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자 우위 전환…고공행진하는 국제 LNG가격
LNG 패권 경쟁 가속…신규 계약 불확실성 증대
2025년부터 LNG 과부족…국내 수급 불안정

[에너지신문]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LNG시장이 불과 1~2년만에 큰 환경변화를 겪으며 요동치고 있다. 

동절기에 접어들면서 단기 국제 LNG 수급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유럽과 아시아 간 LNG 물량 확보를 위한 경쟁은 더욱 격화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은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공급불안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TTF)과 동북아시아 천연가스 가격(JKM)은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하고 있다.

2020년 여름 $2~3/MMBtu로 저렴했던 JKM 가격은 2021년 여름 이상기온 및 경기회복으로 점차 상승해 6월 JKM가격(월 평균)이 $10/MMBtu 이상으로 상승했다. 이후 겨울철을 앞두고 러시아의 EU 천연가스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10월부터 $30/MMBtu 이상을 기록했다.

2022년 12월 18일 기준 동북아시아 스팟 LNG 2월물이 $39.27/MMBtu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유럽과 아시아의 LNG 확보 경쟁이 격화하면서 LNG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2014년 이후 미국, 호주 등의 수출증가와 중국의 수요성장 정체로 인해 국제 LNG시장이 구매자 우위시장으로 평가됐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이 겹치며 판매자 우위시장으로 전환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러한 국제 LNG시장 상황은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LNG 도입과 수급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가 천연가스 개별요금제를 도입하고,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이 LNG직수입 및 LNG터미널사업에 참여하는 등 천연가스사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국제 LNG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국내 천연가스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당장 이번 동절기 천연가스 수급문제는 한국가스공사가 스팟 LNG 물량을 확보함으로써 수급위기를 넘겼다는 평가를 받지만 올해부터 대량 LNG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 계약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경우 불과 2~3년후 수급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과 2년 후인 2024년 말이면 한국가스공사와 체결했던 기존 장기도입 물량인 카타르 라스가스 492만톤과 오만 OLNG 406만톤 계약이 종료되는데다 최근 국제 LNG시장 변화에 따라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의 LNG직수입 전략이 수정되고 있어 국내 LNG 수급은 불안정한 상태다.

직수입자 사업전략 수정…체리피킹 재현 우려
민간 LNG터미널 증설에 중복투자 우려도 제기
우회 직수입·요금결정 등 정부 합리적 제도 필요

◆수요전망과 과다한 부족 물량

2021년 4월 발표한 제14차 국내 장기천연가스수요전망에 따르면 2027년 도시가스는 2480만톤, 발전용은 기준수요 1768만톤(수급관리수요 2172만톤)으로 총 수요는 기준수요 4248만톤(수급관리수요 4652만톤) 규모다.

2034년에는 도시가스 2709만톤, 발전용 기준수요 2088만톤(수급관리수요 2544만톤)으로 총 수요는 기준수요 4797만톤(수급관리수요 5253만톤) 규모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에 따르면 LNG발전용량은 2022년 41.2GW에서 2030년 57.8GW, 2036년 63.5GW로 증가한다.

이는 폐지되는 석탄발전 26기(13.7GW)의 LNG전환과 신규 5기(4.3GW) 예정 설비를 반영한 것이며, 신규설비 1.1GW의 발전원은 미정이지만 관례적으로 설비계획상 LNG로 잠정 반영한 계획이다.

이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LNG발전용량을 2020년 41.3GW에서 2030년 57GW, 2034년 60.6GW로 추정했던 계획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요전망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된 이후 발전용 수요를 반영해 올해 4월경 확정될 예정이어서 아직 정확한 수요예측은 어렵겠지만 큰 폭의 수요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전제로 2036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천연가스수요는 약 5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한국가스공사가 장기계약을 통해 체결한 장기물량은 총 3480만톤 규모다. 이는 최근 카타르 석유공사와 2025년부터 20년간 연간 200만톤, BP와 2025년부터 15년간 연간 158만톤을 도입키로 한 장기계약 물량을 포함한 것이다.

가스공사는 이같은 장기계약 물량에 매년 도입물량의 약 10~20%에 이르는 스팟물량을 도입해 발전용과 도시가스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부에 따르면 민간 LNG직수입 물량은 2010년 173만톤(5.1%), 2015년 188만톤(5.6%), 2018년  617만톤(13.9%), 2019년 728만톤(17.8%), 2020년 906만톤(22.1%)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LNG직수입 물량이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이중 스팟물량은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2024년말 카타르 라스가스 492만톤과 오만 OLNG 406만톤의 장기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당장 2025년부터 LNG 도입량 부족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앞서 2021년에는 4년 단기계약이었던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의 총 12.5카고+구매자 옵션 8카고와 인도네시아 마루베니의 총 12카고+판매자 옵션 3카고 물량도 계약 종료된 바 있다.

카타르 라스가스 492만톤과 오만 OLNG 406만톤 계약 종료에 대비해 최근 카타르 석유공사와 200만톤, BP와 158만톤을 2025년부터 도입키로 신규 장기계약을 체결했지만 여전히 2025년부터 기존대비 약 600만톤 이상의 물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지분을 참여한 모잠비크 프로젝트가 2025년부터 사업을 개시하면 150만톤의 LNG 도입이 가능했지만 코로나 19 장기화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2~3년정도 도입일정 차질이 불가피하다.

결국 국가수급책임을 지고 있는 가스공사는 올해부터 2025년 이후 필요한 천연가스 수요를 정확히 분석해 LNG 장기계약을 모색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확한 장기계약 물량 예측과 협상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4월경 제15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나오더라도 LNG직수입자의 실제 수요를 예상하기 어려운데다 최근 국제 LNG시장이 판매자 우위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어 비싸게 장기계약을 추진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제13차 천연가스수급계획에 따르면 당시 직수입자들의 LNG 수입 의향 물량은 발전용의 경우 2025년 826만톤, 2027년 819만톤, 2029년 823만톤, 산업용은 2025~2029년 260만톤 규모다.

즉 직수입자의 총 LNG물량은 2025~2029년 약 1100만톤에 달한다. 이러한 LNG직수입 의향 물량은 석탄발전 폐지로 인한 LNG전환과 신규 LNG발전 계획에 따라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LNG직수입을 검토하던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사들이 국제LNG시장 변화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스팟 LNG구매나 가스공사 개별요금제를, 중장기적으로는 중장기 직수입 계약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어 한국가스공사가 정확한 수요 예측을 통해 장기계약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칫 평균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기존 장기계약처럼 수급책임을 떠안고, 판매자 우위시장에서 국내 부족물량 전체를 신규 장기계약으로 체결할 경우 향후 또다시 신규 물량에 대해서도 체리피킹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정확한 중단기 수요예측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LNG직수입자의 의향을 재조사하고, 정책적 판단을 통해 개별요금제 개선이나 공동구매 또는 위탁구매 등 다양한 방식의 중·장기도입계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소비자 관점의 정책 필요하다

이같이 국제 LNG시장과 국내 LNG산업 지형도가 급격한 변화를 겪으면서 건전한 LNG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때보다 면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제 LNG시장이 판매자 우위시장으로 바뀌면서 비싼 LNG 수입에 따른 국내 소비자가격 폭등 우려가 나온다.

한국가스공사와 발전공기업, 민간LNG기업 간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가적 수급관리 문제, 우회 직수입에 따른 부작용, LNG터미널 등 인프라 중복투자, 요금인상 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의 중심에는 천연가스가 있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브릿지 연료로서 한동안 우리에게 중요한 에너지원일 수 밖에 없다.

천연가스는 앞으로도 수년 또는 수십년간 발전용과 산업용, 도시가스용으로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연료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LNG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천연가스의 수급 안정과 안전한 공급은 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2004년 IEA는 공급안정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에너지 도입국가들은 공급선 다변화, 가격공식 다양화, 유연한 물량 확보, 저장 용량 확충 등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값싸게 LNG를 수입하길 원한다.

그러나 최근 국제 LNG시장의 변화는 비싼 LNG구매를 요구하면서 도입의 협상 폭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전기나 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게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한국가스공사의 공공적 기능과 민간사업자들의 사업 자율성 요구 속에서 합리적인 정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LNG산업의 지속적이고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책임과 권한에 대한 정부의 세밀한 정책 접근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미 제기된 국가 수급관리, 우회 직수입 논란, LNG터미널 등 인프라 중복투자 문제, 에너지요금 등에 대한 명확한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더 이상 에너지정책이 정치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고 지속가능한 LNG산업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개선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요금이 정치적 도구로 활용돼 가격구조를 왜곡시키고 결국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요금결정 독립 규제기구 설립이 검토돼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사업자간 치열한 경쟁속에서 소비자에게 불이익이 전가되지 않도록 소비자 관점에서 저렴한 에너지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에너지정책 방향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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