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시험 통해 안전성과 선뢰성 검증
달 탐사 및 심우주 탐사에서 장기간 안정적인 전력원 활용 기대

[에너지신문]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기술로 ‘우주용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하고 지난 6월 21일 발사한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실증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서 세계 세 번째다.

▲ 우주용 동위원소 시제품(왼쪽)과 누리호 성능검증 위성 탑재 모습.
▲ 우주용 동위원소 시제품(왼쪽)과 누리호 성능검증 위성 탑재 모습.

지구에서 38만km 떨어진 달은 밤이 14일이고 영하 170℃까지 온도가 떨어지는 극한환경이다. 14일의 밤에는 태양전지를 작동할 수 없고, 영하 170℃의 극저온은 태양전지에서 발전한 전기를 저장하는 이차전지를 방전시키고, 전자기기를 망가뜨린다.

이런 우주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은 동위원소전지, 일명 원자력전지가 유일하다.

동위원소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열전소자에 전달, 전기를 만든다. 열전소자 양 끝에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전류가 흐르는 열전현상을 이용한다.

외부 동력원 없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온도, 압력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또 40년 동안 충전이나 교체가 필요없어 심해나 우주 같은 극한환경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홍진태 박사 연구팀은 2016년부터 달 탐사용 동위원소 전지를 개발했다. 자체 기술로 120mW(밀리와트)의 전력을 생산하는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동위원소전지는 지름 8.5cm, 높이 12.75cm, 무게 750g의 원통형 구조로 방사성동위원소 열원, 열전모듈, 열제어 구조체로 구성돼 있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시험에서는 지구 저궤도에서 방사성물질 사용을 금하는 UN 국제규범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이 아닌 전기히터를 사용했다.

연구팀은 누리호 탑재 전 지상에서 다양한 시험을 수행했다. 저온의 진공상태를 모사한 우주 환경 온도 시험, 우주선 발사 시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을 견디는 우주선 발사 진동시험, 탐사선이 발사체에서 분리될 때 발생하는 극심한 충격에 대비한 우주선 페어링 충격 모사시험을 거쳤다.

또한 우주에서 발생하는 강한 감마선을 견디는 감마선조사시험을 수행하는 등 각종 우주 환경을 모사해 성능을 검증했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시험은 7월 11일, 7월 26일 두 차례 진행됐다. 우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지와 함께 동위원소전지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검증했다.

시험 결과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1, 2차 시험 모두 목표 전기출력 120±50mW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극저온의 달 표면에서 이차전지의 방전을 막고 전자기기를 보호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이다.

이번 실증 시험으로 연구원이 개발한 동위원소전지는 우주 환경에서 검증한 이력을 뜻하는 ‘우주 헤리티지(heritage)’를 확보했다. 이후 3개월, 1년 6개월 동안 장기 시험을 통해 동위원소전지의 우주방사선 환경내구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향후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을 탑재한 동위원소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달 탐사선 탑재를 목표로 다양한 규격의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하는 한편, 화성 및 외행성 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박원석 연구원 원장은 “우리 기술력으로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해 우주시험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 원자력기술과 우주기술의 빛나는 성과”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홍진태 박사는 “우리나라의 동위원소전지가 우주에 한 걸음을 내딛은 만큼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되기까지 중단없는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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