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말 디젤엔진 신규 개발을 중단했다. 이어 가솔린엔진 역시 이르면 2023년부터 신규개발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현대차보다 더 이른 2019년말, ‘탈내연기관’을 수립하고, 2025년까지 연간 50만대 전기차 생산, 2030년까지는 전기차 비율을 7%에서 40%까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탄소중립·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를 대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순수전기차, 수소전기차로 대표되는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대전환을 위해서다.

2040년부터는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순수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한 친환경차만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가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에 맞춰 현대차그룹의 계획이 핑크빛 현실이 될 것인지 아니면 허망한 물거품이 될 것인지는 전기차의 핵심부품인 ‘배터리(2차전지)’와 ‘구동모터’에 달려있다.

다행히 배터리의 경우 세계 톱5에 국내 3사 기업이 포함되고, 점유율도 50% 이상 차지하며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덕분에 차량용 배터리와 수소연료전지 공급은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2023년 이후 생산할 전기차의 배터리 확보도 거의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동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구동모터’는 상황이 좋지 않다. 전기차의 구동모터에는 250여개의 부품이 필요한데, 이중 전기차 심장의 강력한 힘을 품어내는 ‘희토류 자석’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구동모터에는 약 1~3kg의 ‘희토류 자석’이 들어가고, 순수전기차의 구동모터에는 3~5배나 많은 약 5~10kg의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
 
전기차의 ‘희토류 자석’에 필요한 희토류 원소는 ‘중(重)희토류’다. 하지만 중희토류는 중국의 원자재 독점으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다. 어쩔수 없이 완제품으로 된 희토류 자석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텍사스주 라운드 탑(Round Top) 마운틴에서 중희토류 드릴링 작업중인 광부들.
▲ 텍사스주 라운드 탑(Round Top) 마운틴에서 중희토류 드릴링 작업중인 광부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1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에서 전체 판매차량 중 전기차의 비중을 20%로 높인다는 ‘친환경 자동차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했다.

즉, 2025년에는 자국기업들이 연간 6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는 심산이며, 이 시기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62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기차 600만대의 구동모터에 들어갈 희토류 자석을 제조하려면 1000여톤 가량의 중희토류가 필요하다. 중국이 2019년에 생산한 중희토류가 총 1500여톤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중희토류 1500여톤은 중국 내에서만 자급자족하기에도 부족할 만한 양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희토류 자석이 전기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제품,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의 퍼스널 모빌리티, 드론, 전동공구 등에도 핵심부품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4~5년 이내 ‘희토류 자석 대란(大亂)’이 불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지난달 15일 희토류의 생산·수출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새로운 ‘희토류 관리규정’ 초안을 발표, 희토류 채굴, 분리, 제련 등 희토류 총량관리를 통해 수출량을 더욱 줄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전기차 양산 국가들은 대처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미국은 희토류 자석의 자급자족을 위해 텍사스에서 중희토류 광산개발과 생산라인에 공을 들이고 있고, 호주도 서부의 브라운 레인지 지역에서 중희토류 개발이 한창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래 전기차, 수소차뿐만 아니라 플라잉카,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드론택시 등 '친환경 모빌리티' 생산기업으로 탈바꿈 할 계획이라 중국으로부터 희토류 자석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를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탄소중립·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 진입을 위한 친환경차 전환을 맞아 안정적인 배터리 확보에는 성공했다. 이제는 또다른 핵심요소, 구동모터 구축을 위한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희토류 자석’ 확보 전략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시간이 많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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