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폐쇄·신한울 3,4호기 중단 불가피' 문구 작성
한수원 내부 반발로 마련된 수정안을 탈원전 근거로 사용

[에너지신문]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을 처음부터 한수원에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양금희 의원(국민의힘)은 25일 "산업부가 한수원에 문구까지 정해주며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내용을 담은 현황조사표 제출을 지시한 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10월경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법률 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사업자인 한수원 스스로 조기폐쇄를 결정하는 방법으로 추진하는 것을 결정했다. 산업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기 위해 사전협의를 진행했다.

산업부가 원전 2기의 추가증설을 계획함에 따라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 한수원 월성원자력본부 전경.

한수원은 2017년 11월 7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작성을 위해 산업부와 사전협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이 불가피하다는 구체적 보고 문구까지 정했다는 게 양 의원의 주장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각 발전사업자들이 발전 현황조사표를 제출한다. (산업부는)정책 결정을 하는 공식적인 절차에서 사업자들이 각자 현황조사표를 내면 그 현황과 함께 전문가들이 검토를 해 전력수급기본계획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산업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작성 단계에서 발전사업자에게 발전설비 현황조사표를 받아 이를 근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양금희 의원은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이 나왔다"며 "당시 한수원 고위층이 산업부와 문구까지 조율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자 당시 기술파트 실무진들이 크게 반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기술전략처 직원들이 이사회 의결 없이 사업 중단이나 조기 폐쇄를 산업부에 보고하면 추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

양금희 의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존에 이사회 의결을 거친 회사의 중요사항에 해당하는 건설기본계획 중단을 위해서는 이사회의 재심의·의결이 필요하다"며 "한수원 실무자들은 이같은 원칙을 지키려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수원이 2017년 말 기준 신한울 3,4호기에 대해 작성한 자산 손상징후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손상징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음'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정부의 의사결정이 없는 상태에서는 한수원 이사회가 신규원전 중단의 유일한 의사결정기구인데, 이사회는 2017년 12월 말 건설중단 의사결정이 없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내부 반발에 한수원은 11월 10일과 13일 두 차례 임원 회의를 거쳤고, 기존보다 순화된 안을 추가해 다시 산업부와 협의했다. 산업부는 3가지 안 중 '2안'을 최종 선택했고, 산업부가 선택한 안을 11월 16일 한수원 이사회에 보고했다.

양금희 의원은 "산업부는 한수원의 현황조사표를 바탕으로 월성 1호기와 신한울 3,4호기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외했다"며 "한수원은 2018년 8월 이사회에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월성 1호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조기폐쇄를 의결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산업부가 보고 문구까지 조율하면서 탈원전을 지시했는데, 한수원의 보고를 탈원전 정책 추진 근거로 활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바로잡아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을 탄소중립에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해당 사안은 지난해 10월 감사원이 공개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이라며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작성과정은 정부와 발전 공기업간의 정상적인 업무협의 과정이라는 판단에 따라 감사원에 재심의를 청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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