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DR 신뢰도 향상 이유로 참여기준 강화 추진
업계 "신뢰도 문제 없어...시장 대규모 축소 우려"

전력거래소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수요감축요청이 발령될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에 수요자원시장 참여기업들에게 이를 예고했다.
▲ 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에너지신문] 한전이 수요자원 거래시장(DR)의 신뢰도 향상을 이유로 DR 참여 기준 강화 방안을 산업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DR 업계는 "수요자원 거래시장이 절반 규모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전은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의무감축 대기시간 축소, DR 참여고객의 전기소비형태 검증기준(RRMSE) 강화 등을 담은 DR 시장 개선 방향을 수립, 산업부에 제출했다.

RRMSE(Relative Root Mean Squared Error)은 DR에 참여하고자 하는 고객사의 기준 전력사용량과 실제 사용량의 평균 오차를 확인해보는 것으로 현행 기준은 검증 결과가 30% 이하여야만 DR 거래가 가능하다.

이번 개선안에 한전이 내세운 근거는 DR의 신뢰도와 미국의 사례다. 그러나 현재 국내 DR 시장의 신뢰도는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한전이 주장한 허용 기준도 미국 전력회사인 PJM의 사례를 단순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전력수요관리협회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통계자료를 보면 2019년 이 후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신뢰도는 100% 이상 꾸준히 유지해오고 있는데 왜 한전이 갑자기 DR의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RRMSE가 수요 자원의 신뢰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도 무리"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와 미국의 산업, 전력시장 구조 등 전혀 다른 환경은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선진 사례라며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계는 한전이 주장한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대규모 축소는 불가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 조사 결과 RRMSE가 20%로 상향될 경우 DR자원의 46% 이상이 탈락될 것으로 집계됐다"며 "현재 4.5GW의 수요자원 용량이 2.5GW까지 줄어들 수 있는 엄중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DR 시장이 축소되면 전력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DR 용량(4.3GW)에도 크게 못 미쳐 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게 협회의 주장이다.

DR 업계는 이번 개선안의 배경을 한전의 전력구입비 절약을 위한 실적 쌓기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수급 비상 시나 경제성DR로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DR 용량만큼 DR보다 더 비싼 발전기가 가동돼야 해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력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DR 용량이 2GW 감소할 경우 전력시장 용량 정산금은 약 753억원 증가하며 경제성DR 참여로 연간 SMP 하락 및 전력구입비 절감 효과도 6차년도 기준으로 2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수요자원 거래시장의 감축 이행률(출처: 전력거래소)

일자

감축시험

요청량[MWh]

감축량[MWh]

감축이행률[%]

’19.12.10

동계 감축시험

4,267

4,744

111

’19.12.26

동계 재시험

21

22

103

’20.06.11

하계 감축시험

4,231

4,552

108

’20.06.24

하계 재시험

23

26

114

’20.12.09

동계 감축시험

4,499

5,025

112

’20.12.22

동계 재시험

96

102

107

합계 (평균)

13,137

14,471

110

이와 함께 업계는 DR의 의무 대기시간 축소도 앞을 내다보지 못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전력시장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향후 전력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흡수할 수 있는 수요측면의 DR 역할이 중요하므로 DR 발령 시간대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한전의 개선방안) 내용을 살펴보면 일고의 가치도 없는 황당한 주장이지만 한전이라는 거대 사업자가 하는 이야기다보니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현재 DR 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수요관리사업자의 의견을 전달하려 수차례 한전 담당자와 면담을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019년말 DR제도가 대대적으로 개편돼 기본정산금이 참여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고 감축시험 통과 기준도 상향되는 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 바 있다"며 "또 다시 대규모 DR 제도 개편이 이뤄진다면 잦은 제도 변경으로 인한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뿐더러, DR에 참여하고 있는 5000여개 사업장에서도 엄청난 민원이 제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