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공개
시민단체 일제히 반발...“산업계 혜택 위한 정책”
22일 공청회 예정...YWCA, 기자회견으로 ‘맞불’

[에너지신문]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세부 이행방안을 담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을 21일 공개했다.

이번 1차 기본계획안은 지난해 3월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최초로 수립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 및 녹색성장 추진 의지와 정책 방향을 담은 청사진으로 발표 전부터 주목받았다.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정부안은 지난해 8월부터 국책연구기관 소속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기술작업반의 총 80회에 걸친 회의 및 연구·분석을 토대로 환경부, 산업부, 국토부, 과기부, 기재부 등 20개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쳐 마련됐다.

11월부터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배출업종 관계자, 학계, 협단체,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총 20회에 이르는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게 탄녹위의 설명이다.

▲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변경 내용(단위: 백만톤CO2e, 괄호는 2018년 대비 감축률)
▲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변경 내용(단위: 백만톤CO2e, 괄호는 2018년 대비 감축률)

이를 통해 수립된 기본계획안은 ‘2050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및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이라는 국가비전 실현을 위해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책임감 있는 탄소중립 △민간 주도의 혁신적인 탄소중립·녹색성장 △공감과 협력으로 함께하는 탄소중립 △기후적응과 국제사회를 이끄는 능동적인 탄소중립의 4대 국가전략을 설정했다.

또 세부 추진과제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및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 그리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정책과 함께 기후위기 대응, 녹생성장, 정의로운 전환, 지역주도 등 총 82개 과제가 제시됐다.

정부는 기본계획 정책과제의 효과적인 추진 및 성과 창출을 위해 향후 5년간 약 89조 9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탄소중립 산업 핵심기술 개발(산업), 제로에너지·그린리모델링(건물), 전기차·수소차 차량 보조금 지원(수송)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 예산은 54조 6000억원, 기후적응 분야에 19조 4000억원, 녹색산업 성장에 6조 5000억원이 향후 5년간 각각 투입된다.

탄녹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재정 여건, 사업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2030 NDC, 주요 내용은?

1차 기본계획 정부안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2030 NDC의 경우 여러 이유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과 동일한 2018년 대비 40%의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것이 골자지만,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낮추는 등 분야별 세부 조정이 이뤄졌다.

먼저 전환 부문은 2018년 대비 감축목표를 기존 44.4%에서 45.9%로 소폭 상향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한 균형잡힌 에너지믹스와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통해 온실가스를 추가 감축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산업부문은 기존 14.5%에서 11.4%로 후퇴, 시민단체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탄녹위는 원료수급, 기술전망 등 현실적인 국내 여건을 고려해 감축목표를 완화했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산업계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부문은 국내 탄소저장소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흡수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점을 반영했다. 수소 부문의 경우 블루수소 증가로 배출량이 일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건축, 수송, 농축수산, 폐기물, 흡수원 등 5개 부문은 기존 NDC와 동일하다.

탄녹위는 국내 감축의 보조 수단으로 국제 감축사업 발굴 및 민관협력 투자확대 등을 통해 국제감축을 유연하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감축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참여 확대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새롭게 수립된 2030 NDC의 배출량 감축목표는 2018년 대비 40%로 기존과 동일하다. 그러나 산업부문 목표 축소와 CCUS, 국제감축 부문의 목표 상향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업부문 감축목표 후퇴, 비판 쏟아져

이날 탄소중립기본계획 정부안이 공개되자마자 에너지·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발표하고 그 내용을 비판했다. 특히 2030 NDC에서 산업부문을 비롯한 부문별 감축목표 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플랜 1.5의 권경락 활동가는 “기본계획안은 대부분의 감축부담을 차기 정부로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임기(2023~2027) 내 연평균 감축률은 2%인데 반해 차기 정부(2028~2030)는 9.3%에 달한다는 것.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산업부문 감축목표를 기존 수준으로 회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경락 활동가는 “산업부문 감축목표는 NDC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기본계획의 4대 전략인 ‘저탄소산업 구조 전환’의 핵심”이라며 “단기적 부담 완화를 위해 감축목표를 하향할 경우 기업들의 감축 및 전환에 대한 투자유인을 줄이고, 이는 결국 산업부문 전체의 탈탄소화를 지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CCUS와 국제감축 분야의 경우 제도적·기술적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만큼 실현 가능성을 고려, 감축목표를 오히려 하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정의행동은 “이번 기본계획을 한 줄로 요약하면, 산업계에 혜택을 주기 위해 다른 위험을 모두 몰아준 계획”이라고 혹평했다.

대표적으로 전환 부문에서 원전 확대와 석탄발전 감축 정체를 문제삼았다. 지역 주민들이 원전 신규건설과 수명연장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이런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을뿐더러,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계획조차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모습.<br>
▲ 22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사진은 지난 1월 열린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장 전경.

22일 공청회...시민단체 ‘규탄 기자회견’ 예고

탄녹위와 환경부는 정부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22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대국민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는 김상협 탄녹위 민간위원장을 비롯한 관계부처 담당자들이 참석,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또 탄소중립·녹색성장 관련 국내 산학연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가 참석하는 패널토론과 함께 청중들의 질의응답이 진행될 예정이다. 탄녹위는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 기본계획을 보완한 이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최종안을 확정・발표한다.

탄녹위 관계자는 “기본계획은 중장기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것인 만큼 정부는 각 분야별로 세부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 추진함으로써 기본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YWCA는 “공청회 하루 전에 정부안을 공개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은 구색맞추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부족한 2030년 NDC 고수 △차기정부로 떠넘기는 연도별 감축목표 △산업계의 감축목표 후퇴 △전환부문 내 원전과 화석연료 체제 고수 △부족한 재생에너지 비율 및 실질적 확대 계획 부재 등을 거론하며 ‘비민주적, 친기업, 친원전’을 표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YWCA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22일 공청회 개최 직전 정부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있어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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