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희토류 유일한 생산국 '중국' 대비 방안 고민
희토류 소비대국 '한국'도 독자 수급체계 확보 노력해야

[에너지신문] 2016년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은 관세폭탄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또한 대만을 중국과 별도의 ‘국가’라 칭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뭉개고 중국을 들쑤셔놨다. 코로나19 이후엔 중국을 ‘바이러스 발원지’라며 연일 비난했다. 게다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자,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날짜에 맞춰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함정을 파견, 중국에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진핑 주석을 ‘대통령’ 대신 ‘총서기’로 호칭하고 중국을 ‘중공’으로 표현하는 등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러는 사이 미국은 자국 내 희토류를 방어적으로 살뜰히 챙기고 있다.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 공급망의 대부분을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 국방부는 희토류 광산과 생산시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하기로 했다.

이 법을 동원해 희토류 개발시 발생하는 각종 환경 문제를 깔아 뭉개고 미국기업이 직접 희토류 생산을 할 수 있도록 밀어 붙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절실히 원하는 건 ‘중(重)희토류’와 중희토류가 첨가된 ‘희토류 자석(영구자석)’이다.

미국은 희토류 자석의 자국 내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자 고군분투 중에 있다. 2019년 기준으로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희토류는 석유화학분야에 75% 정도 사용됐고, 세라믹과 유리산업에 5%, 금속재료 및 합금분야에 5%, 연마제에 5%, 기타분야에 10%가 활용됐다.

여기서 사용된 희토류는 대부분 ‘경(輕)희토류’다. 경희토류는 중국 밖에서도 충분히 수입 가능하다. 실제 석유화학분야에서 촉매제로 사용되는 ‘란탄’ 등의 경희토류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다. 문제는 현재 천연 광산에서 중희토류를 생산하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제한‧금지 카드를 꺼낼 경우엔 어떻게 될까? 미국은 경희토류가 필요할 땐, 호주, 인도 등에서 조금 더 비싼 가격에 수입할 수 있다. 그러나 중희토류는 현재로서 대안이 없다.

문제는 중희토류가 없으면 미국 내 희토류 자석 생산 계획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희토류 자석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미국의 제조업, 특히 방산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은 지난해 그린란드 자체를 통째로 매입하려고 시도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그린란드 남부의 크바네피엘드(Kvanefjeld) 희토류 광화대에 중희토류가 매장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보다 첨단분야 제조업에 의존도가 크다. 중국의 희토류 자석 수출 제한은 미국보다 한국에 더 큰 타격을 입힌다. 한국은 희토류 자석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희토류 자석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전기차를 비롯, 희토류 자석이 들어가는 모든 제조업은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구동모터는 기존 내연기관의 엔진에 해당하는데, 구동모터 1대에 32~64개 정도의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 전기차 1대에는 수백개의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는 의미다. 스마트폰 역시 20개 정도의 희토류 자석이 사용된다.

특수창고에 제습보관 된 희토류.
특수창고에 제습보관 된 희토류.

전기차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개인형 이동수단으로 각광받는 전동 휠, 전동 킥보드, 전기 자전거 등에도 희토류 자석이 필요하다. 여기에 재생에너지의 큰 축을 담당하는 풍력 발전기도,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에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요해진 비대면, 무인화 관련 첨단기술 제품과 장비에도 희토류 자석은 필수다. 한마디로, 모터가 들어가는 거의 모든 제품에는 희토류 자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은 미래에 전체 생산 제품의 30%를 도심형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UAM)가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심형 항공모빌리티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개인용 비행체, 일명 ‘드론’의 개발부터 제조, 판매, 유지, 보수 등 미래 교통과 물류 수단으로 꼽히는 도심 항공 이동수단과 관련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40년 세계 UAM시장이 약 1853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UAM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2019년 4월 드론법을 제정했다. 올해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까지 UAM 산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 사업에 희토류 자석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

현재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50%는 희토류 자석 제조에 쓰이는데, 2028년에는 그 비중이 6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공급처 다변화 없이는 중국의 희토류 자석 의존도 또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형국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지만 과연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유사시 희토류 자석 수급 중단은 사드 사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큰 경제적 충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업 국가, 즉 희토류 자석 소비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희토류 자석 생산 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 제조업의 운명이 희토류 자석 독자 수급체계 확보에 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희토류 자석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뿐만 아니라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동시에 중희토류 광산을 찾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강력한 중희토류 광산 개발 후보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많질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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