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지난 7월 유럽연합(EU)은 원자력을 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는 안에 반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유럽에서 원자력은 녹색분류체계에 속한다는 의미를 가지며, 원자력 산업은 정책금융 등의 인센티브와 투자우선순위 조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선 것을 의미한다.

친환경에너지로 재조명 받게된 원자력이 국가주도적으로 국내에서 추진 중인 수소에너지 활성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얼핏 생각하면 원자력발전과 수소에너지는 상호 대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원자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의 한 종류이고, 수소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물의 전기분해 방식은 전기가 필요하다.

즉, 원자력은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데 현재까지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부족한 전력량을 채워주는 지원군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수소는 생산 방식이 얼마나 친환경적이냐에 따라 색깔로 구분된다.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그레이수소, 수소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를 포집한 블루수소, 그리고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진정한 친환경 수소라 불리는 그린수소로 크게 분류된다.

그린수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써야 하는데, 원자력 발전이 EU 택소노미에 포함됨에 따라 원자력 발전으로 전기분해해 생산된 수소를 ‘핑크수소’로 분류하게 됐다.

맥킨지는 ‘Hydrogen meets digital’에서 2050년까지 국내에서 약 1690만톤의 수소가 사용될 것이며, 그 중 ‘수송 분야’에서 약 540만톤이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수송 분야란 수소연료전지를 통해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돌려 주행을 하는 수소승용차, 수소트럭, 수소버스, 수소드론 등을 말한다.

그렇다면 굳이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고 모빌리티에서 다시 역으로 연료전지를 통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보다 원자력에서 생산된 전력을 배터리와 같은 전력저장장치를 통해 운송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배터리 기술은 이미 완숙한 수준까지 올라와 자동차산업에서 수소연료전지보다는 전망이 좋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적은 배터리 용량이 요구되는 승용차 부분에 한정된 사실이며 대용량 배터리가 요구되는 상용차(트럭, 버스)나 가벼운 무게가 필수적인 무인 항공 드론의 경우 배터리 무게로 인해 배터리의 활용이 제한된다.

이러한 배터리의 한계로 인해 상용차 및 무인 항공 드론 분야는 수소연료전지의 적용이 기대되며, 배터리와 수소가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조현수 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원자력 발전이 EU 택소노미에 이어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안 초안에도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포함된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K-택소노미 개정안 초안의 발표는 핑크수소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며, 핑크수소는 블루수소보다 더 친환경적이며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로 발전하기 위한 중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는 것이 원자력과 수소의 공존을 위한 선결과제라 하겠다.

원자력 발전이 정치적 논쟁의 소재가 아닌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원자력을 통해 생산된 청정수소가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발한 투자와 연구가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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