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 車-반도체업계 위기극복 모색
‘재미없는 시장’ 차량용반도체…수익성‧안정성 체질개선 시급
협력모델 발굴‧지원 등 업계간 산업역량 강화로 자립화 추진

[에너지신문] 2021년 시작과 함께 차량용반도체 수급 차질 사태가 심각한 사회 이슈로 조명받고 있다.  

차량용반도체 산업은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 시대를 앞두고 보다 고도화되고 있지만 수급불안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핵심 차량용반도체(MCU 등)는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반도체기업들도 생산공정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을 비롯한 미래차-반도체 관련 기업 및 지원기관 관계자가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에 참석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경성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을 비롯한 미래차-반도체 관련 기업 및 지원기관 관계자가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발족식'에 참석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때문에 차량용반도체 부족사태가 발생하면 결국 국내업체들에게 불똥이 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가 최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물량축소와 미국 텍사스한파, 일본 지진 등 자연재해가 한데 엉키면서 전 세계적으로 차량용반도체 부족현상이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완성차업체들의 공장가동 중단이나 생산량 조절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현재 사면초가에 빠진 차량용반도체 부족사태가 어떻게 출발했는지 재조명하고, 차량용반도체 산업 상황과 정부‧업계의 대처방안에는 무엇이 있는지 따져봤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부족사태…수요예측 실패가 화근 
그렇다면 이 사태가 왜 발생했을까? 여기에도 ‘코로나19’ 탓을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인 차량 판매가 악화되면서 완성차업체들이 차량용반도체 발주를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 줄이는 대신 인기있는 IT관련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차량용반도체 수급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고, 백신개발 등의 호재로 자동차 수요가 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자연스럽게 차량용반도체 공급물량 주문이 크게 늘었는데 비해 이를 수급해야할 반도체업체들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황이 이어지는 IT용 반도체 생산에 몰두하기에도 바쁜 반도체업체들이 차량용반도체 생산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이때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자연재해에 따른 생산차질이 이어졌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파로 인한 전력 부족으로 오스틴 반도체 공장들이 셧다운 상태가 발생했고, 일본의 미야자키 현에 있는 차량용반도체 공장 화재과 후쿠시마 지진으로 공장이 멈춰섰다. 덩달아 차량용반도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와 유엠시(UMC) 공장도 최근 겨울 가뭄에 따른 물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 

냉담한 반도체업계 “차량용반도체는 재미없는 시장’ 
물론 코로나19와 자연재해 등 생산 차질이 있다해도 반도체업체들이 활발할 자동차시장을 외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반도체업체들이 선뜻 생산 확산에 뛰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업체들은 왜 그렇게 차량용반도체 생산에 냉담할까? 전문가들은 ‘차량용반도체 생산’에 대한 메리트 부족에 대해 지적한다. 반도체업체들은 차량용반도체를 재미없는 시장이라 부른다. 

차량용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에 비해 수익성이 낮고 안전확보 필요성으로 인해 긴 수명 동안 가혹한 온도·습도·충격 조건에서 높은 신뢰성 및 안전성을 요구하는 품목인데다 이에 따른 결함 발생, 안전사고, 리콜에 대한 부담이 있어 신규업체의 진입은 용이하지 않아 단기간 공급량 확대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수익성이다. 차량용반도체는 수익성이 매우 낮다. 칩 한개 가격은 겨우 2달러 안팎으로, 자동차 1대당 들어가는 반도체 총단가는 400~600달러(차량가격 대비 2~3%) 수준이다. 반도체 업체 쪽에서 보면 차량용 생산·판매는 수익성이 낮은터라 PC·스마트폰 고객사에 견줘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종합 반도체업체들은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 라인 위주로 생산하고, 나머지는 파운드리에 위탁생산하고 있다. 즉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결국, 수익성이 떨어지는 차량용반도체는 직접 생산보다 파운드리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업체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차량용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더 좋고, 덜 까다로운 스마트폰이나 다른 업계에 집중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차량용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차질은 올해 1분기에만 67만대를 예상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100만대 이상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지난 4일 “차량용은 수익성과 반도체 설비능력 등 구조적 요인을 고려할 때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8890.(사진제공:삼성전자)
▲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8890.(사진제공:삼성전자)

차량용반도체 체질개선 필요…자급자족 시대 만들자 
이에 정부와 업계, 협회 등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 첫발로 지난 4일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발족하고 국내 자동차-반도체 기업간 협력과 지원방안 등을 논의한 것. 

우선 시급한 반도체 수급상황 개선을 위해 차량용반도체 부품에 대해 절차간소화‧신속처리 등 수입통관을 신속 지원했고, 기존‧신규 반도체 성능평가를 긴급하게 추진했다. 여기에 중장기적인 협력방안 모델 발굴‧지원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 차량용반도체의 자립화를 추진키로 했다. 

여기서 한발더 나아가 17일에는 한국자동차협회와 한국반도체협회가 국내 차량용반도체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점을 위한 핵심요소인 차량용반도체의 산업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 협회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차량용반도체 생산기반 증설과 기업간 공동기술개발 △차량용반도체 시제품 공동 평가‧인증 지원 △양 업계간 협력모델 발굴 등을 협력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차량용반도체의 수급 불안을 해결하고, 미래차-반도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차량용반도체 자립화’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했던 박진규 산업부 차관은 “차량용반도체 수급문제가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차량용반도체 자립화’를 위한 시의적절하고 의미있는 시기”라고 강조하며 “정부는 우리기업의 연대와 협력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미래차 핵심인 차량용반도체 육성을 적극 지원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차량용반도체의 공급 부족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차량용반도체의 관심과 이에 따른 가치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차량용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때문에 국내 생산 능력 확충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필수 교수는 역시 “미래 모빌리티의 확산에 따라 차량용반도체 수요 급증은 불보듯 뻔하다. 때문에 차량용반도체 공급 차질은 자동차업계 위기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차 한 대에 수천개가 들어갈 만큼 규모가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를 확대해야할 필요성도 분명해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으론 TSMC 등의 증산을 대만 정부에 요청하는 등 정부차원의 국제협력 노력을 통해 수급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자동차업계와 팹리스, 파운드리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내 차량용반도체 개발과 생산역량 확충 등 자국생산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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