견을 전해왔다.

노조에 따르면 공정위는 2009년 12월 ‘가스산업 경쟁정책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천연가스산업은 대표적인 네트워크 산업으로, 그동안 수급과 가격의 안정에 정책의 초점을 둬 도입, 도매, 소매 등 산업 전과정에 걸쳐 과도한 정부규제와 독점구조가 지속됐으며, 가스산업도 산업의 발전과 효율성 제고, 소비자의 선택폭 확대 등의 관점에서 경쟁을 단계적으로 도입,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가스산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할 수 있는 소리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천연가스 수입계약(6만톤 이상)을 체결하려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며, 6만톤 이하의 계약은 체결 이후 산업부 장관에게 신고해야한다. 따라서 모든 계약은 산업부의 결정에 따른 것이며, 천연가스 고가 도입의 책임은 가스공사가 아니라 산업부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

그런데 산업부는 2022년 9월 30일 ‘LNG 현물구입 급증…전기료 인상 압박 커져’ 기사에 대해 “최근 가스공사의 LNG 수입 물량 중에서 현물 비중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장기계약물량이 감소된 것이 아니며, 가스공사가 체결 중(2019년~2022년)인 장기계약 건수와 물량은 동일하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그러나 이는 사실관계를 교묘히 호도하는 것이라고 노조는 주장했다.

노조는 산업부가 제시한 2019년~2022년 장기계약은 그 당시가 아닌 훨씬 이전에 체결한 계약들이라고 밝혔다. 천연가스 장기계약은 체결 이후 공급까지 통상 4~5년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산업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전기·가스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2014~2020년까지 지속된 구매자 우위 시장(LNG 가격↓) 동안 체결된 장기계약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낮은 시점에 가스공사가 요청한 장기계약을 얼마나 승인했는지, 혹시 가스공사가 요청하지 않았다면 한국가스공사법상 가스공사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가 있는 산업부가 장기계약을 체결할 것을 지도·감독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정위는 산업부가 직수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가스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노조는 강조했다.

노조는 2020년 총 도입량 약 4100만톤 중 900만톤을 넘기던 직수입 물량은 전체 천연가스 도입량이 더 증가해 약 4500만톤이 된 2022년에는 오히려 700만톤 수준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영향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LNG 현물가격이 크게 상승한 상황에서 예상 대비 감소한 직도입 LNG 발전사 도입 물량에 대응해 한국가스공사가 LNG 현물계약 물량을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확대된 LNG 현물가격 영향이 한전의 원가부담도 일부 가중시키며 민생에 크나큰 타격을 줬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그런데 주요 직도입 LNG 발전사의 경우 LNG 현물 물량 감소로 인한 발전량 하락, 연료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LNG 도입 물량 및 시기, 발전소 정비 일정 조정, 터미널 재고 수준 조절, SWAP 거래 등 각종 수단을 통해 현물계약 물량 사용을 최소화하며 안정적인 가스공급보다는 수익 창출을 우선시한 결과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에너지는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며 “공정위는 가스산업 경쟁 영향평가를 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에너지를 인질로 사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관리감독하지 않는 산업부의 행태를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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