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기업 아사히카세이, 국내 2차전지 핵심 부품 업체에 소송 제기
이번 달 첫 공판, 패소시 K-배터리 산업 일본에 종속 가능성 높아
특허청, 예고된 전쟁이었지만 대책은 물론 현황 파악조차 못해

▲ 아사히카세이 페이지 특허소송 공고 (韓,中 법원)
▲ 아사히카세이 페이지 특허소송 공고 (韓,中 법원)

[에너지신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 국회의원(서울 노원 병)은 8일 열린 특허청과 중소벤처기업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일본의 전범기업이 국내 2차전지 관련 기업을 상대로 보복성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이 확인됐다며 “국내 K-배터리 시장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수출규제 이후 일본의 두 번째 카드로 알려져 왔던 배터리 분야 특허소송이 현실로 드러난 첫 사례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생한 일본기업의 특허 침해소송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단행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고 분석한 김성환 의원은 “늦었지만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 특허 무효율이 50%인 상황에서 이런 공격이 계속된다면 정부가 1년 동안 공들인 소부장 지원대책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며 하루 빨리 소부장 기술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카세이는 2018년과 2020년, 중국법원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2차전지 핵심 부품업체인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상대로 제조와 판매를 금지해달라며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특허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된다. 소송을 당한 국내 기업은 지난해 수출 규제 이후 소재부품 국산화의 대안으로 주목받던 중소기업인 반면, 상대는 총리 직속 대일항쟁기 위원회가 발표한 전범기업이자 분리막 시장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세계 1위의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 의원은 이번 소송이야말로 강자의 전형적인 ‘발목잡기 소송’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우리나라는 국산화와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빠른 속도로 탈일본을 추진했는데, 시장의 우월적 지위 약화가 우려되자 보복적 성격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사히카세이가 한국과 중국에서만 특허소송을 제기한 점을 눈여겨봐야 점도 주목했다. 김성환 의원은 “한국과 중국에서는 특허심사 단계에서 일본에 비해 권리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일본에게 한국 특허의 허점을 이용당한 것”이라고 부실한 특허심사 과정을 꼬집었다. 일본 기업의 꼼수를 알면서도 권리범위를 넓게 등록해주는 것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특히 이번 특허소송을 가볍게 생각한다면 2차전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이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김 의원은 이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제 2차 한일전쟁에 들어섰다’고 강조한 김성환 의원은 일본이 본격적으로 소부장과 배터리 관련 특허 보복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국내기업 대리인인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 역시 “일본 특허가 주요 부분은 거의 공개하지 않으면서 권리 범위를 매우 넓게 설정해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파악해 왔다”며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일본 원천특허를 극복하기 위해 변리사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허지원과 소부장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김성환 의원의 주장이다.

김성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특허청은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소부장 관련 300개 과제를 발굴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IP-R&D를 지원해왔다. 또 특허소송 지원을 위해 해외지식재산센터를 통해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특허소송에 대한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김성환 의원은 “특허청이 파악한 한일 특허 분쟁 현황을 보면 아사히카세이와 국내 기업 간의 특허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2020년에 특허 무효소송 0건으로 기재돼 있다”며 “아사히카세이 홈페이지를 조금만 검색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는 게 특허청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소부장 특허분쟁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특허청 답변에 대해 “국가 핵심 과제에 대해 자체 현황 파악이 아닌 특허 DB 사이트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IP-R&D와 같은 출원 지원 이후에는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이날 김성환 의원은 박영선 중기부 장관에게 국내 중소기업의 특허 분쟁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환 의원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2차전지 분리막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38% 성장이 전망되는 핵심시장”이라며 “일본의 견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부당한 특허소송에서 벗어나 기술자립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특허청과 산업부 그리고 중기부의 협력을 통해서만 극복 가능한 것”이라며 “세계 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K-배터리 시장과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 그리고 국내 기업의 특허경쟁력 확보를 위해 하루빨리 범정부전담조직이 만들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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