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공급망 구축, 탄소중립 출발점
중국 수출 통제 대처할 계획안 필요

[에너지신문] 지난 8월 5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이 초안에서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해 풍력과 태양광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력 생산에 있어 29%를 차지하는 원전 비중을 6∼7%로 낮추는 대신, 태양광과 풍력을 최대 71%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어서 31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줄이도록 했으며, 산업부문별·연도별 세부 감축 목표 정립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준연도인 2018년의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2800만톤으로 역대 최고였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화석연료 사용 저감 계획을 면밀히 살펴보면, 국제 정세나 원재료 공급망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지 않은, 반쪽자리 해법에 불과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의 초안에서 제시한 풍력 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품인 희토류 자석 제조가 먼저이고, 중희토류에 속하는 그 원재료인 ‘디스프로슘(Dy)’ 200~250톤의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또 국회 탄소중립기본법에 명시된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동차분야에서만 약 395만대의 전기차의 보급이 이뤄져야 한다. 전기차 395만대에 필요한 희토류 자석 제조에는 디스프로슘(Dy) 500~600톤이 필요하다.

현재 디스프로슘은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고, 희토류 자석도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또한 우리나라가 국내외에 보유하거나 보유할 계획인 중희토류 광산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1000여톤에 가까운 디스프로슘(Dy)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탄소중립에 있어 꼭 해결해야한 필수과제라 할 수 있다.

중국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원재료 수급 현실에 안주해 2050년까지 중국의 수출 의지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희토류 정책에 대한 중국 정부는 단호하다.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의 제품 수출통제를 강화해 수출량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미국, EU, 일본의 공동 대응과 미중 무역 분쟁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정책으로 희토류를 무기화 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 디스프로슘(Dy) 수요 공급 그래프.
▲ 디스프로슘(Dy) 수요 공급 그래프.

중국이 희토류 관리에 집중하는 이유
중국이 희토류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희토류 가격의 급등이다. 전 세계가 미세먼지 저감,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녹색성장 기조에 따라 풍력발전설비, 에너지 절감형 에어컨, 전기차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희토류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희토류 수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조짐을 보이자 중국은 수출 관리를 통해 이를 안정화에 나선 것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2025년 연간 600만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출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자국 내 중희토류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를 통해 희토류 및 희토류 제품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 뻔하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은 희토류를 자국 내 우선적으로 공급해 내수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목적이다.

두번째는 미국에 대한 실질적 대응 전략으로 희토류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여전히 미중 분쟁이 장기화‧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에게 가장 필요한 희토류를 협상카드로 내세우겠다는 심산이다.

즉, 희토류 수출 관리 강화는 희토류 ‘무기화’를 법제화 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특히 2020년 12월 1일 시행된 중국의 ‘수출통제법’에서는 희토류를 전략자원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관리 강화를 명시한 바 있다.

게다가 2021년 1월 15일에는 ‘희토류 관리조례 초안’을 만들어 수출통제법의 법적 근거를 강화, 희토류 산업 전반과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수출량을 더욱 줄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중희토류 광산 개발 등 공급망 구축 절실
글로벌 시장에서의 희토류 공급량은 축소될 것이 자명하다. 중국의 희토류 산업 고도화 및 통제 강화 정책에 따른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가격상승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희토류 공급 축소 여파로 인해 세계 각국에서는 광산개발, 생산 확대, 대체‧재활용 기술을 촉진하고 독자공급망을 구축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 내 중희토류 광산을 개발 중이며, 화학회사인 블루라인사는 호주의 광산회사인 라이너스(Lynas)사와 합작해 미국에 중희토류 분리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자체 개발 생산에 착수, 2019년부터 중국의 공급 축소에 대비해오고 있다.

한국은 디스프로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희토류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국에서 들여온 희토류 금속과 희토류 화합물 수입량은 각각 96%, 58%에 달한다.

여기에 전기차, 킥보드, 스마트폰, 전동공구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 수입 비중은 88%에 육박한다. 희토류에 있어서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희토류 영구자석
▲ 희토류 영구자석.

지난해 2월,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네스’란 자동차 부품 중 하나가 공급이 제때 되지 않아 현대차 생산 라인 일부가 가동을 멈췄다.

올해는 차량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만약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지연시키거나, 드러나지 않는 방법으로 축소할 경우, 반도체 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충격이 올 것이다.

우리 정부와 국회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가. 2050 탄소중립이라는 거대 시나리오의 핵심 원자재를 중국에 의존하려는 안일한 계획은 극도로 위험하다.

중국은 이미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며 선을 그었고, 우린 아직 텅 빈 계획표 위에 최종 목표만 적어뒀을 뿐이다. 국내 자원개발 기업이 중희토류 광산 개발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중국의 수출 통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안이 필요하다.

대외 정치 경제 여건에 따라 휘둘리지 않는 독자적인 공급망 구축이야말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탄탄하게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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