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범 기자
권준범 기자

[에너지신문] 어떤 기업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신사업에 참여한다면 거의 대부분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혁신적’이라는 찬사,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리수’라는 비판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 박람회 ‘CES 2022’에서 일본 소니는 자사의 전기차 프로토타입을 깜짝 공개했다. 그리고 올 봄에 ‘소니모빌리티’라는 자회사를 설립, 본격적으로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 것임을 밝혔다.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소니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전 기업이다. 1980년대 혁신의 아이콘으로 회자되는 ‘워크맨’으로 전 세계를 호령했지만, 이후 급격하게 바뀐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그 아성이 무너졌다.

한 때 경영난으로 그룹의 존립 자체가 흔들렸던 소니였으나, 또 한 번의 혁신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바로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게임사업 진출이었다.

당시 닌텐도가 독주하고 있던 전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에 소니가 출사표를 던졌을 때, ‘회사가 어려우니 무리수를 던진 것’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가전기업의 강점을 살려 높은 완성도의 고성능 게임기를 시장에 내놓고, 약점인 소프트웨어를 과감한 투자와 기민한 협상으로 보완하며 게임업계 1위에 오른다. 지난해 소니그룹 전체에서 가장 큰 매출을 기록한 분야는 ‘게임‧네트워크서비스’ 부문이다.

휴대용카세트와 비디오게임기에 이어 전기차까지. 소니의 이같은 행보는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 성공을 위해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우리나라 에너지 기업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과거 어느 때보다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현재의 에너지 산업이다. 단순히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바뀌는 것 이상의 변화, 다시 말해 ‘절실함’과 ‘위기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 기조에 떠밀려 마지못해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능동적이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어야 하겠다. 물론 에너지 사업도 결국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경영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이고 냉철한 판단, 선을 넘지 않는 참을성, 정책적 지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너도나도 외치고 있는 ESG‧저탄소 경영이 ‘무리수’가 아닌 ‘진정한 혁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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