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준범 기자
권준범 기자

[에너지신문] 지난달 23일 한전은 10~12월분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내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연료비 연동 가격을 반영, kWh당 –3원에서 0원으로 단가가 재산정 됐는데, 한전 입장에서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그동안 손해보며 팔던 전기를 본전에 파는 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350kWh를 소비하는 4인가구 기준으로 약 1050원을 더 내는 명백한 가격인상이다.

지난해 연말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국제유가의 지속되는 상승 분위기에도 불구, 전기요금은 올해 3분기까지 계속 묶여있었다.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 및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한전에 요금인상 억제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적자 상황에 놓인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충분히 갖췄음에도 마음대로 요금을 올릴 수 없다. 이는 결국 시장형 공기업의 한계와 불공정함으로 요약될 수 있다.

한전은 더는 못 버티겠는지, 4분기에 마침내 인상을 선언했다. 떨어질 줄 모르는 국제유가와 늘어만 가는 적자 상황에서 국내 최대 공기업도 위기를 느낀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썩 좋지 못하다.

코로나 장기화로 국민들이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 질질 끌다 요금 인상을 발표한 타이밍은 좋지 못했다. 차라리 1분기부터 과감히 인상했다면 지금처럼 민심이 ‘떡락’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사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여론의 눈치를 보며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 지금에서야 마지못해 ‘찔끔’ 인상한 것이 문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내년 대선 전 까지는 어떻게든 전기요금 인상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한전과 발전공기업들의 경영 상태가 정말로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여러 요인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더 이상 정치적 볼모가 아니라 시장의 상품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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