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부터 LNG까지 가스서만 34년, 업계 산증인

▲ 린나이 대전중리점 김홍교 대표.
▲ 린나이 대전중리점 김홍교 대표.

[에너지신문] 린나이 대전지역 대리점 중 가장 큰 매출을 일으키는 중리점 김홍교 대표(62)는 대뜸 자신의 오른손에 있는 금팔찌를 자랑했다. 요즘 힙합하는 젊은 친구들이나 할 법한 플렉스(flex)를 한 것이다. 부를 자랑한게 아니다.

김 대표는 "린나이에서 매년 우수지점 시상을 하는데 우수지점으로 선정되면 10돈짜리 행운의 황금열쇠를 주는데 린나이에서 받은 황금열쇠를 녹여서 30돈짜리 금팔찌를 했다"고 말했다. 전국 300개 이상 린나이 대리점 중 우수지점을 최소 3번 이상 차지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 역시 스웩(swag) 그 자체였다. 

1996년부터 대전지역에서 린나이 대리점을 시작한 김 대표는 올해까지 24년을 린나이와 운명공동체로 살고 있다. 린나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인터뷰 내내 드러낸 김 대표는 특히 린나이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린나이가 만든 제품이라면 그 누구에게라도 팔 자신이 있다"며 "린나이 제품의 우수한 기술력은 현재까지도 업계 최고이기에 소비자들에게 자신있게 선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돈만 보고 대리점을 한다면 린나이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브랜드에서도 자신의 제품을 팔아달라고 수도 없이 제안이 왔지만 다 거절하고 린나이만을 취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린나이만 브랜드가 아니고 귀뚜라미, 경동나비엔, 대성쎌틱, 롯데, 대우 등 많은 가스보일러 제조사들이 있고 가스레인지에서는 린나이와 경쟁하는 SK매직도 있지만 가스기구에서 가장 큰 권위를 가진 것은 린나이고 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쌓은 브랜드 인지도이기에 소비자에게 자신있게 판매할 수 있다"고 다시 한 번 린나이의 뛰어난 기술력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뛰어난 실적의 비결에 대해 린나이의 기술력에 자신의 영업 노하우가 결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스보일러, 가스레인지 등 제가 다루는 제품은 시공이 중요한데 완벽한 시공을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시공 능력이 영업의 비결이라면 비결인데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영업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가스보일러나 가스레인지 등은 가스를 사용하기에 고장이 날 경우에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초기 시공부터 관리가 중요한 에너지기기"라며 "핸드폰 2대를 갖고 다니면서 전화 응대를 24시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LPG로 가스업계와 인연…치열했던 린나이 대리점 쟁탈 경쟁

김 대표는 1986년 대전지역에서 액화석유가스(Liquefied Petroleum Gas, LPG) 유통업을 하다가 린나이 대리점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신진가스라는 LPG 유통업체를 10년 운영한 뒤 신진에너지로 상호를 변경하고 린나이 대리점을 치열한 경쟁 끝에 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LPG 유통에서 큰 수익을 올리면서도 린나이 대리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다. 김 대표는 "LPG 유통보다 린나이 가스레인지 판매가 마진이 훨씬 좋았다"며 "당시 린나이 대리점은 청와대 빽을 써도 못한다고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LPG 유통을 할 때 대전지역에 당시 120개 업체가 있었는데 저희 매출이 가장 많았다"며 "전국에서는 5위 안에 드는 수준이었다"고 대전지역 LPG 판매왕 시절을 회상했다. LPG 유통부터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 LNG)를 이용하는 에너지기기 유통까지 김 대표는 가스를 취급하는 분야에서만 34년 이상을 일한 가스유통 업계의 산증인이다. 대한민국 가스의 역사가 LPG에서 LNG로 이동하는 과정을 최전선에서 경험한 베테랑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LPG와 LNG 관련 산업에서 30년 이상 일한 김 대표와 1974년 가스레인지를 처음 선보인 린나이는 가스시대를 열고 살아냈다는 점에서 닮았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가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연탄과 석유제품을 주로 사용하다가 가스를 사용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73년과 1978년에 두 차례 발생했던 일명 '석유파동'이었다.

산유국들이 원유(crude oil) 생산량을 줄이면서 급격히 국제유가가 상승한 사건인 석유파동은 에너지 다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켰다. 1960년대부터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지만 딱히 활용할 곳이 없어 태워버렸던 LPG를 본격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것도 석유파동과 시기적으로 맞물리고 LNG를 본격적으로 수입해 유통하기 시작한 시기도 석유파동 이후다.

석유파동으로 1980년대 시작된 도시가스 사업은 1990년 100만가구, 1996년 500만가구 등 사용 가구가 급증했고 지난 2018년 기준으로 전체 2000만 가구 중 1640만 가구(보급률 84%)가 도시가스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김 대표도 자신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던 시기를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도시가스 보급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던 시기에 에너지기기에 대한 소비도 급증했던 것이다. 

▲린나이 위협하는 많은 브랜드…기술·영업력으로 돌파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반까지 급성장하던 에너지기기 시장이 최근 성장세도 둔화되고 경쟁도 치열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린나이의 기술력과 자신의 유통 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장이라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김 대표는 "과거와 달리 린나이를 위협하는 경쟁사들도 많이 생겼고 그들도 기술적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스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기기를 생산하는 기술 노하우는 린나이가 현재까지도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며 "북한의 공산주의가 아닌 이상은 경쟁이 있어야 하고 독점보다는 경쟁사가 많은 것이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더 좋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쟁이 있어야 제품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들 역시 다양한 선택지에서 최고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판매자 입장에서 제품의 질이 향상되고 소비자가 관심을 가지는 품목을 다루는 게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에너지기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영업에는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김 대표는 최근의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의무화 역시 좋은 기회라고 인식했다. 그는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며 "린나이와 경동 등이 광고를 많이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보일러가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최근에 지은 건물이 아닌 이상은 배수구 확보가 어려워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부 등 정부의 정책의 방향은 나쁘지 않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 린나이 대전중리점 김홍교 대표.
▲ 린나이 대전중리점 김홍교 대표.

김 대표는 린나이 가스레인지를 1년에 1만대 이상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는 "올해는 조금 어렵겠지만 3개년 계획을 통해 2022년에는 매출 100억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며 "최근 서울 아래로는 가스레인지 기준으로 1년에 1만대 이상을 파는 린나이 대리점이 없는 것으로 아는데 본사가 더 많이 도와준다면 충분히 1만대 이상 판매, 100억 이상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해 6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가스보일러와 가스온수기에서 40억원,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에서 30억원, 식당 등에서 사용되는 업소용 에너지기기에서 3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계획도 설명했다.

김 대표는 린나이 본사에 바라는 점도 밝혔다. 계절적으로 여름이 비수기인 린나이의 제품 라인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본사에 바라는 점은 여름에도 팔 수 있는 제품이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계절을 타지 않는 제품이 필요한 것이 대리점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김 대표는 "가스명가라는 지금의 린나이의 브랜드 가치는 무조건 지켜야 하겠지만 전기 등 최근 소비자가 많이 원하는 제품 라인업을 더 적극적으로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물론 최근에 레인지후드, 공기청정기 등 다양한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높은 브랜드 인지도에 비하면 아직도 품목이 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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