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빔 기술 활용, 양자점 건식 제조·패터닝 기술 개발

[에너지신문] 지난 2004년 영국 맨체스터대가 발견한 ‘그래핀(Graphene)’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높은 전기전도성을 가진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그래핀을 수 나노미터(nm) 크기로 줄일 경우 반도체의 특성까지 갖게 되는데 이를 ‘그래핀 양자점’이라 한다. 전류를 흘려주거나 빛을 쪼이면 반도체처럼 빛을 발하고,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인체에 무해해 의료 및 산업 분야 전반에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은 가속기이용연구부 하준목·여순목 박사 연구팀이 ‘이온빔 기술을 활용한 고결정성 고순도 그래핀 양자점의 건식 제조 및 패터닝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관련 연구결과는 재료 분야 권위지인 카본(Carbon)에 게재됐다.

▲ 원자력연구원 하준목, 여순목 박사(왼쪽 네 번째, 다섯 번째) 연구팀.
▲ 원자력연구원 하준목, 여순목 박사(왼쪽 네 번째, 다섯 번째) 연구팀.

해당 기술은 그래핀 양자점을 만드는 새로운 건식 제조공정이다. 어떤 화학물질도 사용하지 않고 이온빔과 가열공정만으로 고결정성, 고순도 그래핀 양자점을 만들 수 있다. 기술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공학개인기초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이 보유한 이온빔 조사시험시설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 실리콘 기판의 원하는 부위에 금속이온빔을 조사해 철 나노입자를 생성한다. 철 나노입자는 섭씨 800도에서 1000도에 이르는 두 차례의 가열 공정을 거치며 그래핀 양자점을 합성하고, 고온 속에서 모두 증발되어 그래핀 양자점만을 남긴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그래핀 양자점을 정확한 위치에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양자점을 기판에 원하는 모양의 회로로 배치해 형성하는 패터닝까지 성공했는데 이는 세계 최초의 성과다. 최근 해외 일부 연구진이 그래핀 양자점 패터닝에는 성공했지만 이번처럼 순수한 그래핀 양자점 제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그래핀 양자점은 흑연 덩어리를 강한 산이나 염기 등으로 잘게 깎아내는 화학적 공정을 거쳐 액체 상태로 만들어낸다. 불필요한 부산물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고, 유독성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완성된 그래핀 양자점이 인체에도 유해하다는 논란이 있다. 무엇보다 그래핀 양자점이 액체 상태로 만들어져, 패터닝이 어려워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센서 등 산업적 활용에 제한이 있었다.

김유종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지금까지 그래핀 양자점의 상용화를 가로막던 장애물들을 이번 기술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그래핀 양자점의 산업 및 의료 분야 상용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하준목 선임연구원은 “인체친화적인 순수 그래핀 양자점을 어떠한 화학물질도 사용하지 않고 제조했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중금속을 활용해 만드는 기존의 양자점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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