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하에 소형저장탱크 시장 확대, 업계는 외면
코로나19·규제 강화·치열한 경쟁 등 업계 삼중고 겪어

[에너지신문] LPG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됐던 LPG소형저장탱크 보급 사업이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의 지원사업으로 에너지 집단공급을 통해 농어촌마을의 정주환경 개선과 생활형SOC사업 확대를 통해 도시가스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소외지역에 위치한 취약계층 밀집시설에 보다 낮은 가격으로 연료를 공급하고, 안전관리를 향상한다는 명목하에 꾸준히 확대해왔다.

▲ 소형저장탱크는 정부 지원사업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 소형저장탱크는 정부 지원사업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3톤 미만의 소형저장탱크를 설치하고 벌크차량을 통해 LPG를 공급, 용기 배달이란 낙후한 공급방식과 복잡한 유통구조에 따른 과다한 유통비용 부담을 덜 수 있고 도시가스(LNG)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은 계량기를 통해 가스를 사용한 만큼 연료비로 부담하면 되니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으며 쑥쑥 성장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산업이 성장하면서 업계내 과열경쟁이 일어나고, 일정 수준이 되면 포화단계에 접어들어 사업환경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었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사회복지시설, 마을 및 군단위 LPG배관망 설치 등의 사업을 지속하면서 소형LPG저장탱크는 2019년말 기준 전국적으로 8만 8001기가 설치됐다. 그리고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언뜻보면 이 사업은 정부 추진하에 더욱 왕성하게 확장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꾸준히 증가하는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
지난해 전국에 설치된 소형LPG저장탱크가 8만 8001기로 전년대비 7020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500kg 이하 용량이 5만 5359기(특정 5만 5272기, 집단 87기)로 전체 62.9%를 차지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소형LPG저장탱크 설치현황(잠정집계)에 따르면 2019년말 기준으로 8만 8001기가 설치돼 전년동기 8만 981기보다 7020기(9%)가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는 지난해 2만 2508기가 설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소형탱크가 설치, 2018년 2만 798기보다 1710기(8.2%)가 더 늘었다.

대구·경북도 1년 동안 9062기를 설치, 2018년보다 663기(7.5%)가 추가로 설치됐다. 경남지역은 지난해 총 9062기를 기록, 전년대비 325기(3.7%) 증가했고, 이어 충북 597기(8.0%)가 증가한 8046기, 강원은 915기(13.6%) 늘어난 7623기를 기록했다. 

소형저장탱크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회복지시설, 마을 또는 군단위 LPG배관망 설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 소형LPG저장탱크 설치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도 농어촌 지역 주민의 에너지 복지 향상 목적으로 마을단위와 군단위 소형LPG저장탱크ㆍ배관망사업에 대한 예산을 지원하며, 사업 확대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LPG소형저장탱크 보급 예산은 113억 4300만원, 군단위 LPG배관망 지원사업 예산은 531억 2800만원으로 각각 대폭 증액된 바 있다.

행안부는 LPG소형저장탱크·배관망 및 내관·보일러 설치 등을 위해 2030년까지 2035억원을 투입키로 했고 올해부터 2년간 83억원을 투입해 포천, 인제, 고성 등 4개소 시범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각 지자체에서도 마을단위 LPG소형저장탱크 보급을 국비사업으로 선정하고, 사업 확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소형LPG저장탱크 사업은 에너지복지 불균형 해소라는 큰 뜻을 품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날씨, 코로나19, 규제 강화’ 업계는 삼중고 
5~6년전 소형LPG저장탱크 시장에 대한 대부분의 기사들은 ‘희망·마중물·불씨·씨앗’ 등의 수식어로 기대섞인 반응을 전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그동안 소형저장탱크 보급사업과 마을단위 LPG배관망 사업 등을 통해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정책적 지원을 통해 도시가스가 보급 확대되고, 가격경쟁력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LPG저장탱크 판매량은 예년만 못하다는 반응이다. 업계는 따뜻해진 날씨와 코로나19 악재, 규제 강화 등 삼중고에 시달려 암울할 지경이라고 말한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 탓에 LPG수요가 크게 줄었고,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요식업소는 매출이 크게 줄었다. 덩달아 프로판 충전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 안팎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경기부진으로 산업체, 음식점 등에 설치됐던 탱크를 철거하거나 사업자간 치열한 물량 경쟁으로 LPG공급에 따른 이익이 떨어지면서 소형LPG저장탱크 설치 메리트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도시가스의 보급 확장에 따른 전체적인 LPG저장탱크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제주 지역을 예로 들었다. 실제 지난해 말 제주도에 LNG생산기지 완료로 도시가스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소형저장탱크의 수요가 급격하게 줄고있다. 제주는 국내 유일하게 LPG저장탱크, 배관망 사업을 100% 사용하던 지역이지만 도시가스 보급이 시작되면서 LPG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규제 강화도 한몫했다. 산업부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안을 발표하고 다중이용시설 등 소형LPG저장탱크의 설치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화재와 같은 비상상황 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다중이용시설과 화재에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가연성 건조물(가연성 외장재 건조물 포함)에 대해 소형저장탱크 외면과의 이격거리를 강화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 소형저장탱크 시장은 코로나19, 규제강화, 치열한 경쟁 등 삼중고를 시달리며 크게 위축되고 있다.

소형저장탱크 사이의 거리를 현행 소형저장탱크와 건축물 개구부에 대한 거리(0.5~3.5m)의 2배 이상으로 늘려 기존 가스충전구로부터 계산하던 거리를 탱크 외면에서 측정하면서 더 까다롭게 한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설치 공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문제는 소형저장탱크 시장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소형저장탱크 가격도 크게 낮아져 용기를 생산하던 업체들도 중국산 저가 용기를 들여오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등 제조업계의 출혈경쟁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희망이 있던 5~6년 전에는 업체들이 기술경쟁에 방점을 두고 차별화로 승부했지만, 지금은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조차 위축돼 산업 발전도 정체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시가스를 크게 확충되고 있는데다 마을단위 소형저장탱크 보급도 정부 주도하에 추진되면서 대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소규모 LPG판매업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한탄했다. 

자연스럽게 LPG수요까지 줄어들고 있는 지금, 지역 LPG판매 소상공인의 생업까지 위협받고 있다. 희망이었던 소형LPG저장탱크 사업은 조금씩 빛을 잃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처지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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