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소 3천만톤 시대 향한 천연가스 인프라의 여정
[기고] 수소 3천만톤 시대 향한 천연가스 인프라의 여정
  • 정희용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 승인 2021.09.15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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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업 밸류체인, 도시가스 구조와 매우 유사
기존 천연가스 인프라, 수소운송 핵심 역할 할것

[에너지신문] 수소 3천만톤 시대의 여정
전 세계는 탄소경제의 영광을 뒤로 하고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예고한 수소경제, 수소사회로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수소는 기존에 관심이 집중된 모빌리티에 국한하지 않고 산업용, 발전용, 건물부문 등 천연가스가 공급했던 모든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McKinsey(2018) 전망치에 따르면, 2050년의 세계 수소경제 규모는 2조 5000억달러였으나 최근 Goldman Sachs(2020)는 12조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Bloomberg NEF는 수소의 에너지 수요비중을 24%까지 전망한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청정수소의 생산 단가가 1kg당 1달러 수준까지 하락,  2030년에는 수소경제의 본격적 가동이 예상된다.

한편 2021년 8월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의하면, 2050년 우리나라의 수소 수요는 시나리오별로 2700~2900만톤에 달해 수소 3000만톤 시대의 여정이 시작했다고 하겠다.

이하에서는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고, 해외사례 분석을 통해 시사점을 도출하여 도시가스사업의 수소경제로의 전환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국내 도시가스사업은 가스공사의 전국망과 5만km에 달하는 지역배관망 구축 및 2000만 고객 확보로 수소경제 진입에 매우 유리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지역배관망은 국가 안전망 공익사업으로 1987년부터 2020년까지 총 12조 1000억원을 투자, 전국 보급률이 85%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 수소경제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고, 밸류체인과 사업구조적인 측면에서 도시가스사업의 역할과 확장된 형태의 비즈니스모델 접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소사업의 밸류체인을 감안할 경우, 유틸리티사업 중 기존 도시가스사업 구조와 가장 유사한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 천연가스 공급사들의 실증 사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천연가스 네트워크 100% 수소전환을 추진중인 영국
영국의 수소전환계획은 매우 혁신적이지만 장기간에 걸쳐 체계적이고 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영국은 녹색산업혁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산업, 교통 및 전력 부문의 저탄소와 수소의 효율적 공급을 위해 수소도시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영국 정부는 2032년 목표로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100% 수소 전환을 목적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해 수소생산-수송-저장-CCS-활용(가정, 산업용) 전 단계에 기존 천연가스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H1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H1 프로젝트 관리는 ofgem(영국의 전력가스산업 규제기관)이 총괄(자금조달 등)하고 있으며, 실증사업(GDN Agreements)에는 Northern Gas Networks 등 4개의 지역 천연가스 공급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또한 협업기관으로 Health and Safety Executive(HSE, 영국 보건 안전청)와 DNV(세계 최대 선급협회로 재생에너지, 석유, 가스산업 컨설팅 및 감독기관)가 지원하고 있다.

한편 영국은 리즈시를 2030년까지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해 수소를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수소도시로 전환하는 ‘Leeds City Gate Project’를 추진 중에 있다.

수소 수송에 기존 가스배관을 이용하면 비용효과적일 것으로 판단, 기존 천연가스배관으로 가스를 공급해 생산시설(Steam Methane Reformer+CCS)에서 블루수소를 생산한 다음, 수소 전용배관을 구축(iron을 수소배관(PE)으로 전체 교체 및 추가 설치)해 기존 도시가스 공급지역에 수소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또한 전체 도시를 hydrogen-ready로 만들기 위해 모든 가스 이용기기를 수소기기로 전환하는 방안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유용성과 관련, 중압배관은 수소 혼입이 가능하며, 저압배관은 심각한 문제는 없으나 보수 및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도시가스사업 인프라 현황.
▲ 국내 도시가스사업 인프라 현황.

이 프로젝트에 소요되는 예산은 총 3조 2000억원에 달한다. 생산, 수송, 저장 및 CCS에 1조 4500억원, 활용부문의 가정용에 1조 3000억원, 산업용에 4000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블루수소를 우선 공급하고, 배관은 물론 이용기기 교체까지 정부가 지원하며, 대규모 지역에 대한 수소전환 및 대규모 예산이 지원되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영국 정부가 수소경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반증이다.  

일본, 민간 협업으로 도시단위 수소 프로젝트 추진
일본은 민관의 협업을 바탕으로 2020 도쿄 올림픽 선수촌 주거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시 전체에 수소와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Harumi Flag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도쿄청이 사업을 발주했다.

도쿄가스가 사업을 총괄하며, JXTG Nippon Oil & Energy(수소스테이션 건설·운영, 수소 공급), Harumi Eco Energy(수소배관 설치, 연료전지 관리), Panasonic(연료전지 공급)이 각각의 전문 영역을 수소 수송~활용에 이르는 도시 단위의 수소 인프라 구축이 진행되는 점이 특이하다.

아울러 이 모델은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수소생산(지구정압기)-직공급(수소충전소 등) 또는 수송(전용배관)-수소연료전지발전(지역정압기)-전기 및 열공급(한전 송배전시스템 및 지역난방시스템 연계)-전기 및 열사용(고객)의 ‘수소융합사업모델’과 유사한 점에서 사사점이 크다.

수소 이용분야 R&D 및 실증사업도 활발히 진행
영국은 가정용, 상업용 및 산업용 천연가스 사용기기의 수소대체 가능성을 연구하기 위하여 ‘Hy4Heat 프로젝트’를 설립, 운영 중이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민관이 협업해 전기, 천연가스 없이 수소로 구동이 가능한 주택을 건설하여 실증 중에 있다.

영국 비즈니스 에너지산업전략부(BEIS)와 북부가스네트워크, Cadent(가스 유통업체) 및 Boxi Heating, Worceter Bosch(수소 보일러 제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난방(수소 보일러, 수소 난로)과 취사(수소 가스레인지, 수소 쿠커, 오븐 등)에 대한 실증도 함께 진행 중에 있다.

네덜란드도 Rozenburg Hy4Heat 실증사업으로, 2018년부터 DNV GL, Bekaert Heating, Remeha 기업들이 참여하여 그린수소 열 공급을 검토하기 위해 로젠버그의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이용하여 아파트단지(500세대) 보일러실에 수소를 공급 중에 있다.

독일은 함부르크 소재 12개 기업들로 구성된 함부르크 수소연합(Wassertoffverbund Hamburg)이 발족돼 공동 및 개별 사업안 9개를 추진 중에 있다.

함부르크 무어부르크 석탄화력 발전소를 그린수소 발전소로 전환하고, 함부르크 지역난방공사(열공급사), 바텐팔(풍력에너지), 쉘, 미쓰비치중공업 등의 기술지원으로 함부르크 가스공사의 수소산업 네트워크(HH-WIN)를 구축, 수소를 수송한다.

항만 인근 그린수소허브 구축으로 주변 지역, 산업체, 인프라에 수소 공급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 세계 수소시장 전망.
▲ 세계 수소시장 전망.

우리나라의 수소사업 전망과 기존 인프라의 활용 방안
3000만톤 수소경제시대의 조기 진입과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사업 초창기 수요확보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수소사업도 도시가스사업과 비즈니스모델이 유사해 사업 초창기에는 발전용 및 산업용 위주의 공급이 불가피할 것이다. 산업체 수요는 주로 철강이나 석유화학단지의 대규모 산업체가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본다.

또한 수소경제가 1000만톤 수요를 넘어설 경우, 튜브트레일러(TT)나 탱크로리(TL) 방식으로는 공급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원활한 수송을 위해서는 수소배관망 구축이 필수적일 것이다.

결국 앞에서 살펴 본 ‘2040 European Hydrogen Backbone’이나 영국의 ‘H1 프로젝트’와 같이 기존의 천연가스 인프라는 수소 운송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기존배관망에 대한 수소 혼소의 실증사업을 통해 수소의 안전사용 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

또한 장기사용배관에 대한 재투자의 경우에도 수소경제에 대비한 투자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일정기간 경과한 장기사용배관을 수소배관으로 교체하고, 수소 공급시점까지는 천연가스 공급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해외 수소 도입 등 수소경제 여건이 성숙할 때에는 수소 공급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수소겸용배관(Hydrogen Ready Pipeline)은 투자의 효율성과 안전성, 기존 사업의 지속성 및 정부의 탄소중립 시책의 조기 시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일석사조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 2040 유럽 수소 백본 프로젝트 (Hydrogen Backbone) 개요.
▲ 2040 유럽 수소 백본 프로젝트 (Hydrogen Backbone) 개요.

맺음말
수소경제는 이미 우리 일상에 친숙해 지고 있다. 수소버스와 수소 승용차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수소생산-유통-공급 밸류체인 구축 등  대규모 투자계획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세계 수소시장 규모 전망도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 2050년의 국내 수소 수요가 3000만톤을 바라보며, 8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할 계획이다.

따라서 국내 수소 수송 부문은 전문성과 노하우 및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도시가스사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탄소중립은 도시가스업계의 레드오션으로 다가오고 있지만, 수소경제로 전환하여 블루오션으로 승화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수소시장 발전 단계별 전략을 수립하고, 수소 실증과 R&D로 안전하고 편리한 수소이용 시대를 열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탄소중립의 최적의 가교역할로서 천연가스, 재생에너지, 수소사업 및 전기사업을 연계·운영하는 에너지전환시대의 종합에너지회사로 거듭나야 한다.

12조원이 투자돼 대기환경 개선과 국민생활을 윤택하게 한 천연가스 인프라가 좌초자산이 된다면, 도시가스사업의 존폐는 물론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우리는 매 5년마다 50억㎥, 매 7년마다 500만 가구를 증가시킨 ‘K-LNG 법칙’을 창조한 저력이 있다. 수소 변혁의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천연가스의 경쟁력과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천연가스가 국민부담을 줄이도록 연착륙에 성공해 수소경제 진입을 앞당기고, 천연가스 인프라가 우리나라의 수소경제 발전에 마중물 역할과 밑거름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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