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4월 탄소가격체제 연구 착수…내년 탄소세 결정
산업체, 탄소세‧탄소국경세‧배출권 ‘삼중고’…조세저항하나

▲ 내달부터 올해말까지 탄소가격체제에 대한 정부 연구용역을 시행되는 등 교통·에너지·환경세 체계개편을 포함한 탄소세 도입 여부가 본격 검토된다.
▲ 내달부터 올해말까지 탄소가격체제에 대한 정부 연구용역을 시행되는 등 교통·에너지·환경세 체계개편을 포함한 탄소세 도입 여부가 본격 검토된다.

[에너지신문] 전세계적으로 탄소세 도입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내달부터 올해말까지 탄소가격체제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는 등 정부의 교통·에너지·환경세 체계개편을 포함한 탄소세 도입 검토가 본격화된다.

지난해 10월말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발의한 탄소세법과 탄소세 배당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각 산업계를 대상으로 시리즈로 탄소중립 협의회를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및 정유·석유화학·철강업계 등 산업계는 향후 탄소세 부과에 따른 후폭풍을 염려하면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25일 본지와 통화를 통해 “4월경 정부부처 합동으로 탄소가격 체계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올해 말까지 교통·에너지·환경세 체계개편과 탄소세 도입 등을 포함한 탄소가격체제 전반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 용역 범위 등에 대해 논의중으로 해외사례 등을 포함해 탄소가격체제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정부 연구용역을 통해 탄소세 도입 등 탄소가격 체계에 대한 용역결과가 나오면 내년에는 공청회 등을 거쳐 탄소세 도입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올해 하반기에 탄소세 관련 법령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일부 전망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탄소세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 10월 말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 천명하고,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2050 장기저탄소 발전전략(LEDS)’,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등을 확정한데 따른 후속 조치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현재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탄소세법안'과 '탄소세의 배당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여는 등 탄소세 도입 논의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차원의 탄소가격체제 정책방향 마련이 시급해 진 것으로 풀이된다.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톤당 8만원의 탄소세를 부과해 그 세입을 전 국민에게 월 10만원씩의 탄소세배당으로 균등하게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탄소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 배출량 약 7억800만톤(2019년 기준)에 온실가스 1톤당 8만원을 과세하면 약 57조원의 세수가 확보되며, 이를 전 국민에게 1인당 지급하면 매달 10만원 정도의 금액이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2월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기후위기대응법안,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 등 총 4건을 논의했다.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명문화하고 정부의 이행계획 및 위원회, 관련 제도·시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탄소배출을 목표량만큼 줄이지 못한 점이 지적되며 '탄소세 도입' 등을 통해 관련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업계 부담 가중되는 탄소국경세 도입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무역비중이 높고 탄소 배출이 많은 주력 산업계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 산업별 미국·유럽 수출 비중은 △석유화학 13.3% △정유 10% △철강 20%로 높다. 탄소국경세가 추가되면 수출장벽은 더 높아지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발전원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2019년 기준 약 69%에 달해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관세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될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은 2023년 미국·유럽연합(EU)·중국에 약 6100억 원의 탄소국경세를 지급해야할 것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게 탄소배출권거래제에 더해 탄소국경세가 적용되고 국내에서 탄소세까지 도입될 경우 기업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디지털세·탄소세 등 국제 조세 동향과 한국의 대응’ 세미나에서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박사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국내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에 따른 부담과 동시에 탄소세 도입, 이에 더해 해외 탄소국경세까지 3중 규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탄소국경세는 국내 기업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반발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과 유럽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자국내 기업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토록 요구하거나 선제적으로 탄소감축 기술을 개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산업계의 우려와 꿈틀대는 조세저항

전 세계 주요 국가가 오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후폭풍을 염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탄소 다 배출 업종인 에너지·정유·석유화학‧철강업계 등은 정부의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탄소세 도입 시기와 세율 등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최근 SK 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E1, 두산중공업, 한화에너지 등 10여개 에너지기업들은 4월중 ‘에너지얼라이언스(가칭)’ 출범을 위해 협의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너지를 수입하거나 공급하며 발전소나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 회사들은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탄소세 부과에 따른 부담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른 탄소 다 배출업종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업자 협회 등을 통해 탄소세 부과에 대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 산업계는 큰 틀에서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환영하지만 탄소중립 추진과정에서 충분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탄소중립 과정에서큼 부작용을 고려한 보완 정책과 세수를 활용한 기업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현재 교통·에너지·환경세 부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두고 탄소세를 도입하면 결국 소비자의 부담은 배가될 것”이라며 “모든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사회적 영향 등을 다시 검토해 세제를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월 본지 기고를 통해 “화석연료의 탄소 함유량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탄소세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유류세, 특히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이 필히 병행돼야 한다”라며 “조세정책은 국민이 공감하는 공평한 과세를 목적으로 해야 하며, 탄소세 도입과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이 자칫 세수확보만을 위한 지나친 증세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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