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음극재, 리튬이온전지 미래 연다
전기차 적용 시 배터리 용량·주행거리 20% 상승
원천기술 확보 여부, 경쟁 우위 지속가능성 결정

[에너지신문] 리튬이온전지(리튬이온배터리)의 4대 구성 요소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이며 음극재의 경우 1991년 일본의 소니(Sony)에 의해 상용화된 후 약 30년 간 흑연 계열(천연흑연, 인조흑연)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흑연은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인 결정구조를 지니고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용량의 한계로 인해 음극의 원소재로서 실리콘(Si)을 사용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전기자동차(EV)의 시장 확대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과거 리튬이온배터리는 가전제품과 모바일 전자 제품에 주로 사용돼 왔으나 향후 몇 년 안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4대 구성요소의 원천기술 개발 확보를 위한 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는데,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 보면 양극재, 전해질, 분리막과 관련된 기반기술은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음극재는 흑연을 대체할 수 있는 실리콘 원소재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시간, 배터리 수명, 출력 등의 문제는 배터리 용량 개선을 위한 고성능 음극재를 개발함으로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흑연 계열 음극재는 이론 용량 한계가 약 350mAh/g 내외이며 이를 실리콘 계열 물질로 대체하면 기존보다 4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실리콘을 일부 흑연과 혼합할 경우 같은 크기의 기존 배터리 대비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어 음극재로서 실리콘 계열 원소재의 상용화 기술 확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리콘은 전기 전도도가 매우 낮고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약 3배 이상 부피가 팽창한다.

즉 실리콘의 구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열화로 인하여 입자가 부서지거나 전극이 벗겨져 전지 성능을 급격히 감소시키며 안정성의 문제가 있어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실리콘과 다양한 소재의 복합화에 관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서 그래핀을 실리콘과 복합화하기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래핀(Graphene)은 육각형 구조의 탄소원자로 이뤄져 있고 2차원 탄소나노소재로서 전기 전도성이 우수하며, 전기 화학적으로 안정해 실리콘을 전해질로부터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또한 타 소재 대비 흑연과 유사한 구조이기 때문에 전해질과 원하지 않는 반응으로 인한 전지 성능 저하의 문제(부반응: side reaction)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그래핀을 이용한 코팅층은 우수한 기계적 강도를 지닌 그물망 구조이며, 실리콘의 부피팽창에 따른 구조적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깨지는 현상(파쇄)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그래핀이 실리콘 표면에 코팅된 코어-쉘(Core-Shell: Core-Silicon, Shell-Graphene) 형태의 구조인 경우 전기 전도도 향상, 실리콘 파쇄(깨짐) 저감, 전해질 부반응 억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어 실리콘 소재 기반 리튬이온배터리의 용량 및 수명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상용화 관점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 할 수 있는 실리콘/그래핀 복합재의 개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로 남아있다.

▲ 전기연구원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개발팀(왼쪽부터 이건웅·양선혜·정승열·김익준 박사).
▲ 전기연구원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개발팀(왼쪽부터 이건웅·양선혜·정승열·김익준 박사).

KERI 연구팀은 특화된 산화·환원 공정을 기반으로 높은 결정성과 전기 전도성을 가지는 ‘화학적 박리 그래핀’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효과적으로 분산, 다른 물질과의 결합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고농도 페이스트 형태의 ‘그래핀 수(水)계 분산 기술’까지 개발했다.

또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존 리튬이차전지용 활물질 제조공정과 접목시켜 상용화까지 이어질 수 있는 대량제조 공정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기존 리튬이차전지 음극에 들어갔던 실리콘의 양(첨가량)을 기존 5% 이내 수준에서 20%까지 증가시켜 고용량·고품질의 음극을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

이 기술은 값싼 흑연으로부터 형성되는 그래핀 제조가 가능하며, 저가의 고전도성 그래핀 잉크/페이스트를 제조 할 수 있고, 특히 고전도성 그래핀의 자연적 특성인 소수성(물에 분산이 되지 않는 성질)을 친수성(물에 분산되는 성질)으로 변형시켜 이를 실리콘기반의 음극 제조공정에 직접 적용 가능하게 제조했다.

이는 대부분의 음극 제조공정이 수(水)계 기반이기 때문에 물에 분산된 그래핀을 제조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래핀 분산액의 점도 조절을 통해 다양한 공정의 적용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마이크론 크기의 실리콘과 고전도성 그래핀의 복합화가 가능하다.

또한, KERI의 그래핀은 결정성 및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실리콘의 부피팽창 억제뿐만 아니라, 도전재로서도 우수한 특성을 보인다. 이는 고용량 리튬이온전지의 상용화 기술로서 폭넓은 응용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리튬이온전지의 제조원가 중 원소재로서 음극의 비중은 약 15%로 양극재보다 비중이 낮지만, 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양극의 성능을 뒷받침 해 줄 수 있는 고성능 음극재의 확보 및 가격 경쟁력 확보가 결국 세계 시장의 선두를 이룰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제조된 실리콘/그래핀 음극재가 적용된 리튬이온전지는 기존 배터리의 용량을 20% 이상 높일 수 있으며, 특히 전기자동차용 고용량 배터리를 탑재함으로써 주행거리를 약 20%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약 30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리튬이온전지 시장을 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이 이차전지에 특화된 그래핀을 제조, 접목한 상용화 실리콘 응용기술 확보는 신성장동력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글로벌 그래핀 신시장을 선점하고 이차전지 음극재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부품 소재 자립화 기반을 구축 및 에너지 저장 소자용 나노소재 기술의 상용화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튬이온전지의 산업현황 및 분석
2020 한국형 그린뉴딜 정책 시행 및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의 수립과 함께 화석연료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수송체 시스템의 주행거리 증가가 이슈가 되고 있다.

배터리의 효율증가 및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세계 경제의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대비 이슈가 점차 극대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성능 이차전지의 개발은 이제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리튬이온전지 산업은 에너지밀도 향상과 원가절감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다양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국내 전지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에 비해 뒤늦게 시장에 진입했음에도 불구, 탄탄한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반 시제품(파우치형 Full Cell).
▲ 실리콘-그래핀 복합 음극재 기반 시제품(파우치형 Full Cell).

그러나 최근 모바일용 제품에 사용되는 소형전지 시장에서는 많은 중국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익 창출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으며, 높은 시장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전기차용 전지시장 조차도 국내 전지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낙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공급 사슬망 통합에 따른 가격경쟁력 향상과 한국 전지기업을 견제하는 중국 정부의 규제 강화 정책에 힘입어 중국 전지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전지기업들은 차세대 전지 개발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빠르게 뒤쫓아 오고 있는 중국 전지기업들을 견제해 나갈 수 있는 차별화된 소재‧부품 원천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개발 타이밍을 놓친 기업은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는 상당히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향후 저 원가에 특화된 중국 전지 기업과의 경쟁, 차세대 전지 시장에서의 대응 등 지금보다 증가된 경쟁 구도의 관리 및 R&D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서 국내 전지 기업의 경쟁 우위 지속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외부 자원의 활용 및 원천기술개발을 통해 경쟁 구도 다변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차전지용 원 소재 및 셀 제조업체의 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고용량, 장수명, 고안정성을 요구하는 EV, ESS 및 IT기기 전체를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에너지 저장소재의 시장 확대 및 기술력 우위확보를 통한 세계시장 선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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