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팽창 정압기 도입, 23만가구 전력공급
수소시대 징검다리…차압에너지 관심 필요

▲ 허광학 대성하이텍 전무이사.
▲ 허광학 대성하이텍 전무이사.

[에너지신문] 석탄과 석유를 기본으로 하는 화석연료의 고갈에 따른 에너지 가격의 상승과 이를 대체하고자 하는 새로운 에너지원 확보의 문제 그리고 화석연료 소비에 따른 CO₂ 배출과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는 이미 전 세계적인 현안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 발생하는 CO₂ 발생량의 년도별 감축목표를 정하고 각국간 합의된 기후변화 협약을 발표, 지속적인 신재생 에너지원의 확대와 대규모 플랜트의 에너지소비효율을 향상시키고 반응 공정 중 생성되는 미활용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회수하려는 노력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미활용에너지 회수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천연가스 수입량은 2020년 기준으로 4000만톤으로 세계 3위, CO₂ 배출은 2020년 기준으로 6억톤으로 세계9위다. 이러한 상황에서 CO₂ 저배출 기술을 이용한 전기생산의 개발 및 신규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CO₂ 저배출 전력생산 기술 중 천연가스의 도입, 저장 및 이송 과정에서 손실되는 압력에너지를 활용한 차압발전 기술이 각광받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은 미래의 수소에너지 시대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번 기고에서 천연가스 차압발전의 도입가능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천연가스 공급 현황은?

국내 천연가스 보급체계는 시추지점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초저온의 액화상태로 수입, 국내 항만에 설치된 천연가스 생산기지에 액상으로 저장했다가 해수열로 기화시킨 후 배관망을 통해 기체상태로 각 지역의 정압관리소로 보낸다.

각 지역의 정압관리소는 수십~수백km의 장거리 이송이 가능하도록 70기압 정도의 고압으로 송출시킨다. 이때 정압관리소에서는 생산기지로부터 보내진 약 65기압 정도 기체상의 천연가스를 8.5기압 정도의 중압기체로 압력을 떨어뜨린 후 지역 도시가스사에 공급하게 되고 지역 도시가스사는 이를 2.5기압으로 감압해 상업시설 및 가정으로 공급, 사용하게 된다. 또한 발전소에서 필요한 천연가스는 25기압으로 감압해 공급한다.

결국 생산기지에서 공급된 천연가스가 정압관리소를 거쳐 수요처로 보내질 때 적절한 압력으로 감압‧공급되는데, 이때 회수가능한 압력에너지가 버려지고 있어 이를 활용, 청정한 에너지원으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으며 이러한 기술 중 버려지는 압력을 회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가 ‘터보팽창기’다.

현재는 도시가스 정압관리소에서는 가스 감압을 위해 ‘정압밸브’라고 불리는 JT밸브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단지 압력만을 떨어뜨리기 위한 설비로 밸브의 개폐 정도에 따라 밸브출구의 압력 정도를 조절한다.

이에 비해 터보팽창기는 정압과정 중 고압 천연가스가 터빈날개를 회전시키면서 발전기를 돌려서 청정한 전기에너지로 회수되고, 고압가스는 이러한 팽창과정에서 감압되면서 물리적으로 가스온도가 내려가게 된다.

예전에는 밸브출구의 가스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밸브입구 공급 전에 히터를 거치게 해 예열을 했으나 최근에는 기술이 더욱 진화, 추가 예열 없이도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터보팽창기 기술은 천연가스를 비롯 고압수소, 질소 등 그 대상이 점점 확대돼 가는 추세다.

터보팽창기 운영 사례는?

해외에서 운영되고 있는 터보팽창기의 현황을 살펴보면 이미 1980년대에 GE사 등에서 가스배관망의 압력차를 이용, 팽창기 설비 도입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4000여기 이상의 터보팽창기가 운영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3년 김해 정압관리소에서 안정성을 검증한 시범사업 경험이 있고, 최근에는 발안 정압관리소에서는 2022년 시범 가동을 목표로 1.5MW급 터보팽창기와 연료전지 및 수소충전소를 연계한 국책과제가 진행 중이다.

터보팽창기 적용을 위한 당면 과제는?

터보팽창기 적용을 위한 기술적‧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우선 발생전력 사용에 관한 것이 있다. 발생한 전력은 우선적으로 정압관리소 내 소내동력으로 사용하고 잉여전력은 기존에 설치돼있는 한전 그리드에 연계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할 경우 정압관리소에서 한전계통으로 전력을 판매하는 모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법규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입법부 등과 연계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법규상의 문제해결이 시간을 필요로 하므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잉여전력을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 정압관리소 인근의 수소충전소에 공급하는 고수익 창출모델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적 기대효과는?

현재 우리나라는 년간 4100만톤 이상의 LNG를 소비하고 있으며 전국에 147개의 정압관리소와 4931km의 천연가스 공급망을 운영 중에 있으며 이 시설에 터보팽창형 정압기를 도입한다면 약 80MW의 전력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23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이것을 경제적으로 환산해보면 15년간 1조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발전시장과 5년간 170여명의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천연가스 유량이 충분한 정압관리소의 경우 천연가스의 추가 예열없이 고압의 천연가스를 저압으로 직접 팽창하면서 전력을 회수할 수 있어 추가적으로 소모되는 열량을 줄일 수 있고 따라서 경제적으로도 우수한 미활용에너지 회수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TEG Italy.
▲ TEG Italy.

터보팽창기는 설비단위 면적당 에너지밀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타 신재생에너지 장비보다 적은 설치공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280kW급 터보팽창기를 설치할 경우 년간 2.2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이에 필요한 설치면적은 17㎡이며 같은 발전량을 태양광 및 풍력발전기와 비교하면 740배와 260배 작은 설치공간이 필요, 콤팩트한 설치공간 면에서도 유리하다.

또한 터보팽창기는 가스가 공급되기만 한다면 계속 운영할 수 있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기와 같이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시스템이다.

최근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일환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친환경적이고 활용가능한 에너지원 발굴 방안 검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용가능한 폐자원 및 폐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한다는 목표로 버려지는 폐압력에너지를 회수, 청정한 전력에너지로 회수하는 기술을 소개했으며 천연가스 정압관리소 등에서 버려지는 차압에너지의 활용에 정책적‧기술적 관심을 기울일 때다.

또한 이는 최근 정부가 글로벌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이행속도를 높이고 있는 ‘수소충전 시스템’과도 연계, 경쟁력 있고 안전한 수소충전 시스템 보급 확대에 적극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NEW-SAPPHIRE-FREESPIN-RENDERING-26.
▲ NEW-SAPPHIRE-FREESPIN-RENDERING-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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