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용 요금 15개월째 동결…시장가격 왜곡 심화
미래 물가상승 악순환 및 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에너지신문] 도시가스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매요금이 연료비연동제에도 불구하고 15개월째 동결, 가격왜곡 현상이 심화되면서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추석 연휴가 지나면 요금이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선 국면 등을 고려해 또다시 동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처 간 협의를 전제로 연료비가 계속 오르는 만큼 이를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서민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민수용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석 이후 도시가스 민수용 요금을 올리더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2%대를 기록 중이고,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접어든 만큼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도시가스 사용량이 증가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요금을 올리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나 인상 요인이 수개월째 누적된 만큼 더는 인위적으로 요금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유가 및 스팟가격 상승
현재 정부는 천연가스도매요금 조정시 원료비연동제를 적용해 도시가스요금을 조정하고 있다. 원료비연동제는 도시가스 요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료비 부분을 LNG 국내 도입가격에 연동해 조정하는 제도다.

특히 민수용(주택용, 영업용)의 경우 국제유가 및 환율 등 LNG 국내 도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반영해 격월(매 홀수월)로 원료비를 산정, ±3%를 초과하는 변동요인이 있을 경우 요금을 조정토록 하고 있다. 상업용·발전용은 매월 자동으로 조정한다.

그러나 상반기 내내 가파르게 상승한 유가로 인해 원료비가 큰 폭으로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난해 7월 평균 13.1% 인하한 이후 15개월째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을 동결했다.

지난해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효과는 지난해 7월부터 도시가스 요금 인하에 반영됐다. 이후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지속적으로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요금인상 요인이 발생하고 있지만 도시가스 민수용 도매요금은 그대로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부담과 최근 지속되는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요금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 조치였다.

그동안 도시가스에 적용되는 유가는 배럴당 약 50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9월 현재 두바이 유가는 7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향후 원료비연동제에 따라 도시가스요금 인상요인이 더욱 커질 것이며, 가격왜곡 또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9월 기준 도시가스 민수용 원료비는 10.1567원/MJ인데 반해 산업용 원료비는 13.4883원/MJ로 30%이상 비싸게 원료비를 적용하고 있다. 원료비 격차가 심화되면서 갈수록 가격이 왜곡되고 있는 것.

이로 인해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현재 약 7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수요가 많은 동절기를 거치면서 민수용에 대한 원료비 반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연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도시가스 요금 왜곡 재발 
지난 2012년에도 도시가스 원료비를 적기에 반영하지 않아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5조원 이상 발생한 바 있다.

정부는 이같은 에너지 가격 왜곡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시가스 원료비 연동제 개편을 통해 요금체계의 합리성을 강화했다.

이후 상업용 등은 매월 도시가스 요금을 조정해 과거 발생했던 대량수요자 체리피킹 등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소했지만 민수용 요금 조정이 계속 유보되면서 새로운 가격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동결이 지속되면 향후 가스공사의 원료비 미수금 누적으로 이어져 한꺼번에 요금 인상을 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요금 동결에 따른 천연가스 도입가격과 가스요금 상의 차이는 다음해 원료비 정산단가로 반영되기 때문에 미래 물가상승의 악순환이 발생한다. 미수금에 대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금융비용 또한 요금에 반영되기 때문에 최근 금리상승 추이에 소비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가격 시그널을 왜곡시켜 동절기에 에너지 과소비를 유발하고, 국제유가와 상이한 가스요금으로 소비자들의 수용성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점도 지적된다.

단계적 요금 현실화 필요
올해 유가를 비롯한 국제 천연가스 스팟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난방용 수요량이 크게 증가하는 동절기에는 가격 조정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행과 같이 민수용 요금 동결이 지속될 경우 동절기 이후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민수용 미수금이 과거처럼 수조원까지 증가될 수 있으며, 유가 인상분과 함께 지속적으로 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 물가지표 상승 추세가 안정되면 도시가스 요금 반영을 검토할 수 있겠지만 에너지가격 왜곡 등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한 원료비 연동제를 지속적으로 외면할 경우 자칫 정책 실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업계 관련 전문가들은 가격왜곡으로 인한 에너지 과소비 및 물가상승 악순환 방지를 위해 동절기 이전에 도시가스 원료비의 단계적 현실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정부는 높은 물가상승률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경제 등을 고려해 원가 압박에도 공공요금을 동결해 왔다”라며 “그러나 치솟는 원가 상승 요인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고, 국가 전체를 볼 때 1년 이상 장기간 요금을 억누르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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