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및 시민단체, 산업부 연장결정 비판 ‘한목소리’
국민의힘 “원전 사망선고”‧정의당 “공사재개 빌미 제공”

[에너지신문] 산업통상자원부가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2023년 12월까지 연장키로 결정하면서 ‘親원전 진영’과 ‘脫원전 진영’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원전산업계는 ‘공사 재개가 아닌 사업 종결을 위한 연장’이라는 산업부의 발언을 강하게 성토했으며, 탈원전을 주장하는 또다른 야당인 정의당과 시민단체들은 ‘한수원 봐주기’를 위해 산업부가 탈원전 기조에 역행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한수원의 불이익을 방지하고, 원만한 사업 종결을 위한 연장’이라는 산업부의 입장이 양쪽 모두의 비난을 부르는 형국이 됐다.

▲ 22일 열린 제22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성윤모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2023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 22일 열린 제22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성윤모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는 이날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2023년 12월까지로 연장한다고 밝혔다.

► “정부, 원전 사망선고 내려...형사고소 검토”

국민의힘 탈원전 진상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산업부의 연장 결정 다음날인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연장 결정은 건설 재개가 아닌 사업 종결 위한 수순임을 산업부 스스로가 못박았다”며 “이는 사실상 원전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으면서도 탈원전 기조를 밀어붙이는 것을 비판했다. 탄소중립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빌 게이츠가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대안”이라고 언급한 점도 강조했다.

신한울 3,4호기는 현재까지 원자로를 비롯한 주기기 사전제작 등에 약 7900억원이 투입됐으며, 매몰 비용은 최소 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건설이 백지화될 경우 1조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날리게 되며, 이는 7000억원을 들여 수명을 연장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보다 더 큰 국가적 손실이라는 게 국민의힘 의원들의 주장이다.

국민의힘은 신한울 3,4호기 공사와 관련,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동 진상조사특위 위원장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에 이어 신한울 3,4호기 역시 불법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며 “사업 허가를 연기하는 과정에서 불법성 여부가 발견될 경우 직권남용으로 형사 고소하거나 감사를 청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차기 정부로 결정권 넘겨...굳이 되살린 원전 불씨”

정의당도 같은날 연장 결정을 내린 정부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이유와는 전혀 달랐다.

정의당은 인가기간 연장 결정이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의 빌미를 줬다는 입장이다. 신규원전 백지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데, 이번 연장으로 인해 차기 정부로 결정권이 넘어가게 된 것을 문제 삼은 것.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는 지난 2017년 이미 결정된 만큼 원만한 사업 종결을 위해 한시적으로 연장했다는 산업부의 설명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이라며 “백지화 결정 이후 약 3년간 정부는 후속조치 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도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문 대통령의 공약과 정부의 에너지전환로드맵 정책에 반하는 결정임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업부는 허가기간이 만료돼 백지화에 마침표를 찍게 될 원전의 불씨를 굳이 되살리는 우를 범했다”고 비판했다.

▲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 이번 연장 결정에 따라 신한울 3,4호기의 최종 운명은 내년 대선 결과에 좌우될 전망이다. 사진은 신고리 5,6호기 초기 건설 현장.

정의당과 에너지전환포럼 등 원전 반대 측은 신한울 3,4호기의 운명을 차기 정권으로 넘어버린 산업부의 이번 결정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만약 원전 건설 재개를 주장하는 국민의힘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현재 ‘식물인간’ 상태인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당이 재집권에 성공하더라도 추후 정치‧경제적 상황 및 다양한 변수에 따라 신규원전 백지화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재할 수 없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신한울 3,4호기 공사계획 인가기간 연장은 친원전과 탈원전, 양 진영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결정이었다”면서도 “한수원의 신규발전사업 참여 금지가 가져올 손실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검찰의 월성 1호기 수사로 압박을 받고 있는 산업부로서는 (연장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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