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의 도입경쟁력, 세계 최고 수준”

[에너지신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16일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서민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민간 발전사보다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17일 개인 SNS를 통해 “가스공사의 도입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가스공사는 동일한 시점에서 장기계약이든 현물계약이든 오퍼를 받는다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받는다”고 반박했다.

아래는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의 항변 전문.

1. 가스공사의 도입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해외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방법은 수십년짜리 장기도입계약을 하거나 해마다 국제시장에서 수시로 현물로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메이저기업들이 가스공사에 장기계약이든 현물가격이든 오퍼를 할때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가스공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합니다.

이번에 제가 싱가폴 출장을 가서도 확인한 것이지만 메이저기업들이 현물가격오퍼를 할때 가스공사에는 JKM(한국일본에 수입되는 평균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오퍼를 하지만 다른 한국의 발전사에 대해서는 JKM보다 높은 가격으로 오퍼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즉, 가스공사가 동일한 시점에서 장기계약이든 현물계약이든 오퍼를 받는다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받는다는 것입니다.

2. 하지만 가스공사의 평균 도입단가는 왜 민간보다 높아지나요?

그 이유는 민간사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이 가능한 구조와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급관리의무 때문입니다. 국제천연가스시장이 seller's market일때 즉 외국의 메이저들이 높은 가격을 요구할 때에는 민간 직수입자들은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스공사로부터 공급을 받기를 원합니다. 가스공사는 공급의무가 있어 비싼 가격에도 이를 도입해야 합니다. 반대로 국제시장이 buyer's market일때, 즉 국제시세가 낮게 형성될 때에는 민간발전사들 또는 발전자회사들은 자신들이 직도입을 하기를 선호합니다.

가스공사의 장기도입계약의 평균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들여올수 있으니까요. 즉 선택적으로 유리할 때만 자신들이 직접 도입을 하는 소위 "체리피킹"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국제시세가 저렴하게 형성되었을 때에도 이를 민간이나 발전자회사가 아니라 가스공사가 대신 들여왔다고 한다면 오히려 그것보다 싼 가격으로 들여왔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최근의 고가 현물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의 공급부족 그리고 올해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현물가격이 극도로 비싸지는 상황에서는 민간발전사와 직도입사는 현물도입을 꺼립니다.

이렇게 민간발전사들이 회피하는 도입부담은 가스공사로 전가됩니다. 아무리 비싸더라도 가스공사가 수급을 책임져야 하고 안 그러면 전력부족사태가 발생하니까요.

기사에서 지적한대로 가스공사가 호구가 되었다면 이는 국제 메이저기업들이 가스공사를 호구로 만든 것이 아니라, 지금 설명드린 것처럼 세계최고의 도입경쟁력을 가진 가스공사를 민간과 발전자회사 직도입사들의 체리피킹과 가스공사의 무한 수급책임 때문에 호구로 만든 것입니다.

(언론사에서 자료를 입수한것으로 알려진 의원실에서 설마 이러한 내용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3. 이 기사는 역설적으로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과 수급의무에 대한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기사입니다.

첫째 이 기사는 천연가스산업의 공공성유지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기사입니다.

가스공사가 만일 지금 시점에서 공공성을 포기하고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계약물량중 약 300만톤을 국내시장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돌려서 팔면 앉아서 1조원이 훨씬 넘고 때로는 수조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민간회사의 사장이라고 하면 고가의 현물도입을 포기하고 오히려 현재 싸게 들여오고 있는 장기도입물량을 해외현물시장에다 내다 파는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이런식으로 장사하면 가스공사의 주가는 최소한 수백퍼센트 상승할 것입니다. 하지만 공공성과 수급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가스공사는 그렇게 이윤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둘째 천연가스 수급관리제도의 개선 필요성입니다.

만일 지금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위기상황에서 수급관리부담을 가스공사와 다른 민간사 또는 발전자회사들이 나눠어 진다면 가스공사 혼자서 비싼 현물을 사야하는 부담은 줄어들 것입니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비싼 현물을 사더라도 전혀 이윤을 추가로 부과하지 않습니다. 즉 비싸게 도입을 해야할 유인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냥 원료비에 저장탱크와 파이프라인 비용만 추가해서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는 가스공사의 영업실적이 고가의 현물을 들여와서 좋아진 것처럼 악의적으로 호도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2022년에는 사상최고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릴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국내와 무관한 해외프로젝트의 수익에서 나올 것입니다.

오히려 가스공사는 이렇게 원료비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을 제때에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6조원에 달하는 미수금과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공기업 경영평가과정에서 제대로 보정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수급관리과정에서 가스공사가 떠안는 부채비율증가를 마치 방만경영에서 기인한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차제에 이러한 기사를 계기로 국회논의 등을 통해서 가스산업의 공공성 제고 방안과 수급관리에 대한 제도개선 그리고 모순적인 공기업 경영평가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선을 논의해 줄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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