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硏, 방사성요오드 포획 천연광물 원리 발견

[에너지신문] 지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서 방사성요오드가 누출되었을 때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

국내 연구진이 지하 처분장 환경에서 천연광물 ‘공작석(malachite)’이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있다는 사실과 공작석이 방사성요오드를 흡수하고 더 단단한 광물 ‘마샤이트(marshite)’로 변신한다는 사실을 5년간의 실험을 통해 세계 최초로 확인한 것.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처분성능실증연구부 이승엽, 권장순 박사 연구팀이 세계적 난제로 꼽혀온 방사성요오드의 지하 누출 및 이동을 99% 이상 차단할 수 있는 천연물질을 발견하고 관련 지화학 반응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 저널인 ‘케모스피어(Chemosphere)’ 제287호에 지난달 발표됐다.

▲ 연구를 진행한 권장순(왼쪽), 이승엽 책임연구원이 공작석 샘플을 들고 있다.
▲ 연구를 진행한 권장순(왼쪽), 이승엽 책임연구원이 공작석 샘플을 들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미미한 확률이지만 사용후핵연료 지하 처분 과정에서 방사성요오드가 누출될 수 있다. 방사성요오드는 우라늄, 세슘 등 다른 핵종들과 달리 음이온의 성질을 지녀 사용후핵연료를 감싸는 점토질 완충재와 주변 암석 및 광물 표면에 거의 흡착되지 않고 빠르게 이동하는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방사성요오드 누출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를 구리로 만든 용기로 감싸 지하 깊숙이 보관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연구진은 부식된 용기의 구리이온이 지하수의 탄산이온과 결합해 천연 탄산구리광물인 공작석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와 함께 공작석이 산화·환원 반응으로 지하수의 다양한 음이온 중 방사성요오드만 선택적으로 흡수해 마샤이트 광물로 변신한다는 사실도 새롭게 발견했다. 변화가 워낙 극적이라 연구진은 마치 "트랜스포머 로봇과 같이 변신한다"고 표현했다.

산화·환원 반응은 물질 간 전자를 주고받으며 발생하는 산화와 환원 두 과정으로, 전자를 잃는 쪽은 산화되고 전자를 얻는 쪽은 환원된다. 공작석의 구리성분이 요오드로부터 전자를 얻어 환원되면 음이온인 요오드와 선택적으로 강하게 결합하며 이 과정에서 공작석이 분해돼 마샤이트가 생성된다.

▲ 공작석이 방사성요오드를 흡수하며 단단한 마샤이트로 변신하는 개념도.
▲ 공작석이 방사성요오드를 흡수하며 단단한 마샤이트로 변신하는 개념도.

생성된 마샤이트는 지하 환경에서 매우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또 방사성요오드를 꾸준히 흡수해 지속적으로 결정이 성장할 수 있다.

이런 성질 덕분에 공작석을 이용하면 처분장 밖으로 흘러나갈 수 있는 방사성요오드를 99% 이상 영구히 붙잡아 둘 수 있다. 이는 처분장 환경에서 추가 물리화학적 조치 없이 친환경적으로 방사성요오드를 차단하는 방안을 찾아낸 것으로, 연구진은 처분안정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이승엽 박사는 “미래 건설될 지하처분장에서 이번 연구성과를 적용할 수 있도록 실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실증연구를 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운영 중인 원전에서도 활용 가능한 새로운 방사성요오드 정화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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