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전문가, 토론회서 '망중립성 훼손 우려' 지적
"신재생 발전사업 참여보다 본연의 업무 충실해야"

[에너지신문]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진출은 전력망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 만약 참여하게 된다면 송배전 부분을 분리, 운영하는 독립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

15일 에너지전환포럼, 기후솔루션, 풍력산업협회, 민간발전협회,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과 망중립성 훼손, 이대로 괜찮나'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를 허용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 발전사업자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련됐다.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은 단순히 공기업의 사업 영역 확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전력시장의 구조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 에너지전환포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에너지전환포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법안을 추진중인 국회의원 및 한전 측은 사업 역량을 갖춘 한전이 직접 자본을 투입, 발전사업에 참여할 경우 경제성과 사업 운영, 주민수용성 등에서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민간 발전사들은 한전의 참여로 인해 발전공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이 어렵고 한전이 송배전 및 판매를 독점하는 만큼 망중립성이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첫번째 발제에 나선 전영환 홍익대 교수는 "전력시장의 발전은 망중립성 문제에서 출발한다. 망중립성 유지는 발전 및 판매 경쟁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망사업자(한전)가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다른 발전사와 차별적 유인이 많음을 지적했다. 규칙제정의 불공정, 망투자 우선순위 차별, 망에 대한 모든 정보를 소유함으로써 나타나는 정보의 비대칭, 재생에너지 입찰 및 출력제한에 대한 공정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에너지전환은 전력산업 기능 분리, 그리고 공정한 경쟁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한전이 발전사업에 참여할 경우) 송전망은 별도의 회사로 분리 독립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망중립성 훼손이며, 이는 결국 공정한 시장경쟁을 가로막는 것이므로 독립된 전력망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번째 발제자로는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나섰다. 이유수 위원은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한전이 송배전 및 판매부문을 독점하는 구조로, 대부분의 소비자는 한전에서 전력을 구매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전력거래만 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강제적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해외의 경우 소매시장 자유화 및 경쟁적 시장환경 하에서 기존 유틸리티간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에너지전환 및 분산화로 인해 전통 발전사업이 축소되는 반면 신재생 및 배전망 사업이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송변전 사업은 별도의 독립 망사업자가 수행, 망중립성과 공정성 유지에 주력하고 있어 우리나라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위원은 "공정경쟁 여건 조성 및 시장가격 기능 활성화로 전력시장 효율화를 증진시켜야 한다"며 "송배전망 이용시 차별이 없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매시장 개방을 통한 점진적 가격자유화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남권해상풍력 실증단지(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이 확정되면 가장 먼저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사업에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사진은 본 기사와 관련 없음)

이어진 종합 토론에서는 관련 학계 및 협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해 각자의 견해를 밝혔다.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상임이사는 "에너지공기업이 민간사업에 참여할 경우 투자요인을 저해하지 않아야 한다"며 "독점 망사업자(한전)가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경우 공정경쟁에 대한 저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에너지공기업으로서 에너지전환에 기여하기 위해 참여한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발전자회사가 이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모기업이 참여한다면 충분한 이유 및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덕환 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은 "전력시장에서 송배전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이 참여하는 것은 공공-민간의 공정한 경쟁 및 상생이 불가능함을 뜻한다"며 "한전과 법안에 찬성하는 정치권은 참여 규모의 제한을 약속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참여 규모가 아니다. 민간의 영역까지 한전이 들어와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우려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환 민주노총 발전노조 정책위원장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한전이 진출한다면 공기업 독점구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전력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는 한전의 재생에너지 시장 참여는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 한전은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해 망전환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전 나주 본사 전경.
▲ 한전 나주 본사 전경.

이어 박원주 민간발전협회 사무국장은 "이미 발전자회사들이 RPS 의무량의 80%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모기업 한전의 발전사업 진입 명분이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박원주 국장은 "신재생 보급이 더딘 것은 자본의 문제가 아닌 경제성과 수용성의 문제"라며 "한전의 직접참여는 구조적으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전이 참여할 경우 망중립성 훼손이 확정적으로, 현재 회사분리 상태(한전-발전자회사)에서 다시 회계분리 상태로 역행하는 것이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박 국장은 "인프라 투자에 더 집중해야 될 한전이 신재생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투자 분산에 따른 효율 저하를 가져올 것"이라며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의 가장 큰 애로는 송전문제인 만큼 한전이 송배전 사업자로서 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경락 기후솔루션 이사는 "한전은 회계관리 강화로 중립성을 보장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신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거 학교태양광 참여로 협동조합 등과 마찰이 발생하는 등 생태계 확보나 인프라 구축보다 사업 확장이 우선으로 비춰지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권 이사는 이어 "한전의 신재생 발전사업 참여 전제는 송배전이 분리돼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에 대해 한전이 전향적으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민간 전문가들은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였다. 다만 송배전 분리 등 망중립성 확보가 보장된다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한전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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