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요소수 품절!!’
디젤 차량에 예상치도 못했던 비상등이 켜졌다. 주유소에서 기름도 가스도 아닌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초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디젤 차량의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사용되는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국내 수입량의 97%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다.

최근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한 탓에 시중에 풀렸던 물량이 빠른 속도로 바닥나고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요소수가 부족한 디젤 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디젤차 중 대다수가 원자재·물류 배송을 위한 화물차여서 물류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택배 등 생활 유통시장뿐만 아니라 전 업종에 걸쳐 피해가 올 수 있다.

특히, 소방차·구급차 등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차량까지도 운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평소 귀한 줄 몰랐던 원료 하나의 공급망 부족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처럼 중국의 공급망 교란과 공급 부족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연료, 에너지, 곡물 등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적 충격을 가져온다.

가장 염려스러운 대상은 차세대 주요 먹거리인 이차전지 원자재다. 중국의 현재 전기차 보급량은 가히 폭발적이다. 때문에 중국이 앞으로 이차전지 생산에 쓸 필수 원자재가 부족해지면 자국 내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수출제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 명백하다.

마땅한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주요 원자재 수입 장벽에 맞닥뜨릴 경우 우리 경제가 직면하게 될 피해는 가늠조차 힘들 정도로 막대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관련 원자재 부문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실제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산화코발트와 황산망간은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여온다.

지난해 수입 비중은 각각 84.4%, 93%로 집계됐고, 해마다 중국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차전지와 함께 전기차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부품인 모터의 필수재인 희토류 자석은 거의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7월,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기둥이 될 이차전지 산업을 지원하고자 정부 관계 부처에서 합동으로 발표한 ‘2030 이차전지 산업(K-Battery) 발전 전략’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전략인 원자재 공급망 구축 방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전체 24쪽에 달하는 대책 중 ‘R&D 비용 최대 40~50%, 시설투자 최대 20% 세액공제’와 같은 익숙한 지원책만 가득하고, 원자재 공급망 구축에 관련된 방안이라고는 ‘민간기업의 해외 원자재 광물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한다’는 문구뿐이다.

목마른 자가 직접 우물을 파면, 정부로서 ‘적극 지원’을 고려하겠다는 식의 수동적이고 애매모호한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희토류 광물 개발은 기술뿐만 아니라 혹독한 환경 조건, 시공간적 부담, 지역적 한계 등 위험도가 높아 대기업조차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다.

심지어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관련 예산을 매년 삭감하고 있다. 2017년 1000억원, 2018년 700억원, 2019년 367억원으로 줄였다. 올해 들어 정부가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에 지원한 예산은 0원으로 전무하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이차전지 및 희토류 원자재 공급망을 이미 충분히 구축하고 있지만, 미래를 대비해 해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광물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자원부국으로서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모터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 제조를 위해 중국 밖 해외 희토류 광산 개발에 혈안이다. 부익부 빈익빈이 따로 없다. 자원빈국인 우리 정부가 예산을 삭감하고 수수방관적 태도로 민간기업의 등만 떠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미국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폐회를 앞두고 14개 동맹·우방국을 긴급 소집해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 회의의 핵심은 ‘중국이 장악한 단일 공급망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 동맹국들은 원자재와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을 두고 마치 고래 사이에 낀 새우 같은 처지에 놓였다. 이런 분위기라면 어느 한쪽으로 적극 동참하기보다는 틈을 벗어나 독자적인 원자재 공급망 구축이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를 대비한 ‘희토류 및 이차전지’ 원자재의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은 중국을 비롯한 대외 정치 경제의 풍파로부터 우리 경제의 차세대 핵심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독자적인 원자재 공급망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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