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덩어리 ‘폐플라스틱’, 친환경·탄소중립 대안으로 급부상
폐플라스틱 시장 재평가…정유·석화업계 도시유전 사업 속도

[에너지신문] 정유사업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 정유사들이 먹구름 낀 정유사업을 배제한 석유화학분야 사업 확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이른바 ‘도시유전’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 시장은 2021년 455억달러(약 55조원)에서 2026년 650억달러(79조원)로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고, 전세계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외 탄소저감 정책 강화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정유사와 석화업계들이 미래 먹거리 열쇠로 ‘폐플라스틱’을 눈여겨 보고 있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자원순환’ 체계 구축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 SKGC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부지 현장.
▲ SKGC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 부지 현장.

SK이노, 세계 최초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 한 곳에 모은다
SK이노베이션은 2030년까지 탄소감축 50%, 2050년 넷제로 달성을 파이낸셜 스토리로 정하고, 생산과정의 그린화와 생산제품의 그린화 추진에 적극적이다.

이에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자, ‘석유화학제품 재활용’에 나선다. 그 핵심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 세계 최초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3대 기술을 한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종합단지로 구축될 예정이다.

당장 에너지 공급원으로써 석유제품을 대체할 제품이 없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설비를 변경, 안전성을 확보하고, 그동안 생산해온 석유화학제품을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폐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만드는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하반기까지 SK울산CLX 내 21만 5000㎡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 터다지기에 들어간 이곳은 2025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지오센트릭은 2021년 8월, 美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社와 업무협약을 맺고, 아시아 최초의 화학적 ‘재활용 PP’ 상업생산 시작에 나선다.

또한 중합된 페트(PET) 고분자를 해체해 원료 물질로 돌려놓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6월 캐나다 기업 루프인더스트리(Loop Industries)社에 지분 투자해 아시아 지역 독점권을 확보, 에비앙 생수병을 재활용 소재 만들어 한국에 출시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11월 영국 열분해 기업 플라스틱 에너지와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 리사이클 클러스터 부지 안에 약 1만 3000㎡ 면적을 활용, 아시아 최대인 연 6만 6000톤 규모 열분해 공장 건립을 추진한다.

여기에 추가로 자체 보유 기술로 연 10만톤 규모의 열분해유 후처리 공장도 함께 조성한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에서 원유를 뽑는 도시유전을 현실화한다는 계획이다.

S-OIL, 석유에서 화학으로…석화 프로젝트 개발
S-OIL이 울산에 9조 2580억원(70억 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개발을 통해 석유에서 화학으로 혁신 성장에 발판을 마련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크래커로 한국과 전 세계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석유화학 구성요소(building block) 공급을 지원한다.

이는 사우디아람코가 한국의 에너지 전환 지원을 위한 ‘샤힌’(Shaheen·아랍어 ‘매’) 프로젝트로, 연간 최대 320만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할 차세대 공장을 건립하는 것이다. 이는 2018년 완공된 40억달러 규모의 1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의 후속조치다.

이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는 아람코의 첨단 TC2C(Thermal Crude-To-Chemicals) 기술을 적용,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며, 올해 첫 삽을 뜬 이후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설비인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해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아울러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 소재의 원료로 쓰이는 폴리에틸렌도 생산하게 된다.

또한 이를 통해 폐열 회수·재활용과 향상된 에너지 효율성으로 보다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며 완공이 되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의 2배 이상인 25%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 대규모 올레핀 시설 투자…종합에너지기업 도약
“GS칼텍스는 앞으로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적극 추진해 최고 수준의 석유화학 경쟁력을 갖춰 나가게 될 것이다. 이로써 정유사업에 더해 석유화학사업, 친환경에너지, 자원 재활용까지 포괄하는 종합에너지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

GS칼텍스가 지난해 11월, 올레핀 생산시설 투자를 계기로 정유사업에서 종합에너지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이를 위해 창사 이래 최대 투자 금액인 2조 7000억원을 올레핀 생산시설에 투자했다.

이는 MFC시설을 통한 석유화학 분야 확장으로 비정유 부문 비중이 늘어나는 사업구조전환을 가속화, 확 달라진 석유사업 환경 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선언이다. 아울러 이를 통한 에너지 전환 및 ESG 경영 추진을 위한 재원 마련에도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GS칼텍스는 MFC시설과 기존 생산설비와의 연계 운영을 통한 시너지 창출로 타 석유화학사 대비 경쟁력 우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신규 석유화학 제품군으로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비정유 및 정유 사업간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와 함께 폐플라스틱의 단순 재활용 차원을 넘어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혼합해 성능과 품질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링 방식’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친환경 복합수지 사업을 시작한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친환경 복합수지 생산량은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다.

또한 LG화학과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3HP(Hydroxypropionic acid : 하이드록시피온산) 양산 기술 개발 및 시제품 생산을 위한 공동개발협약(JDA)도 체결,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 현대케미칼이 3조원 규모 대산 HPC공장을 준공했다.
▲ 현대케미칼이 3조원 규모 대산 HPC공장을 준공했다.

현대오일뱅크, 대산 HPC공장 준공…석화산업 ‘시동’
현대오일뱅크가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인 HPC(Heavy feed Petrochemical Complex) 가동을 시작으로,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상업 가동에 돌입한 HPC공장은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한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로, 대산공장 내 66만㎡ 부지에 건설된 이 공장은 연간 에틸렌 85만톤, 프로필렌 50만톤을 생산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신사업 단지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통해 미래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발판 삼아 미래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종합석유화학사’로 도약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기반삼아 석유화학분야의 사업포트폴리오를 한층 더 다각화했다. 현대오일뱅크는 HPC공장 준공으로 연간 약 115만톤, 약 3조 8000억 규모의 석유화학제품 수출증가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파라자일렌 등 방향족 제품 생산에서 올레핀 분야까지 진출, 생산라인을 세분화해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며 향후 기초 소재, 에너지 소재,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바이오플라스틱 사업 로드맵을 설정하고 제품 개발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대니머 사이언티픽사와 바이오플라스틱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개발, 마케팅, 제조 등에 있어 폭넓은 협력을 약속했다.

바이오플라스틱을 적용한 신규 고부가 활용처를 개발하고  2024년까지 국내 파일럿 공장을 가동하고, 2030년까지 상업 공장을 가동하고 시장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석화사, 폐플라스틱 제품 생산 확대…ESG 경영 실천
롯데케미칼은 국내 업계 최초로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 기반의 납사(Naphtha)를 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상업 생산에 돌입, 발빠르게 움직였다.

롯데케미칼이 생산하는 제품은 폴리카보네이트(PC, Polycarbonate)로, 충격에 강하고 내열도와 투명성이 높아 전기‧전자‧가전제품 및 자동차 헤드램프 등에 적용되는 고부가 합성수지다.

롯데케미칼은 기존에 소각하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순환경제 구축을 위한 핵심 기술로 주목한 것.

특히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비닐 등 버려진 플라스틱을 고온으로 가열해 얻어지는 기름을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 단계를 거쳐 납사, 경유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과정을 거쳐 얻은 납사를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하면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납사 기반의 제품 생산을 포함한 화학적 재활용 사업을 확대하고 자원선순환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구축해 나갈 것이 롯데케미칼의 친환경 목표. 이를 바탕으로 친환경‧탄소저감 제품군을 확충, 글로벌 고객사의 수요 충족과 ESG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ESG(환경·책임·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한 이후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폐플라스틱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노보룹’(Novoloop)이 유치한 2100만달러(약 270억원) 규모의 공동 투자에 참여하는가 하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재활용 폴리에틸렌, rPE) 기반의 화장품 용기 상용화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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