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원전, 비중↑…10차계획 최대 수혜자
신재생, 9차보다 소폭 늘었으나 NDC 대비 폭락

[에너지신문]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확정 수립이 결국 해를 넘겼다. 재생에너지 비중 등에서 여야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부의 국회 보고가 미뤄지면서 연기된 것. 하지만 정부안이 공청회까지 거친 만큼 조만간 큰 변경 없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기본계획 자문기구인 총괄분과위원회는 지난해 8월 30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처음 공개했다. 당시 원전 비중 상향과 반대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축소되면서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후 수정을 거친 정부안에서도 큰 변화는 없었다. 결국 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투영한 것이 이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보는 9차 전력수급계획

지난 2020년 12월 확정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먼저 살펴보자. 확정안에서 2034년 최대전력수요는 102.5GW였다.

9차 계획에서는 기존 수요관리 수단 이행력 강화와 혁신기술 기반 신규수단 확보를 통해 기준수요 대비 전력소비량 14.9%(96.3TWh), 최대전력수요 12.6%(14.8GW)를 감축하는 등 지난 8차 계획 대비 향상된 수요관리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효율관리제도 기준 개선과 고효율기기 및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보급 확대 등 효율향상을 통해 최대전력 6.7GW를 감축하고 수요자원(ER) 시장 개선, ESS 보급 긍 부하관리를 통해 7.08GW를 감축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V2G(Vehicle to Grid) 기술 및 스마트조명 확산, 수요관리형 요금제 등 신규수단도 반영됐다.

9차 계획에서 2034년 기준 목표 설비용량은 목표수요인 102.5GW에 기준설비 예비율 22%를 반영한 125.1GW로 산출됐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설비계획 122.2GW 외에 신규로 2.8GW의 추가설비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규설비 2.8GW는 신재생 변동성 대응을 위한 백업설비인 LNG(1.0GW)와 양수발전(1.8GW)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석탄은 60기 가운데 30기(15.3GW)를 폐지하고, 신규 7기(7.3GW)를 준공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 35.8GW에서 2034년 29.0GW로 6.8GW 줄어든 숫자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반영되면서 원전의 경우 계획기간 중 4기(5.6GW)가 준공 예정이었으나 노후 11기(9.5GW)의 수명연장이 금지되면서 2034년 19.4GW로 크게 줄어든 부분이 눈에 띈다.

반면 LNG는 폐지되는 석탄발전 30기 중 24기가 연료전환을 추진하면서 2034년 17.8GW 늘어난 59GW에 이르렀다. 이전 수급계획과 비교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신재생의 경우 3차 에너지기본계획 및 그린뉴딜 목표달성을 위해 2020년 20.1GW에서 2034년 57.7GW 늘어난 77.8GW로 설정했다.

▲ 연도별 전원구성(실효용량 기준, 피크기여도 반영) 전망(단위: GW)
▲ 연도별 전원구성 전망(단위: GW, 실무안 기준)

전원별 설비 구성을 보면 2034년까지 원전과 석탄은 각각 10.1%, 15.0%로 감소하는 반면 신재생에너지는 40.3%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20~2034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사업용+자가용) 보급량은 62.3GW에 달했다. 당시 산업부는 이를 통해 2034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 22.2%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목표범위(2030년 누적 60GW, 폐기물 제외) 내에서 그린뉴딜을 통해 2025년 태양광‧풍력 중간목표를 기존 29.9GW에서 42.7GW(누적)로 대폭 상향시켰다.

목표달성을 위해 해상풍력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적기 추진하고, 프로젝트 착공에 맞춰 핵심설비 개발 및 실증을 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RPS 비율향상 및 REC 경쟁입찰 확대, RE100 지원제도 등 지속가능한 시장기반을 확보해 나갈 예정임을 밝혔다.

이밖에도 전력시장의 공정경쟁 촉진, 친환경에너지 확대 기반 마련을 위한 제도개선 및 배출권 비용을 원가에 반영하는 환경급전 도입, 가격입찰제 도입으로 발전사 간 비용절감 경쟁 촉진 등을 담았다.

10차 전력수급계획, 원별 희비 엇갈려

이번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에서 원별 발전비중은 원전 32.4%, LNG 22.9%, 신재생 21.6%, 석탄 19.7% 등이다. 원전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을 합리적으로 추진한다는 정부 기본 원칙을 유지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8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회가 발표한 실무안과 비교해 원전 비중을 32.8%에서 32.4%로 0.4%p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1.5%에서 21.6%로 0.1% 늘린 것으로 세부 조정은 있었지만 실무안과 거의 같은 내용이다.

지난 9차 전력수급계획과 비교하면 원전의 약진이 눈에 띈다. 9차 계획에서 원전 발전량과 발전 비중은 2030년 기준 각각 146.4TWh, 25.0%였으나 10차 계획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201.7TWh, 32.8%로 크게 늘었다. 신재생은 9차 계획에서 121.7TWh, 20.8%이었고 10차 계획에서는 132.3TWh, 21.5%로 소폭 증가했으나 9차 계획 확정 이후 발표된 NDC 상향안 185.2TWh, 30.2%와 비교해서는 목표치를 크게 낮춰 논란이 됐다.

당시 신재생 비중 축소와 관련해 야당과 신재생 업계,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대폭 확대되는 글로벌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함께 RE100 대응이 불가능해져 수출경쟁력도 크게 악회될 것이란 우려가 빗발쳤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신재생 목표 상향이 쉽지 않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 전력 비중은 7.5%로, 21.6%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연평균 5.3GW 규모의 신재생 설비를 매년 구축해야 하기 때문.

산업부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급격히 보급이 증가했던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연평균 신규 설치가 3.5GW에 불과했다”면서도 “규제 해소, 계획입지제도 확대 등 보급 여건이 개선되면 목표를 보다 상향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뒀다.

한편 석탄의 경우 실무초안에서는 9차 계획(177.1TWh, 29.9%) 대비 크게 낮아진 130.3TWh, 21.2%였으며 정부안에서 19.7%로 비중이 더 낮아졌다. LNG는 실무안(128.2TWh, 20.9%) 대비 소폭 상향된 22.9%로 정부안에 명시됐으나 9차 계획(136TWh, 23.3%)에 비해서는 낮아졌다.

산업부는 석탄을 줄인 만큼 LNG 발전을 늘리되 수소 혼소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LNG-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상용화 실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별 비중보다 중요한 수요관리 방안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원전, 신재생 등 발전설비 보급보다 수요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향후 전기차 급증 등으로 친환경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10차 계획은 태양광발전 증가에 따른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수요전망 체계를 총수요 전망체계로 전환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9차 계획이 전력시장에서 시현되는 수요만을 전망했다면, 총수요 전망체계는 전력시장 내 수요에 한전 PPA, 자가용(BTM) 태양광을 포함한 총수요를 전망한 후 자가용 발전량을 차감한 사업용 전력수요를 기준수요로 했다는 점에서 9차와 차별점을 뒀다는 평가다.

총괄분과위원회에 따르면 모형을 통한 수요전망은 지난 7~9차 계획과 동일한 전력패널 및 거시모형을 활용했으며 경제성장률 전망, 산업구조 변화, 인구 전망, 기온 데이터 등을 반영해 전망치를 도출했다. 또 8,9차 계획에서 반영이 유보된 4차 산업혁명 영향이 이번 10차 계획에 반영된 부분도 눈에 띈다.

정부는 시장원리에 기반한 가격기능이 작동하도록 단계적 가격입찰로 전환하고, 수요측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선도 계약시장을 개설, 단일 시장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실시간 및 보조서비스 시장 등을 도입하는 등 전력시장을 다원화할 방침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PPA가 가능한 규모 및 용도 제한을 완화하는 등 PPA 허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 전력시장의 시장경쟁 여건을 조성한다.

▲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 전망(단위: TWh)
▲ 2030년 전원별 발전량 비중 전망(단위: TWh, 실무안 기준)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신규 원전건설 및 계속운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발전설비 계획 변화와 전력수요 증가를 반영한 전력망 건설을 확대한다. 향후 절차를 거쳐 전력망 보강 수요를 구체화한 송‧변전설비 계획을 수립할 예정으로, 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 20% 이상에 대비, 유연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2036년 기준 목표설비 용량은 2036년 목표수요인 117.3GW에 기준 설비예비율 22%를 반영한 143.1GW로 산출됐다. 2036년 기준 확정설비 용량은 설비 현황조사를 통해 운영중, 건설중, 폐지 예정 설비 등을 계산한 결과 142.0GW(실효용량)로 전망됐다.

원전은 사업자의 의향을 반영, 2036년까지 12기(10.5GW)의 계속운전과 준공 예정 원전 6기(8.4GW)를 반영했다.

석탄은 석탄발전 감축기조를 유지, 2036년까지 가동 후 30년이 도래하는 26기(13.7GW) 폐지를 반영했다.

LNG의 경우 폐지되는 석탄발전 26기(13.7GW)의 LNG전환과 신규 5기(4.3GW) 예정 설비를 반영했다. 신재생은 사업자 계획조사에 기반해 기 발전허가, 계획입지 등 실현 가능한 물량 수준으로 반영했다. 2036년까지 신규 설비는 1.1GW(목표설비-확정설비)가 필요할 전망이다.

피크기여도를 감안한 목표설비(143.1GW)를 확보했을 때, 전원별 설비 비중은 원전·LNG·신재생은 증가하고 석탄은 감소 추세를 보인다.

실효용량 목표설비 143.1GW를 확보하기 위해 발전현장에 실제 설치되는 설비용량(정격용량)은 총 237.4GW다.

피크기여도가 낮은 신재생 설비는 2022년 28.9GW에서 2030년 71.5GW, 2036년 107.4GW(총 설비의 45.3%)로 큰 폭의 확대가 필요하며, 재생에너지의 확대 수용을 위한 저장장치 등 유연성 백업설비 및 계통안정화 설비의 신규 확충이 필요하다는 게 분과위의 설명이다.

분과위는 이번 실무안을 통해 지난해 10월 ‘2030 NDC 상향안’에서 제시한 전환부문 온실가스 배출목표(14990만톤)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공청회 모습.

세부적으로 원전은 계속운전 및 신규원전 반영으로 발전량 비중 32.4%로 결정됐고, 신재생은 주민 수용성, 실현 가능성 등을 감안, 21.6%로 조정했다. 한편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현실적인 연료보급 수준과 기업의향을 최대한 반영, 2.3%(수소 1.2%, 암모니아 1.1%)로 전망했다.

석탄은 가동정지, 상한제약(80%)을 적용, 추가 감축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신재생 비중, 논란 있어도 갈등은 없어야

이번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 ‘21.6%’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관점의 차이는 NDC 상향안(30%)이다. 일단 9차 계획과 비교하면 비중이 소폭(0.8%p)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산업부는 같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상의 수치를 비교,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9차 계획과 비교해 오히려 작게나마 늘어났다는 것.

산업부는 “2030년 NDC 상향안은 탈원전 정책 기조 하에서 하향식(Top-Down)으로 설정된 과다한 수치”라며 “21.5%도 적극 노력해야 달성 가능한 비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신재생 업계와 시민단체는 NDC 상향안이 면밀한 검토 끝에 정해진 ‘명백한 국가 계획’인 만큼 이를 기준으로 삼아 대폭 줄어든 것을 성토했다.

또다른 논쟁거리는 목표달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시각차다. 산업부는 21.6%의 목표 달성조차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인 반면, 신재생 업계는 보급 확대에 탄력이 붙는다면 2030년 30%도 달성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10차 수급계획이 철저히 신규원전 건설 및 원전의 계속운전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산업부는 신재생 발전 비중 21.6%이 현재의 보급 추세(연 3.5GW)보다 적극적인 목표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2017년 11.0GW에서 2021년 24.8GW로 5년간 연 3~4GW의 신재생 설비 증가가 이뤄졌는데, 2030년 21.5% 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 설비용량 71.5GW, 연간 5.3GW 보급이 필요하므로 21.6%도 충분히 공격적인 목표라는 것.

▲공청회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재밌는 점은 정부와 업계는 각각 원전과 신재생이 서로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는 “최근 에너지 위기로 전세계가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며 “영국은 2050년까지 원전 최대 8기 추가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벨기에도 원전 2기에 대한 계속운전 기한을 기존 2025년에서 2035년으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신재생 업계는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신규설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독일을 예로 들며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이 러-우 사태 이후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안 확정이 초읽기에 들어간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에 대한 논쟁 보다는, 올해부터 정부와 업계가 어떻게 착실히 목표를 달성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학계의 한 관계자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국회 보고를 마친 후 곧바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2년 뒤 11차 계획이 수립되기 전까지 전력산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법정계획인 만큼 차질없는 계획 수행에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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