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2021년이 밝았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위세는 여전하고 예년과 같은 들뜬 분위기도 없다. 보신각종도 울리지 않았다. 그래도 새해는 새해. 새해에 걸맞게, 지금 우리가 희망을 가져도 될까? 우리 경제의 희망, 어디서 찾아야 할까?

달력을 일 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는 코로나19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구촌은 결코 평온하지 않았다. 지난해 이맘때 세계인의 이목은 호주에 쏠렸었다.

엄청난 화마가 호주 남동부의 아름다운 자연을 잿더미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에 시작된 산불은 이듬해 2월 중순에 최종 진화되기까지 대한민국 영토보다 넓은 11.5만㎢의 땅을 불살랐고, 이 과정에서 수십억 마리의 동물이 불에 타 죽었다.

하지만 이 폐허 속에서도 새싹은 돋아났다. 불에 그을린 채 구조된 어미 코알라의 품속에서 아기 코알라가 귀여운 얼굴을 내밀었을 때, 많은 이들이 가슴 뭉클한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지난해 말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에서 언급된 ‘희망’도 그런 것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희망을 현실로’ (Turning hope into reality)라는 부제목이 달린 이 보고서에서 OECD는 지난해 세계경제가 4.2% 역성장할 것이라면서도 백신·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됨에 따라 활력이 점차 회복돼 올해에는 4.2%의 성장을 이루리라고 내다봤다.

이는 이 기관이 반년 앞서 내놓았던 전망치(2020년-7.6%, 2021년 2.8%)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4.2%의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GFC)로부터 반등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물론 이러한 숫자는 그저 ‘참고용’일 뿐이며, 삶은 스냅사진 같은 것이 아니다. 이 스냅사진의 잘 짜인 프레임 안에서 작은 코알라는 ‘나 괜찮아’라며 웃고 있는듯도 보이지만, 그가 앞으로 살아갈 프레임 바깥의 현실은 결코 녹녹치 않을 것이다. 이는 전쟁으로 온 강토가 폐허로 바뀐 경험을 해본 한국인에겐 낯선 장면이 아니다.

이 잿더미 속에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새로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새로운 희망의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희망에는 ‘차원’ 같은 것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점은 세계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를 대하는 모습들을 서로 견줬을 때 잘 드러난다. 많은 나라들이 여전히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 않은가? 일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건 예사다. 이런 나라들에서는 백신 개발 소식 자체가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백신을 애타게 기다린 것이야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일찌감치 우리의 시선은 코로나 저 너머를 향하고 있었다. 중앙정부와 여러 지방정부들을 중심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논의들이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됐으니 말이다.

곳곳에서 태스크포스(TF)팀이 만들어졌고, 7월에는 160조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까지 발표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보다 고차원의 고민들을 이미 시작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판 뉴딜이라는 과감한 기획은 이러한 자신감의 산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오늘의 한국이 예전처럼 남들이 가진 좋은 제도를 가져와 ‘복-붙’을 해도 되는 상황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제도 환경이 꽤 촘촘하게 형성돼 있으니 말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이나 ‘기후변화’에 대응함에 있어 우리가 참조할 수 있는 해외 사례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문제들, 특히 ‘안전망’ 또는 사회보장 체계 미비라는 문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이와 같은 도전들에 종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절박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지만, 장차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규정할 수 있는 대규모 기획이므로 과정의 민주성과 국민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 한국 경제의 희망은 한국판 뉴딜을 중심으로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면 어떨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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