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인터뷰]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 권준범 기자
  • 승인 2021.09.0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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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 ‘원자력 가치 알리기’ 집중할 터”

[에너지신문] 지난 1일부로 정식 취임한 정동욱 제34대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국내 최고 원자력 권위자 중 한 명인 정 회장은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한 원자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탄소중립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에너지원 간 대결구도로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정 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의 재생에너지 기술은 부족한 부분도 많기 때문에 원자력과 상호 보완의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고, 주변국들과 공동연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후쿠시마 사고는 그 자체로 비극이지만, 역으로 한중일 3개국이 원전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협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국내 원자력계의 어려움을 지켜봐 온 그는 1년이라는 길지 않은 임기지만, 학자로서의 소신을 갖고 할 말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정동욱 회장과의 일문일답.

가장 안전한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깊게 묻는 것’
SMR 관건은 비용…모듈화로 시장진입 가능성 커

Q. 학회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향후 학회 운영 방향은?

원자력계가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게 돼서 어께가 무겁다. 임기 중에 원자력의 가치를 알리는데 주력하겠다. 특히 내년은 대선이 있기 때문에 학회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해라 할 수 있다. 차기 정부에서 원자력이 에너지정책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생겨났던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학계와 산업계의 노력으로 많이 바뀐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원자력의 긍정적인 면을 보다 많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학회가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Q. 학회는 온라인으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행사 개최 취지 및 성과는?

내부 행사는 전문가 의견과 정보 교환을 위한 것이고, 외부 행사, 유튜브 방송 등은 원자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전문채널이다 보니 유튜브 구독자 수는 많지 않으나, 전체 조회수가 2만 6000여회에 달하는 등 생각보다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SMR(소형모듈원전) 관련 방송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SM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필요한 것을 바로 알리기 위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지속해 나갈 생각이다.

Q. 탈원전 정책에 따른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신다면?

첫째,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정치지도자들이 명확한 인식을 갖고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가장 당면한 문제는 기후변화 위기다. 이는 탄소중립이 대두된 이유다. 인류 최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에너지 정책을 세워야 하겠다.

둘째, 완벽한 에너지는 없다는 정책결정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값싸고, 환경에도 좋고, 공급안정성도 있는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에너지원이 있다면 벌써 인류가 이를 활용하지 않았을까?

때문에 에너지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정책을 짜야 한다. 어느 하나를 단점만 보고 무시한다면 절름발이 정책이 돼 오히려 짐만 되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이 실사구시의 균형을 갖도록 정치지도자들이 나서 줘야 할 것이다.

Q. 해외 원전사업 수주 활동을 평가하신다면?

정부가 수출은 지원하겠다는데, 사실상 눈에 띄는 활동은 없다. 원전 프로젝트는 ‘국가대항전’의 성격이라 대통령께서도 직접 나서줘야 하는데, 이런 활동이 보이지 않아 아쉬운 점이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고도의 기술력이 해외 수주를 통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기관들이 적극 나서주기를 바란다. 학회 차원에서도 도울 부분이 있다면 발벗고 나서겠다.

Q.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대한 학회의 입장은?

월성 1호기는 3년이면 운전허가를 만료하고 정상적으로 폐쇄되는 것을 조급하게 정책성과를 내겠다고 추진한 면이 있다. 다만 법적으로 문제되는 사안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신한울 3,4호기는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 가장 안전하고, 탄소중립 기여도 역시 연 2000만톤에 근접한다. 탈원전을 주장하더라도 60년은 간다고 얘기하는데, 여기에 10년 더 신한울 3,4호기 건설로 연장되는 것이 무슨 큰 문제일까?

또한 신한울 3,4호기는 수출 기회를 잡기 위한 국내 원전 산업계의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5,6호기가 2023년이면 실질적인 공사가 끝난다. 체코‧폴란드 사업에서 수주를 한다 해도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한데, 그 공백기간 동안 산업 쇠퇴가 우려된다.

무엇보다 탄소중립과 수출기회를 잡기 위해서라도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반드시 재개돼야 할 것이다.

▲ 정동욱 회장이 APR1400 표준설계 인가를 치하하는 김대중 前 대통령의 감사장을 보여주고 있다.
▲ 정동욱 회장이 APR1400 표준설계 인가를 치하하는 김대중 前 대통령의 감사장을 보여주고 있다.

Q. 정부는 원전 해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해체산업은 필요한 산업이고 언젠가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모든 발전소는 해체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 탄소중립으로 원전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해체시기가 늦어지고 계속운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베즈나우 원전을 운영하고 있는 스위스도 신규원전은 건설하지 않지만 안전성이 확인되는 한 가동연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해체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기는 뒤로 밀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우리 정부와 산업계도 그에 따라 차분히 준비하면 될 것이다.

Q.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안은 무엇일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이 원전산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사용후핵연료를 장기 관리할 수 없다는 주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찬핵이건 반핵이건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해서 얻은 이득에 대한 반대급부다. 두 그룹이 다 같이 중지를 모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용후핵연료를 땅 속 깊이 묻는 것보다 더 안전한 방법은 없다. 그러니 원전 안전을 주장하면서 처분장은 반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런대도 반대하는 이유는 땅속에서 사용후핵연료가 파손돼 지상으로 올라오거나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걱정 때문이다.

스웨덴의 처분장 연구에 의하면 이같은 걱정이 현실화되는 데는 약 5만년이 걸린다. 기후변화의 위기는 2100년을 얘기하는데, 5만년 후를 걱정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만큼은 지지해야 하는 이유다.

Q.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원전의 역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 없는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탄소중립을 가장 쉽고 빠르게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의 전기화와 전기의 무탄소화다.

무탄소 에너지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밖에 없다. 그러니 이 두 에너지를 주축으로 탄소중립 에너지공급 전략을 짜야 한다. 우리는 원자력에 경제성이 있다. 해외는 하고 싶어도 원자력이 없거나 비싸서 못한다.

독일의 경우 탈원전을 하면서도 탄소중립 가능한 것은 유럽 전력망에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유럽전력망이 막아주는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중국‧러시아와의 전력망 연결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재생에너지의 과잉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면 된다고 하는데, 수소생산비용이 충분히 낮아지고, 수소발전이 상용화 되면 그때 원전의 역할을 대체하면 된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기술에 우리의 미래를 맡기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Q. 전문가로서 소형모듈원전(SMR)의 미래를 어떻게 보시는지?

소형모듈원전은 안전성도 높고,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부하추종성도 좋아 장점이 많다. 다만 비용 문제로 인해 원전 시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인데, 현재 모듈화를 강화하면서 시장 진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탄소중립으로 퇴출되고 있는 화력발전을 대체하기에도 좋다. 화력발전이 대개 500MW 이하의 설비규모이기 때문이다.

소형모듈원전이 일단 시장에 진입하고 경제성을 보이게 된다면 대형원전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신한울 3,4호기 다음에 국내에 원전을 짓는다면 소형모듈원전이 됐으면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소형모듈원전이 APR1400 보다 싸다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원자력 공학자들에게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과제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난 4년간 원자력계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에너지 섬인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의 필요성을 이해해 주는 국민들의 성원이 있기에 버텨나가고 있다. 원자력 산업‧연구‧교육에 종사하는 ‘원자력人’들은 이같은 성원을 잊지 않아야 하겠다.

아울러 오늘의 안전과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안전, 더 나은 기술을 확보하도록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마지막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에 대해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는데 100만명에 근접히고 있다. 에너지신문 독자들이 ‘www.okatom.org’에 접속, 클릭 한번 해주시는 것이 원자력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정동욱 회장 프로필

-서울대 원자핵공학 학사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공학 석사

-MIT 원자력공학 박사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에너지환경전문위원장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

-제33대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

-現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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