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5정전 사고의 책임을 지고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중앙급전소장이 자리를 물러나는 비운을 맞았다.

항간에서는 9.15 당시 자칫 블랙아웃 상황까지 갈수도 있었지만 당시 중앙급전소장의 판단으로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에 대해 지나친 처사가 아니었냐는 동정론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29일 조종만 중앙급전소장이 새롭게 부임했다. 지난 2개월 동안 움추려진 중앙급전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조종만 소장을 지난달 28일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눠보았다.

조 소장은 한양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력계통 분야 최고수준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프로필

-2006년 한양대학교 전기공학과 공학박사 (최종학위 논문명 : 송전

선로의 동적송전용량 산정과 합리적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

-1986-2001 한국전력공사의 계통운영, 발전, 배전, 전력경제 분야

-2001-2011.9 국전력거래소의계통운영분야

- 2011.6~2011.9 한국전력거래소 천안지사장

- 2011.9.29한국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장

★얼마전 동계전력 수급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주요 내용중 하나가 중앙급전소 운영의 전문성 강화이던데요 어떻게 할 예정인가요.

남호기 이사장이 부임하고 맨 처음 강조한 것이 중앙급전소 급전원들의 전문성 강화입니다. 이번 9.15 사태도 시스템적인 문제보다는 운영요원의 판단 문제로 나타났으니까요. 저희 전력거래소에서는 급전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몇가지 원칙을 갖고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 전력계통 운영 경력이 30년 이상인 외부 전문 인력을 활용하여 평상시에는 급전원들을 대상으로 교육, 훈련을 통해 전문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수급비상 발령 기간이나 태풍 또는 폭설로 인해 전력계통 운영에 비상이 걸릴 때는 중앙전력관제센터에서 현재 근무중인 급전원들과 같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면서 상황별 위기에 지원하는 업무를 부여하려고 합니다.

둘째, 이번 9.15 사태 때도 처음 발단이 수요예측 판단 실패라 볼 수 있습니다. 전력수요는 온도 등 기상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기상상황 예측 정확도가 바로 전력수요 예측 정확도 향상에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상청의 기상분석 및 예보 경력이 10년 이상된 전문가를 채용하여 기상 및 기온 변화의 영향을 분석하여 수요예측에 반영하여 수요예측 정확도를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셋째, 계통운영 전문원 제도 도입입니다. 계통운영 요원을 전문화하여 전문원, 선임전문원, 책임전문원, 수석전문원의 4단계의 직급체계를 도입하고 부서간 인사이동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전력계통 운영부서 내에서만 이동 인사를 시행함으로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전력계통 운영요원의 국제 자격인증 제도 도입입니다. 현재는 전력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급전원 자격제도가 있으나 미국 신뢰도전담기구인 NERC(North American Electric Reliability Corporation)의 계통운영 요원의 자격인증 제도를 토대로 제도 도입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계통운영 요원에 대한 현장 실무교육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신입직원에 대해서는 이론교육 및 발전소, 변전소의 현장교육을 6개월 정도 시행하고, 급전원으로 근무 경력을 가진 상위 전문원에 대해서는 해외 선진 계통운영기관의 교육제도를 벤치마킹하여 체계적인 교육제도를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앙급전소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해주시죠. 사실 중앙급전소는 정부 주요기관으로 분류돼 출입기자들 조차 사전 출입증을 받지 않고서는 출입이 부자유스러운 곳입니다.

중앙급전소는 우리나라 전력계통을 총괄 감시하고 지휘하는 곳입니다. 사람으로 보면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지요. 중앙급전소의 조직을 보면 우선 내일의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해주는 일근 근무를 하는 급전부가 있는데 여기서는 내일 24시간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그것을 근거로 24시간 발전기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운영발전계획을 수립하고, 내일의 송변전설비에 대한 취약개소를 발굴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업무와 급전원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업무를 13명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전력계통의 콘트롤 타워인 교대근무 부서는 1개부가 6명으로 5개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개부는 3주간의 주기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으며 나머지 4개부는 4조3교대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업무는 전력계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감시하면서 한전과 발전회사에 조정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전력계통이라 함은 우리나라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2만kW이상의 중앙급전발전기 330대와 730여개 변전소 및 3만1000여c-km 송전선로로 서로가 그물망 같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중앙급전소는 발전기들의 출력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인가를 보고 송전선로에 흐르는 전력이 넘치지 않고 적정하게 운영되는가를 감시하고 있으며 전기품질의 하나인 주파수를 정격인 60Hz에 맞추기 위해 발전기의 기동, 정지 및 발전기 출력을 증가시키고 감발시키는 업무를 합니다.

★중앙급전소의 역할과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중앙급전소가 홀대받아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홀대 받았다는 이야기는 좀 듣기에 민망하네요. 홀대보다는 그동안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사실은 중앙급전소(조 소장은 중앙급전소 명칭이 12월 중순부터 전력관제센터로 바뀐다고 알려주었다)에 근무하는 급전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면 전력계통에 무슨 문제가 발생된 것입니다. 저는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들을 대신 비유하는데요, 그 군인들은 평상시는 어떠합니까? 조용하지요. 그 군인들이 바쁘면 큰 문제가 발생된 것이지요.

따라서 우리 급전원들도 전력계통이 안정되면 조용히 감시하면서 전력계통에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되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지요. 이번 기회에 우리 급전원들도 자신이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이 깨달았고 자기 자신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항상 자기계발을 위해 공부하는 자세를 갖추어야겠지요. 우리 급전원들은 남이 하기 싫어하는 교대근무를 하면서 업무의 중대성 때문에 항상 긴장한 상태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지난 9.15 정전사고의 책임이 전력거래소에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중앙급전소는 그 당시 블랙아웃을 막는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인사문책을 당하는 등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것으로 압니다.

전력계통에 종사하는 한사람으로서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가 예기치 못한 기상상황과 추석 연휴이후 공장 조업률 상승 등이 있었다 하더라도 수요예측 판단 잘못이 그 시작이었다고 봅니다. 수요가 낮게 예측되다보니 비싼 발전기가 운전되지 않았는데 이 발전기들은 공교롭게도 기동시간이 장시간 걸리는 발전기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조금의 아쉬움도 남지만 현직에 근무하신 분들은 긴급 부하조정을 적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 상황에서 블랙아웃 등으로 더 심각하게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하여는 재평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한층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고 봅니다. 많은 제도개선과 급전원들의 자질 향상을 위한 직간접적인 조치로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되지 않도록 하고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프라이드가 무척 강한 것으로 압니다. 본지에서도 얼마전 지적했지만 면책권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프라이드는 높고 강합니다.

높다는 것은 국가의 에너지 동맥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일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강하다는 것은 전체적인 전력계통을 조정해야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급전지시와 강력하고 확실한 메시지로 조작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면책 특권은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력계통은 실시간으로 상황변화의 변수가 무궁무진하며 통상적인 큰 문제점이 발생될 때는 우리가 예기치 못한 변수로 인해 정전이 발생되곤 합니다. 따라서 그많은 변수에 대한 대책을 사전에 모두 마련하기란 어려움이 있고 상황과 조건에 따라 즉각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실정 때문입니다. 따라서 계통운영 결과는 “완벽하다” “100%다” 라는 용어를 쓰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급전원이 전기사업법, 고시, 시장운영규칙에 의거하고 상황을 판단하여 그 계통 조건에 맞는 조작지시를 하였는데 상황이 잘못되었다면 면책특권을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급전원이 그러한 모든 노력을 하지 않고 지시하여 잘못되었을 경우는 예외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급전원은 비상상황시 최적의 판단과 신속한 조작지시로 광역정전 또는 전계통 정전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다시한번 9.15 사태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것을 계기로 제도적 보완과 자기계발 노력을 통해 몇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끝으로 올 겨울은 발전력 부족으로 전력수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니 모든 국민들께서는 전력수급 사정이 어려울 때 절전에 협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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