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산 매각 러시…자본잠식 탈피 위한 ‘자궁지책’
자원 확보 필수불가결…해외자원개발 방향 변화 필요

[에너지신문] 최근 전기차 등 신산업의 성장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추진으로 리튬과 흑연, 코발트, 니켈, 희토류 등 광물자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나라 국가 차원에서 광물자원 확보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일, 정운천 의원(국민의힘)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을 다시 살리기 위한 ‘한국광해광업공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새롭게 출범하면서 공단의 사업 범위를 이전보다 축소, 종전 광물자원공사가 수행하던 해외자원개발 사업 근거를 삭제하고, 보유 중인 해외광산을 모두 처분하도록 규정하면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단이 탐사‧개발하는 광물자원의 범위에 ‘해외광물자원’을 다시 포함시켰고 광물개발과 관련된 해외투자사업을 매각토록 하는 조항도 삭제했다. 그만큼 해외광산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된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 헐값에 줄매각한 ‘해외광산’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최우선 순위였던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수백억원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해외자산을 잇따라 매각했다.

그간 완전 자본잠식 상태였떤 광해광업공단을 살리기 위한 뼈를 깎는 아픔에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광해광업공단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섰고, TF는 이듬해 3월 광해광업공단이 보유한 모든 해외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확정·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산업부가 국정감사를 위해 국자근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2017년~2022년 해외고아산 매각 현황에 따르면, 광해광업공단이 240만달러(약 35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셰익스피어 구리 광산 지분은 2017년 3만달러(약 4300만원)에 팔렸다. 헐값 매각의 대표적인 사례다.

약 3494억원을 투자한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 광산은 2194억원에 팔려 원금 회수율이 60%에 불과했다. 또한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캡스톤에 넘어간 산토도밍고 광산은 물론 호주 물라벤 유연탄 광산, 캐나다 로즈몬트 구리 광산 모두 각각 현지 광산업체에 인수돼 핵심광물 경쟁국에 넘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부는 투자 대비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판단되는 해외자산에 대해 빠른 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 자료에 따르면, 광해광업공단은 세계 3대 니켈광인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광산과 파나마 꼬브레파나마 동 광산 등 처분을 잠정 보류한 2곳을 제외하고, 보유한 해외자산 15개 중 13개는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멕시코의 볼레오 구리광산과 호주 나라브리 유연탄 광산 등을 2025년까지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도 보유한 멕시코만 앵커유전, 아카스 가스전 지분 역시 매각을 위해 잠재매수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희비 엇갈린 3대 광산…결론은 ‘수익성’
현재 광해광업공단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파나마 코브레파나마 구리광산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등이다.

모든 해외광산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던 정부는 올해 들어 이 계획의 변화를 줬다. 흑자 전환에 성공한 광산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성이 보장된 광산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공단 해외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 공단 해외자산을 관리하고 있고, 위원회는 공급망 안정성,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암바토비 니켈 광산’과 ‘꼬브레파나마 동 광산’은 보유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광해광업공단은 관리역량을 집중하고, 매각‧종료 등 투자사업에 대한 효율화로 재무개선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그 핵심이 바로 암바토비 광산이다. 암바토비는 2차전지 핵심광물인 세계 3대 니켈 광산으로, 연간 4만 7000톤의 니켈을 생산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2조 4000억원을 투자해 광산 지분 45.82%를 인수하고 여기서 나오는 광물의 절반에 대한 처분 권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되는 적자로 헐값에 매각까지 고려했었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가 급부상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인 니켈 가격이 급등하며, ‘암바토비 광산’이 복덩어리로 바뀌었다. 실제 암바토비 니켈 광산은 4차 산업 발전에 힘입어 2021년 2억 1100만달러(약 257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광업공단의 해외경영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때문에 정부는 2차전지 사업 확대 등으로 니켈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 암바토비 광산 매각을 보류하고, 연내 약 6000톤을 국내 도입해 실수요기업 직접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꼬브레파나마 동 광산도 매각 위험에서 한시름 놓게 됐다. 2009년 8521억원을 투자해 2012년 착공한 꼬브레파나마 광산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고, 2020년부터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공단은 이 광산을 연간 동 35만톤의 생산으로 향후 30년 이상 가행할 수 있는 대규모 동 광산이라고 평가하고 있어, 앞으로 안정적인 생산량과 이로 이한 운영수익 증가로 공단 재무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멕시코 볼레오 동 광산은 상황이 다르다. 유일하게 93.15%의 지분으로 운영권을 보유한 볼레오 광산이지만, 1억 5100만달러(약 1833억 1400만원)의 적자를 기록, 여전히 자생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구리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광물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정부는 구리 생산 확대 등 사업 정상화와 제3자 가치평가 등을 통해 가장 적절한 가격에 매각 절차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은 공급망 전쟁 시대…민간 주도 생태계 조성 필수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 가격은 지난해 t당 1만 8488달러로 1년 전보다 34.1% 급등했다. 전기차 등 4차 산업의 확대로 핵심광물의 가격이 천정부지처럼 치솟으며,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다.

이에 각 나라마다 자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투자 대비 경제성을 내세우며, 해외자산 매각에만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원자재 값 급등과 미래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요 국가들이 해외자원 개발 투자비중을 대폭 늘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사업은 미래자원을 확보하기 단기실적이 아닌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정부의 예산투자를 통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자근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민간기업은 해외자원을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가스 분야의 경우 24개국이 87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총 누적 투자비만도 87조 6554억원에 달하며 광물자원 분야도 279개의 민간기업이 50개국 277개 사업에 참여, 총 누적 투자비도 26조 821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공급망 대위기 속에 전 세계가 자원 확보전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

이에 정부도 새로운 자원 안보 체계를 구축하고, 민간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생태계를 회복하는 데 집중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민간기업에 대한 세제‧금융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현재 30% 수준인 자원개발 융자지원 비율과 실패시 70%인 감면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조정, 민간 투자 리스크를 완하한다는 것이다. 광해광업공단도 해외자원개발 민진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공단 보유 기술력을 활용, 민간기업이 사업 발굴에서 생산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종합 서비스 지원도 약속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자원정보 서비스를 개발, 자원동향, 가격정보, 광종별 국가정보 콘텐츠 등 다양한 고품질의 민간 자원정보를 제공하고, 해외사무소에민간지원센터를 설치, 맞춤형 지원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자원산업분야의 네크워크 강화를 위한 해외광물자원협의회 등을 설립, 생태계 조성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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