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원자력 정책과제 본격화되는 시기
원전산업 도약 계기 만드는 ‘흥원전’의 해

[에너지신문]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이다. 계묘년은 노력한 만큼 복이 들어오는 해로 회자된다.

횡재수는 없더라도 노력한 공이 무산되지는 않으니 공정과 정의의 상식에 가장 부합하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운세를 가진 해이니만큼 원자력계는 모든 노력을 다해 도약의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2023년은 현실 상황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원자력 이용 확대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해로서 정책 과제들이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원자력의 중요성 일깨웠던 2022년
2022년은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에서 원자력의 중요성이 다시금 부각된 해이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을 위해 원자력의 이용이 불가피하다고 인식되는 마당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가스공급 교란 사태는 1973년 중동전쟁 후에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 그리고 원자력을 다시 일깨웠다.

특히 유럽 각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녹색 금융의 기본지침이 되는 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했고,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던 벨기에가 일단 2036년까지 원전 계속운전을 허용하도록 정책을 변경했다.

탈원전 대표국가인 독일은 2022년말까지 탈원전을 완료하고자 했는데 일단 2기의 원전에 대해서는 2023년 4월까지 계속운전을 하기로 했다. 추운 겨울에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에너지 부족 사태만큼은 넘기고 원전을 떠나보내겠다는 심산이다.

원전 의존성을 줄이겠다던 프랑스는 2050년까지 14기의 원전을 추가하겠다고 나섰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동유럽 국가들이 일제히 원전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정권교체 이후 본격화된 원전산업 복원
국내에서도 윤석열 정부는 원전 강국을 기치로 원전산업 복원에 나섰다. 우선 지난 정부에서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다시 추진됐다. 영구폐쇄 예정이었던 고리 2호기가 계속운전을 신청하는 것으로 운명이 바뀌고 원전 계속운전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됐다. 

2030년 원전 비중이 9차 전력수급계획에서는 24.4%였으나 이번 10차 계획에서는 32.8%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세 번째, 세계적으로는 다섯번째 APR1400 원전인 신한울 1호기가 2022년 해를 넘기지 않고 준공됐다.

원전 수출도 한 걸음 진전했다. 이집트와는 핵심공사는 아니지만, 원전 건설의 일부를 담당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폴란드와는 화력발전 사업자인 제팍(Ze Pak)사와 원전 건설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계약까지는 가격과 일정 등 세부적인 협상이 필요하나 민간 발전사업자가 우리 원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한 것은 처음이다.

체코의 원전 수주전은 한국, 프랑스, 미국의 삼파전으로 본격화됐다. 이미 입찰의향서를 제출했고, 올해 본격적인 수주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5월에는 2030년대 신규 원전 시장을 바라보는 소형모듈원전(SMR)의 개발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2028년 말까지 6년의 기한으로 설계 개발과 인허가 심사까지 완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SMR 개발사업은 우리 원전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이다.

그러나 원전산업의 미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해결없이는 담보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전 정부에서 미뤄놓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을 위한 특별법이 일단 제안까지는 이뤄졌다.

2023년, 원전 수출 가시화 주력해야
2022년이 원전산업 생태계의 복원과 미래 비전의 설정을 위한 신호를 올린 해였다면 2023년은 도약의 기틀을 만드는 해가 돼야 한다. 지난해보다 올해 할 일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첫째는 원전 수출의 가시화다. 체코의 신규 첫 호기인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은 2024년으로 예정돼 있다. 실질적으로 계약 협상과 입찰에 대한 평가는 2023년에 거의 이뤄질 것으로 본다. 체코 사업은 폴란드보다 규모가 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코는 동유럽 원전 시장의 첫 출발지가 될 수 있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미 발주를 시작한 폴란드, 체코 외에 핀란드도 주시해야 한다. 당초 핀란드는 러시아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이를 취소했다. 핀란드는 취소한 원전 프로젝트를 재발주할 지에 대해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유럽을 휩쓸고 있는 에너지 위기와 탄소중립 정책을 볼 때 사업재개가 유망하다.

루마니아도 신규 원전 건설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발 빠르게 루마니아에 두 기의 원전 도입을 위한 3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4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헝가리는 서방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기의 원전을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러시아가 10억달러의 차관을 공여한다. 외신에 의하면 또 다른 동유럽 국가인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도 신규 원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동유럽에 부는 원전 바람은 심상치 않다. 전세계 원전 강국들이 자금줄을 내세워 이들 지역을 공략하고 있다. 2023년 동유럽을 순방하는 대통령의 원전 세일즈를 기대해 본다.

시급한 ‘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
계묘년의 두 번째 과제로는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이미 국회에 발의된 세 개 법안에 대한 통합 심의를 하고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 법률이 확정돼야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을 관장할 행정기구가 발족하고 지역 유치 등 처분장 확보 절차가 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은 원전의 찬반을 떠나 반드시 필요한 국가시설이다. 법 제정이 늦어지는 것은 해결의 시간만 늦추는 꼴이다. 유럽 각국도 택소노미의 영향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에 나설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한발 먼저 처분장 건설에 나서면, 이 분야도 유망한 수출 분야가 될 수 있다. 현재 정부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확보 일정은 법률 제정 후 37년이다. 올해 법이 제정된다면 2060년에야 처분장 운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8월 한국원자력학회는 처분장 건설을 조속히 추진해 2050년 운영 목표를 법안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원자력 산업이 우리보다 뒤떨어진 유럽 국가들도 택소노미 조건을 맞추려면 2050년까지 처분장을 마련해야 한다.

발전소 지역의 임시 저장시설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도 영구처분장의 조기 확보와 기한 명시는 필요하다. 한 해를 건너 2023년 정기국회는 늦다. 상반기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법률 제정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SMR 개발, 성공적인 스타트 끊어야
세 번째로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의 성공적 발진이다. SMR 개발 사업은 2022년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3900여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2023년 착수해 2028년까지 표준설계인가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불과 6년의 기간으로 설계개발과 인허가 심사를 완료한다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정이다. 이렇게 도전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소형모듈원전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뉴스케일은 일찌감치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NRC)의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하고 첫 호기 건설을 위해 전력사들을 상대로 세차례의 비용평가를 마쳤다. 

제너럴일렉트릭과 히타치가 협력해서 개발한 BWRX-300은 USNRC의 표준설계인가를 받은 ESBWR을 축소한 소형모듈원전이다. 캐나다 온타리오 전력회사는 BWRX-300을 2028년까지 준공하겠다고 나섰다. 영국은 정부와 민간이 SMR 건설을 위해 적극 협력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을 제작할 수 있는 산업 인프라부터 구축하겠다고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본격화되는 SMR 경쟁에서 조속한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올해 초반에 최고의 인재들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 개발사업단’이 구성될 수 있어야 한다. 사업 참여기관들이 핵심 인재를 투입하는 원팀 정신이 필요하다.

2023년 예산 심의 과정 중에 SMR에 배정된 예산 삭감이 야당으로부터 대두된 바 있다. 미래세대를 위한 기술개발이 정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기술개발 추진을 위해 국회에서 입법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22년이 탈원전으로 피폐된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복원전’의 해라면 2023년 계묘년은 원전산업이 도약의 계기를 만드는 ‘흥원전’의 해로 만들어야 한다.

나라 밖으로는 원전 수출의 소식을 만들고 안으로는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마련의 단초와 미래 먹거리인 SMR 개발의 성공적 시작을 알리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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