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훈 교수.
▲ 김영훈 교수.

[에너지신문] 최근 세계 조선시장이 저유가와 더불어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에 단비와 같은 희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대형조선소 3사가 카타르 국영석유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의 슬롯예약 계약을 따낸 것이다. 계약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최근 LNG운반선의 척당 가격이 평균 2300억원임을 감안할 때 총건조선가는 대략 약 23조~24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대형조선소 3사는 5년간에 걸쳐 연간 20여척 이상의 작업물량 확보 효과로 국내 블록업체, 조선기자재업체 등 산업생태계 전반에 걸쳐 물량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특히 조선업의 생산액 10억원당 취업유발효과가 8.2명이라는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보면 연간 3만 8000~3만 9000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대형조선소 3사는 최근 5년간 세계 LNG운반선의 시장점유율이 74%를 차지하면서 건조기술 역량에 대한 상대적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어 향후 세계 조선경기가 회복될 가능성과 함께 다른 선주사로 하여금 전략상 발주를 서두르게 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모잠비크 LNG개발프로젝트에서 프랑스 토탈사가 150억달러의 선박금융을 확보하고 약 16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계획이 있고, 러시아도 대규모 LNG개발사업인 Arctic-LNG2 프로젝트로 LNG운반선 발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최근 LNG운반선의 대량 계약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부가가치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독자적인 자체기술력 확보 및 실제 적용사례를 통한 상용화가 절실하다는데 있다.

LNG운반선의 핵심기술은 화물창 설계·건조기술로 단열기술, 보온보냉기술 및 화물창특수용접기술이다. 천연가스를 대량 적재하기 위해 영하 163도로 낮춰 액화시킴으로써 그 부피를 1/600로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화물창 설계원천기술의 특허권은 프랑스 GTT가 가지고 있다. 국내 조선소에서는 LNG운반선 척당 기술료를 선가의 5% 가량인 100억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는데, 2005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조선소가 GTT사에 지불한 기술료만도 4조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소 빅3와 가스공사가 2014년에 공동으로 한국형 화물창 KC-1을 개발하고 삼성중공업이 국내 건조 LNG운반선에 적용했지만 화물창 외벽결빙문제가 발생하는 문제가 발생해 후속으로 올해 7월부터 업그레이드된 KC-2화물창을 개발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하이멕스, 솔리더스라고 하는 독자적 화물창 설계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적용, 건조된 사례가 없어 여전히 해외 선주들이 안정적인 GTT기술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최근 LNG운반선의 건조에 따른 실질적인 부가가치가 높지 않아 국제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가격경쟁력의 열위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정부의 국책사업으로서 예비타당성을 통과하지 못한 ICT 기반의 스마트야드 연구개발사업의 재추진이 절실하다. 스마트야드는 선박 생산공정 및 물류공정 등을 자동화, 지능화해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경남에서 추진하고 있는 LNG기자재 국산화 및 시험인증 기반구축, LNG선 설계·건조 전문인력양성 등 LNG 관련 정부지원 인프라구축 국책사업도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

또한 국내 중형조선소 유휴시설의 활용도를 높이고, 다양한 조선기자재업체의 작업물량을 협동화하는 등 중앙정부, 지자체 및 산업계의 전략적 접근도 요구된다. 이를 통해 대형조선소 뿐만 아니라 중소형조선소, 기자재업체 등이 작업 물량을 확보한다면 조선산업의 생태계 재건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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