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충전소 구축부터 부생수소 유통까지…'열린 결말'

[에너지신문]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이 일제히 정부의 수소경제에 참가의사를 밝혔다. 정부의 수소경제를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정유사가 이례적으로 정부의 수소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기차용 2차전지와 관련 소재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에너지는 수소 분야 진출을 현재 검토 중에 있지만 이날 업무협약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정유사에게 수소는 핵심 원료 중 하나다. 정유사 입장에서 수송·발전용 연료로 수소가 사용되면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유업계는 그동안 수소경제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 심지어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수소경제가 정유업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다.

▲ 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왼쪽 수소충전소, 가운데 셀프주유소, 오른쪽 LPG충전소).
▲ GS칼텍스 융복합 에너지 스테이션(왼쪽 수소충전소, 가운데 셀프주유소, 오른쪽 LPG충전소).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유사 대부분이 수소경제를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수송용 연료를 생산·유통하는 정유사가 수소경제에서도 수송용 수소를 유통하는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가장 먼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것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정유사들이 수소 충전소 사업에도 뛰어들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도심에 수소를 비롯한 수송용 연료를 저장하고 이를 자동차에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는 새롭게 구축하는 건 쉽지 않다"며 "주유소가 현재 가진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S-OIL은 정유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했다. 정유사에서 석유화학사로 변신하고 있는 S-OIL이다. 사진은 S-OIL의 석유화학 설비인 잔사유 분해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다.
▲S-OIL은 정유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했다. 정유사에서 석유화학사로 변신하고 있는 S-OIL이다. 사진은 S-OIL의 석유화학 설비인 잔사유 분해설비(Residue Upgrading Complex)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국내 부생수소 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정유사들이 최근 수소가 발생하는 나프타(naphtha) 분해설비에 일제히 투자한 것을 두고 나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나프타 분해설비를 건설 중이고 S-OIL은 2024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나프타 분해설비를 짓고 있다"며 "새롭게 건설될 나프타 분해설비에서 생산된 부생수소가 유통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90% 이상의 수소가 나프타 분해설비를 갖춘 6대 석유화학사(LG화학, 롯데케미칼, SK종합화학, 한화토탈, 여천NCC, 대한유화)가 생산하는 부생수소다. 정유사들의 나프타 분해설비가 상업가동에 돌입하는 시기에는 국내 부생수소 생산량에서 큰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친환경 수송용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정유사가 생산하는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정유사 입장에서는 수소를 석유제품 원료가 아닌 에너지원으로 유통시킬 수도 있다는 업계 일각의 분석도 결코 간과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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