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기연, 그린수소 생산용 고성능 수전해 촉매 개발
금속-금속산화물 시너지...기존 촉매 대비 61% 향상

[에너지신문]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 하나의 금속산화물에서 온도 조절만으로 나노입자의 조성을 최적화해 더 많은 산소와 수소를 발생시키는 촉매를 생산하는 기술로, 촉매의 성능도 좋아졌을 뿐 아니라 계산과학을 통한 원리 규명으로 수전해·연료전지 기술과 같은 다양한 전기화학 촉매 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플랫폼연구실 김병현 박사 연구진이 경북대학교(김명진 교수), 미국 조지아텍(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이승우 교수)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저렴한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인 고성능·고내구성을 확보한 수전해 촉매를 개발했다.

▲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021년 5월 표지
▲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2021년 5월 표지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화학회(RSC, Royal Society of Chemistry)가 발행하는 에너지·환경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에너지 & 인바이론먼털 사이언스’의 2021년 5월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탈탄소화 전략을 마련하고 구체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수단으로 수소를 10대 기술로 선정하고, 전주기적 수소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경제로의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그만큼 수소에너지는 경제적·산업적 파급효과가 큰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미래 에너지믹스의 핵심요소다.

친환경적인 수소생산 방법인 수전해 방식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전력비용이 기술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따라서 적은 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고성능·고내구성 촉매개발이 요구된다.

연구진은 금속산화물을 이루는 양이온들의 환원 온도가 서로 다르다는 것에 착안해 정밀한 환원 온도 제어를 통해 표면으로 용리(Exsolution)되는 나노입자의 조성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500 ℃의 환원 온도에서는 금속산화물 표면에 니켈 나노입자를, 550 ℃의 환원 온도에서는 니켈-루테늄 합금 나노입자를 생성해 서로 다른 조성을 갖는 금속나노입자-금속산화물 촉매를 성공적으로 생산했다.

연구진은 니켈-금속산화물로 이루어진 산소발생 촉매와 니켈루테늄-금속산화물로 이뤄진 수소발생 촉매를 수전해 장치의 양극과 음극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의 이리듐, 백금 촉매를 사용한 상용 수전해 장치에 비해 61% 향상된 수소 발생을 달성했으며 30시간의 장기구동에서도 98% 이상의 성능을 유지해 높은 내구성을 갖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다양한 전기화학적 분석, '실시간 X-선 흡수 분광법' 및 계산과학을 이용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촉매 성능 향상의 주요 원인이 금속나노입자-금속산화물의 다양한 시너지 효과임을 규명했다.

수전해 장치에서 산소발생이 잘 일어나기 위해서는 금속산화물의 높은 전하 이동 특성이 중요하다. 니켈-금속산화물로 이루어진 산소발생 촉매는 환원 온도 제어를 통해 나노입자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내부에 원자단위 산소 빈자리 결함이 생기는데, 산소 빈자리 결함이 금속나노입자-금속산화물 간의 전하 이동 향상을 유도해 전기화학적 특성을 향상시키는 주요 요인임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니켈-금속산화물 촉매의 니켈 금속나노입자가 향상된 전하 이동으로 산소 발생 반응에 매우 효과적으로 잘 알려진 니켈옥시하이드록사이드(NiOOH)로 쉽게 변환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 연구를 통해 개발한 고성능 수전해 촉매 개념도.
▲ 연구를 통해 개발한 고성능 수전해 촉매 개념도.

수소발생은 물 분자가 분해돼 수소 이온이 촉매 표면에 흡착이 일어나는 반응과 흡착된 수소이온이 서로 만나는 반응을 통해 일어난다. 연구진이 개발한 니켈루테늄-금속산화물 촉매가 금속산화물 표면에서는 빠른 물 분해 반응이, 금속나노입자에서는 우수한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에 사용된 금속산화물의 표면이 금속 표면에 비해 약 5배 정도 빠르게 물 분해 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음을 확인되었다. 또한 루테늄이 니켈 금속나노입자 사이에 들어감에 따라 금속나노입자의 전기화학 특성이 변화해 우수한 수소 발생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김병현 박사는 "계산과학을 바탕으로 수전해 촉매의 성능 향상 원인을 성공적으로 규명할 수 있었고, 나아가 본 연구 결과가 새로운 촉매를 디자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실험적 관찰이 어려운 나노 촉매 분야에서는 전기화학적 반응을 이해하기 위한 계산과학이 필수적"이라고 이번 연구 결과에 활용된 계산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명진 경북대 교수는 "이 촉매 기술은 하나의 모체에서 환원 온도의 조절만으로 산소 발생 촉매와 수소 발생 촉매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데 의의가 있고, 이 기술은 다양한 금속산화물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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